의협, 국민감사청구 요청 실행 예정...시민사회와 노동계도 우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개인 진료정보를 민간보험사에 제공하고, 해당 정보가 영리목적으로 활용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의료계는 국민감사청구를 요청하겠다고 나섰고, 시민사회단체도 의료계의 입장에 환영을 표하고 있다. 

심평원, 민간보험사에 진료정보 장사

앞서 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에서는 심평원이 최근 3년간 건강보험 진료데이터 6000만명분을 민간보험사에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정축숙 의원이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7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심평원은 KB생명보험 등 8개 민간보험사와 2개 민간보험연구기관에서 위험률 개발과 보험상품연구 및 개발 등을 위해 요청한 ‘표본 데이터셋’을 1건당 30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총 52건(누적 약 6420만명분)을 제공했다. 

민간보험사 등에 판매된 ‘표본 데이터셋’은 모집단의 특성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을 추출, 구성한 비식별화 자료다. 대상은 전체(140만명), 입원(110만명), 고령(100만명), 소아청소년(110만명) 환자로 구분되며, 성별, 연령 등을 담은 일반내역 뿐 아니라 진료행위 등을 담은 상병내역과 주상병 등이 담긴 진료내역, 원외처방내역으로 구성됐다.

심평원은 이 같은 표본 데이터셋을 제공할 때 '학술연구용 이외의 정책, 영리목적으로 사용불가'하다는 서약서를 받고 있었지만 민간보험사가 ‘당사 위험률 개발’과 같은 영리목적으로 표본데이터셋을 활용하겠다고 신청해도 1건당 30만원씩 수수료를 받고 제공해왔다. 

정 의원은 "'국민의 건강권 및 권리보호’를 강조한 건보공단과 달리 심평원은 ‘이용권의 보편적 확대’를 강조해서 민간보험사에 빅데이터를 제공했고, 민간보험사는 이 자료를 받아 보험상품 연구 및 개발, 보험료율 및 위험률 산출에 활용한 것"이라며 "건강보험수가 개발 등 건강보험을 포함한 보건의료정책 개발 업무를 수행 및 지원하기 위해 만든 심평원이 민간보험사의 보험상품개발 등을 위해 자료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의협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 국민감사 청구”...건세, 의협과 동행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대한의사협회는 국민감사청구를 요청하겠다고 나섰다.

의협은 27일 “영리기업의 속성을 잘 알면서도 개인 진료정보 자료를 제공한 심평원의 행태는 공보험인 건강보험 재정으로 설립됐으며, 법에 따라 민감한 국민의 개인 정보를 축적해왔던 만큼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명백한 사실 규명과 국민건강보험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이 있는지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국민들과 검찰 수사를 통한 진실 규명 및 국민감사청구 요청 등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의협의 입장에 동의를 표하며 함께 싸워나가겠다고 했다. 

건세는 “국민이자 환자는 의협이 국민들에 반하는 행보가 아니라면 언제든 함께 일을 해나갈 용의가 있다”며 “심평원 사안에 대해 의협이 고발이나 국민감사청구를 하겠다면 함께 하자”고 강조했다. 

시민사회계·노동계도 비판 여론 들끓어

다른 시민사회단체들과 노동계도 심평원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경실련, 사회진보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심장병환우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은 지난 25일 공동성명을 통해 심평원이 민간보험사에 국민건강정보를 팔아넘겼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정부기관이 공적인 목적을 위해 수집한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상업적 목적을 위한 민간기업에 돈을 받고 팔았다는 사실에 국민으로써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에 대한 배신감과 불신으로 국민의 건강권과 복지증진을 위한다는 말은 더 이상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민간보험사가 이러한 건강정보 빅데이터를 입수하기를 원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보험가입자의 건강정보를 파악해 보험가입 및 보험금 지급거절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보험사가 이러한 빅데이터를 영업목적으로 위해 활용하게 되면 보험가입을 원하거나 이미 가입된 국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며 건강권을 침해 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평원이 민간보험사에 건강정보 빅데이터를 팔아넘겨 보험사 이윤창출의 조력자 역할을 하고, 국민의 건강정보보호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행태는 규탄 받아 마땅하다"며 "보건복지부가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민의 개인건강정보보호를 위해 제도적 조치마련을 위한 노력을 다해줄 것"을 요구했다.

전국보건의료노조와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도 26일 공동성명을 통해 심평원의 행태를 비판했다.

양 단체는 "심평원이 민간보험사들과 보험연구기관에 데이터를 건당 30만원에 팔아넘긴 건 경악스러운 사태"라며 "민간보험사와 공단과 노동시민사회 단체들이 힘겹게 싸우고 있을 때 심평원은 민간보험사들의 이익을 위한 첨병 역할을 자처해온 셈"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공단은 국민의 돈인 건강보험재정에서 심평원에 2조6천여억 원의 돈을 지급했고 그 비용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됐다"며 "이를 몸집 부풀리기와 민간의료보험 이익에 쏟아 붓는 배은망덕한 국민배신 행위를 더는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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