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양영구 기자 

딱 3년째다. 산부인과의사회의 지리멸렬한 싸움의 기간이다.

2014년 회장 직선제와 회무 운영 방식을 둘러싼 갈등으로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간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로 쪼개진 이후 현재까지 통합의 기미는커녕 각각의 단체로 굳어져 한 지붕 두 가족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니 되레 감정의 골이 더 격해지는 것 같다. 

두 단체는 갈등을 접고 회원과 함께하는 의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하면서도 분열된 원인은 서로에게서 찾고 있으니 말이다. 

우연인지 몰라도 올해 추계 학술대회 역시 양 단체는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진행했다. 학술대회를 겸한 기자간담회에서도 두 단체는 서로를 원색적으로 힐난하기에 바빴다. 

직선제는 이번 추계 학술대회에서 정관개정을 통한 직선제 도입을 위해 임시총회를 개최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은 점을 볼 때 상대편은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에 반해 간선제는 산부인과의 히스토리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직선제 측은 몇몇 소수만의 왕국이자, SNS에서 쇼를 하는 단체라고 비난했다. 

서로를 깎아내리기에 바쁜 두 단체지만, 당면한 현안에 대해서는 같은 입장을 보이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두 단체는 보장성 강화 정책의 일환인 산모 상급병실 급여화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선제에서는 산모 상급병실 급여화는 분만병원의 경영악화로 이어져 결국 산모의 건강권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고, 간선제에서도 산모 상급병실 급여화를 통한 단일수가 적용은 원칙적으로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회장 선출 방법이라는 정치적인 문제를 들며 네 탓만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과연 그들 스스로에게 회원 권익을 위한다는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두 단체의 정관을 보면 ‘산부인과의사 단체로서 회원의 권익 증진’이라고 단체의 존재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를 볼 때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일은 결코 회원 권익을 위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자신들이 기득권을 쟁취하기 위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며 회원들의 권익을 희생시키고 있진 않은지.  

직선제를 위한 정관개정 방안과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의에 “기자들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어느 단체가 진정성이 있는지는 기자들이 판단할 게 아니라 회원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던 (간선제)산의회 김영신 공보이사의 말처럼.

“산부인과 개원가의 이슈는 선거 방법이 아니다. 직선제로 개정한들 산부인과 의사들의 지위가 한 순간 달라지겠나”라고 말했던 (간선제)산의회 고광덕 고문의 말처럼, 회원 권익을 생각하고 있다면 정치에 매달릴 게 아니라 회원 권익 향상을 위한 허심탄회한 논의 자리부터 마련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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