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환자에서도 효과·안전성 입증…"환자 인식·참여도 높이고 급여기준 개선해야"
국내 임상에서도 심장재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2016년 기준 전국 21개 병원에서 심장질환 발병 후 심장재활 평가, 개별화된 운동 프로그램(심장재활 치료), 심장재활 교육으로 구성된 심장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들을 포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심장재활을 위한 운동이 심장발작 등을 일으켜 심장질환 환자에게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심장재활의 효과와 안전성은 입증됐다.
인제의대 김철 교수(상계백병원 재활의학과)팀이 급성 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심장재활 전후에 심폐운동부하검사 및 혈관확장능검사를 시행한 결과, 심장재활을 받은 군에서 대조군 대비 최대 산소 소모량 및 혈관확장능이 의미 있게 개선됐다(Ann Rehabil Med 2014;38:388-395).
이와 함께 인제의대 김병옥 교수(상계백병원 심장내과)팀이 약물용출스텐트(DES)를 삽입한 급성 심근경색 환자들을 운동을 포함한 심장재활을 받은 군 또는 대조군으로 나눠 9개월간 추적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심장재활을 받은 군에서 내강손실이 유의미하게 적었다. 또 심장재활 후 최대 산소 소모량이 개선되고 HDL-콜레스테롤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Int J Cardiol 2013;167(6):2617-2622).
장기간 환자 예후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울산의대 이종영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팀이 좌주간부 관상동맥질환 환자 약 3100명을 분석한 결과, 7년 동안 전체 사망률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심장재활을 받은 군에서 의미 있게 낮았다(Eur J Prev Cardiol 2016;23(17):1804-1813).
아울러 운동으로 인한 심장발작 고위험군을 사전에 선별하고 운동 중 심전도 모니터링을 시행하면서, 심장재활에 따른 위험은 크게 줄었다.
김철 교수팀이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약 10년간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10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총 1만 3934시간 운동 모니터링 동안 사망하거나 심장마비 또는 급성 심근경색을 경험한 환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Ann Rehabil Med 2012;36(2):262-267).
이종영 교수는 "일부 의료진은 국내에서 심장재활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하지만 절대 부족하지 않다"며 "국내 임상에서 심장재활이 제대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월부터 심장재활 보험 급여화…"급여기준은 개선돼야"
지난 2월부터 심장재활의 보험 급여화가 이뤄지면서 전문가들은 심장재활이 지금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급여화 이전에는 환자들이 느끼는 비용 부담이 컸고 시술 또는 수술만으로 질환이 완전히 치유됐다는 인식이 높았다. 하지만 심장재활이 급여를 인정받으면서 환자들의 참여율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연세의대 강석민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는 "정부가 심장재활의 보험 급여를 승인했다는 것 자체가 큰 장애물을 넘은 것이다"면서 "향후 환자를 위한 방향으로 급여기준이 개정되면 10년 후에는 심장재활이 모든 기관에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심장재활의 보험 급여기준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급여기준을 모두 만족했을 때만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는데, 급여기준에서 외국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급여대상의 경우 국외 가이드라인에서는 운동으로 인한 위험이 적은 안정형 협심증 환자는 심장재활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국내 급여기준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또 무증상 관상동맥질환,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보조인공심장(VAD)을 삽입한 환자도 일부 국외 가이드라인에 포함됐지만 국내 급여기준에는 전무한 상황이다.
병원 내 인력기준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 급여기준에서는 인력기준을 △재활의학과, 순환기내과, 흉부외과 전문의 중 1인 이상 △물리치료사, 간호사 각 1인 이상으로 제시, 이들이 상근해야 하며 심장재활 중 응급상황에 대비해 산소공급 및 응급심폐소생술을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미국, 유럽, 캐나다, 독일 등의 가이드라인에는 운동생리사, 운동치료사 등도 인력기준에 포함하고 있다. 게다가 2010년 대한재활의학회 심장재활연구회 권고안에서는 심장재활전문의, 운동생리학자, 운동치료사 등을 포함해 심장재활팀을 구성해야 하며, 운동치료 시 현장 필수요원으로 물리치료사 또는 운동치료사 1인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물리치료사가 운동치료를 포함해 심장재활을 담당하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물리치료사와 함께 운동생리사 또는 운동치료사 등을 따로 배치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차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시설·장비기준으로 심장재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일정한 면적의 치료실을 제시했지만 이에 대한 최소 규정을 명시하지 않은 점도 해결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고려의대 김응주 교수(구로병원 순환기내과)는 "급여화 후 심장재활을 진행하는 기관 수가 어느 정도 변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없지만,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참여기관이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퇴원 후에는 심장재활에 소홀…가정 기반 프로그램 필요
전문가들은 퇴원환자들의 저조한 심장재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심장재활이 환자 중심의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는 점에 중지를 모은다.
권역별 심뇌혈관센터를 대상으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심장재활 참여 환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심장재활에 대한 상담을 받은 환자는 56%에서 86%로 늘었고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1단계(phase 1)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 비율도 35%에서 80%로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퇴원환자 및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2단계(phase 2) 프로그램을 이수한 환자 비율은 3%에서 7%로 조금 늘었지만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이는 퇴원환자가 먼 거리에 있는 병원까지 심장재활을 받기 위해 찾아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의대 김원석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는 "퇴원 당시에는 심장재활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 병원에 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외국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가정 기반(home-based) 심장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저녁 또는 주말에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참여율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환자들의 참여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2014년 발표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심근경색 후 앱 기반으로 가정에서 심장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한 환자군은 의료기관에서 프로그램을 받은 환자군보다 심장재활 참여율과 순응도 모두 의미 있게 높았다. 아울러 6주 후 진행한 6분 걷기 테스트(6-minute walk test) 결과도 두 군 모두 개선됐으며 효과는 6개월간 유지됐다(Heart 2014;100(22):1770-1779).
이에 김응주 교수팀은 PCI 후 심장재활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한 '안심 앱(AnSim APP)'을 개발하고 있다. 환자는 앱 내에 혈압, 혈당, 식사, 운동량 등을 기록하고 전문가는 1:1로 심장재활에 유용한 운동방법, 식단 등을 코칭한다. 이러한 맞춤형 심장재활 프로그램을 앱으로 제공해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목적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환자들이 심장재활을 받겠다는 의지가 필요하기에, 심장재활에 대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의료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철 교수는 "결국 가장 큰 문제는 환자의 동기부여다. 환경 문제로 심장재활을 받지 못하는 환자가 있고 심장재활을 원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의료진이 시술 또는 수술 다음 날부터 심장재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 환자들의 동기부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