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교육 잘 반응해 교육만 잘 받아도 올바른 방향으로 자라날 수도

▲ 김석주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지난 3월 인천에서 17세 청소년이 친구와 모의해 어린 초등학생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했다. 지난 6월에는 부산에서 한 여중생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집단폭행당한 사건이 뒤늦게 드러나고, 전국 각지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특히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약하게 받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많은 국가들은 죄 지은 청소년의 형을 감형한다. 가장 큰 이유는 청소년의 미성숙 때문이다.

청소년기는 아직 인지·도덕적 성장이 끝나지 않은 시기다. 미래를 예측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부위인 뇌의 전두엽 부위는 여전히 덜 자란 상태다. 따라서 충동적이고 감정적으로 의사 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

청소년들은 환경과 교육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성장 과정에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한다. 비뚤어진 학창시절을 반성하고 개과천선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나라에서 청소년을 성인과 똑같은 기준으로 처벌하지 않는 까닭이다.

처벌 효과 있으려면 청소년 처벌 예측하고 두려워 해야

행동 심리학에서 '처벌'은 특정한 행동을 하면 원치 않는 결과도 함께 일어나게 함으로써 문제 행동을 없애는 행동 교정 방식을 의미한다.

부작용에 대한 수많은 논란이 있지만, 처벌 자체는 분명 효과가 있다. 일각에서 주장하듯 처벌을 강화하면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처벌이 범죄 예방 효과가 있으려면 비행을 저지르려는 청소년이 처벌을 예측하고 두려워해야만 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비행 청소년들은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폭력을 쓴다.

오히려 그들의 세상에서는 미래의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가 더 멋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 경우 단순히 강력하게 처벌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처벌은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

사회가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너의 고통을 방관하지 않겠다" "앞으로도 누구든 너를 건드리지 못하게 하겠다"는 위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피해자의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려면 '세상은 정의롭고 안전하며 나는 나약하지 않다'라는 믿음과 자존감이 먼저 회복돼야 한다. 하지만 '재수 없게 걸렸다'거나 '처벌을 받았으니 죗값을 치렀다'며 뻔뻔한 태도를 드러내는 가해자는 처벌을 받더라도 피해자의 정서적 상처를 악화시킨다.

처벌 과정에서 가해자 반성 참회 이끌어내야
공감능력 가르치는 것은 결국 어른의 몫

도덕의 발달 단계를 연구한 학자 콜버그(Kohlberg)는 처벌 여부를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상태를 가장 낮은 단계라고 봤다. 처벌을 통해 가해자를 후회하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뉘우치게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죄의 대가로서 처벌은 필요하다. 하지만 범죄 예방과 피해자 치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면, 처벌 과정에서 가해자의 반성과 참회를 이끌어내야 한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피해자의 고통을 느끼고 피해자에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들에게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감능력을 가르치는 것은 결국 어른들의 몫이다.

성인에 비해 청소년은 교육에 잘 반응하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와 교육이 이뤄진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자라날 수도 있다. 또 청소년의 문제는 가족의 문제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는 만큼, 가해 청소년의 가정에도 개입해 부모에 대한 치료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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