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연구팀 "임상 진단기준 적용 시 놓치는 환자 있다"…문제는 비용 대비 효과
그러나 스페인 Spain's Hospital Universitario Puerta de Hierro의 Pablo Garcia-Pavia 박사팀은 이러한 임상 진단기준으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진단에 실패한 환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전자 검사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진단받았음에도 임상 진단기준에는 부합하지 않은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LDL-C가 160mg/dL 이상인 65세 이하의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 103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 또는 두 가지 임상 진단기준을 적용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진단했다.
유전자 검사 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과 관련된 총 7개 유전자(LDLR, APOB, PCSK9, APOE, STAP1, LDLRAP1, LIPA)와 다유전인자성 고콜레스테롤혈증과 연관된 12개의 대립 유전자를 확인했다.
그 결과 유전자 검사에서 확인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는 약 9%였으며,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유전자 변이가 없는 환자 중 다유전인자성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의심되는 환자는 29%였다.
이들에게 임상 진단기준을 적용해 진단율을 분석한 결과, Dutch Lipid Clinic 기준에서 44%, Simon Broome 기준에서 33%가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진단되지 않았다. 즉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 2~3명 중 1명은 임상 진단기준으로 질환을 진단받을 수 없었다.
Pavia 박사는 "임상 진단기준으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정확하게 진단하기는 어렵다"며 "LDL-C가 160mg/dL 이상인 젊은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이고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의심된다면 질환을 즉시 진단할 수 있도록 임상 진단기준보다 유전자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 스탠포드의대 Joshua W. Knowles 교수는 논평을 통해 "현재 유전자 검사 비용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고,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유전자 변이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면서 "향후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통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진단 시 유전자 검사의 유용성을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전자 검사 정확성 높지만 비용 대비 효과 낮다"
이처럼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검사를 바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를 국내 임상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다양한 유전자 변이로 질환이 발생한 경우 일부 유전자만 검사해 질환을 진단 내릴 수 없고, 각 가계에 대해 직접적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현재 국내에서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진단을 위해 유전자 검사 진행 시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검사 비용도 상당한 상황이다.
성균관의대 김재현 교수(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는 "임상 진단기준으로 확인되지 않는 환자가 있을 수 있어 유전자 검사로 많은 유전자를 확인하는 것이 확실하지만, 아직 유전자 검사를 임상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과 관련된 유전자가 많아 임상에서는 1~2개 유전자만 검사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라고 진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전자 검사 비용이 비싸고, 임상 진단기준으로 질환을 진단해야 그나마 환자를 등록할 수 있다"면서 "아직 국내 임상에서 유전자 검사의 비용 대비 효과가 낮기에 유전자 검사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확인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