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연구팀 "임상 진단기준 적용 시 놓치는 환자 있다"…문제는 비용 대비 효과

정밀의학의 핵심으로 떠오른 유전자 검사가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진단에서도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으로, 현재 임상에서는 가족력, 임상병력 등을 토대로 질환을 진단한다.하지만 임상 양상에만 의존할 경우 일부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를 놓칠 수 있다는 한계점이 있다. 따라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의 확진을 위해서는 유전자 변이에 대한 직접적 또는 간접적 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돼 왔다(Korean Journal of Medicine 58권 3호. 2000 pp. 283-292).이에 더해 최근 스페인 연구팀은 젊은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가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의심되면 즉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J Am Coll Cardiol 2017;70(14):1732-1740).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진단에 유전자 검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와 함께 국내 임상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짚어봤다.Simon Broome·Dutch Lipid Clinic 기준으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진단현재 임상에서 활용하고 있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진단기준은 Simon Broome과 Dutch Lipid Clinic 기준이 대표적이다.Simon Broome 기준은 2015년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에서 소개한 진단기준으로, 명확한(definite) 또는 가능성 있는(possible)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나눠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먼저 명확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콜레스테롤 기준에 맞으면서 본인이나 부모, 형제, 자녀(일차 친척) 또는 조부모, 부모의 형제(이차 친척)에게 건의 황색종(tendinous xanthomas)이 있는 경우 △LDL 수용체 돌연변이, 가족성 apo-B100 결손증(familial defective apo B-100), PCSK9에 대한 DNA 기반 증거가 있는 경우 중 최소 한 가지에 부합했을 때 진단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콜레스테롤 기준이란 △16세 미만으로 총콜레스테롤이 260mg/dL 초과 또는 LDL 콜레스테롤(LDL-C)이 155mg/dL 초과하거나 △16세 이상으로 총콜레스테롤이 290mg/dL 초과 또는 LDL-C가 190mg/dL 초과한 경우를 의미한다.이러한 콜레스테롤 기준을 만족하면서 △이차 친척 중 50세 미만 또는 일차 친척 중 60세 미만에 심근경색 가족력이 있는 경우 △일·이차 16세 이상 친척 중 총콜레스테롤이 290mg/dL 초과 혹은 16세 미만 자녀, 형제, 자매 중 총콜레스테롤이 260mg/dL 초과하는 고콜레스테롤혈증 가족력이 있는 경우 중 한 가지 이상 만족한다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Dutch Lipid Clinic 기준은 △가족력 △임상병력 △육체평가 △LDL-C 기준 △DNA 분석 등 총 다섯 가지 그룹으로 분류해 각각의 자세한 진단기준과 점수를 제시했다.각 그룹 당 높은 점수를 합산해 총 점수가 8점을 초과하면 명확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6~8점이면 준(probable)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3~5점이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가능성이 있으며(possible), 3점 미만이면 질환 가능성이 낮다(unlikely)고 명시했다.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 2~3명 중 1명, 임상 진단기준으로 진단 안돼

그러나 스페인 Spain's Hospital Universitario Puerta de Hierro의 Pablo Garcia-Pavia 박사팀은 이러한 임상 진단기준으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진단에 실패한 환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전자 검사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진단받았음에도 임상 진단기준에는 부합하지 않은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LDL-C가 160mg/dL 이상인 65세 이하의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 103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 또는 두 가지 임상 진단기준을 적용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진단했다.

유전자 검사 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과 관련된 총 7개 유전자(LDLR, APOB, PCSK9, APOE, STAP1, LDLRAP1, LIPA)와 다유전인자성 고콜레스테롤혈증과 연관된 12개의 대립 유전자를 확인했다.

그 결과 유전자 검사에서 확인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는 약 9%였으며,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유전자 변이가 없는 환자 중 다유전인자성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의심되는 환자는 29%였다.

이들에게 임상 진단기준을 적용해 진단율을 분석한 결과, Dutch Lipid Clinic 기준에서 44%, Simon Broome 기준에서 33%가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진단되지 않았다. 즉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 2~3명 중 1명은 임상 진단기준으로 질환을 진단받을 수 없었다. 

Pavia 박사는 "임상 진단기준으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정확하게 진단하기는 어렵다"며 "LDL-C가 160mg/dL 이상인 젊은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이고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의심된다면 질환을 즉시 진단할 수 있도록 임상 진단기준보다 유전자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 스탠포드의대 Joshua W. Knowles 교수는 논평을 통해 "현재 유전자 검사 비용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고,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유전자 변이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면서 "향후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통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진단 시 유전자 검사의 유용성을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전자 검사 정확성 높지만 비용 대비 효과 낮다"

이처럼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검사를 바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를 국내 임상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다양한 유전자 변이로 질환이 발생한 경우 일부 유전자만 검사해 질환을 진단 내릴 수 없고, 각 가계에 대해 직접적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현재 국내에서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진단을 위해 유전자 검사 진행 시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검사 비용도 상당한 상황이다. 

성균관의대 김재현 교수(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는 "임상 진단기준으로 확인되지 않는 환자가 있을 수 있어 유전자 검사로 많은 유전자를 확인하는 것이 확실하지만, 아직 유전자 검사를 임상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과 관련된 유전자가 많아 임상에서는 1~2개 유전자만 검사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라고 진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전자 검사 비용이 비싸고, 임상 진단기준으로 질환을 진단해야 그나마 환자를 등록할 수 있다"면서 "아직 국내 임상에서 유전자 검사의 비용 대비 효과가 낮기에 유전자 검사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확인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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