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준 교수 ·슈팅글 교수, IL-17A억제제 등장으로 약물 스펙트럼 넓어져

피부가 두꺼워지고 붉은 발진과 각질뿐만 아니라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건선이 최근에는 대사증후군이나 심혈관계 질환과의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단순한 피부질환이라기 보다 전신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또한 완치가 어려운 건선은 지금까지 PASI(Psoriasis Area and Severity Index) 75를 치료 기준으로 삼아 왔다. 하지만 DLQI(Dermatological Life Quality Index)가 0점 또는 1점을 나타내는 환자의 비율이 PASI 90, PASI 100을 만족할수록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 건선 치료에 있어 더 높은 기준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의과대학 게오르그 슈팅글 교수와 대한건선학회 송해준 회장(고대구로병원 피부과)을 만나 유럽과 한국의 건선 유병률 추이 및 건선 치료 기준의 변화 등에 대해 들어봤다.Q. 유럽의 건선 유병률은 어떤가?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라고 들었는데?(게오르그 슈팅글 교수) 오스트리아에서 건선 유병률은 2% 정도다. 유럽에서 남부보다 북부 지역에서 유병률이 조금 더 높게 집계되는 것으로 볼 때 아마도 기후 같은 것이 건선의 발병과 관계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전반적으로는 2~3%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환자 수가 늘고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는 있다. 진단율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병원에 가서 기꺼이 검사를 받길 원하는 환자들이 늘었고, 첨단 진단 장비도 진단율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송해준 교수) 우리나라가 속한 아시아 지역은 유럽이나 북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다. 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기반으로 추정해 보면 0.5%~1% 사이로 생각된다. 한국은 유병률이 증가 추세로 보인다. 건선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데 기여하는 인자들이 현대인들에게 불리한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트레스, 기후, 생활의 불규칙, 트라우마와 같은 상처를 받는 등 영향을 끼치는인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이러한 인자들이 건선 유병률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는 모르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체감한다.
 

Q. 경증보다 중등도 및 중증 건선의 치료가 더 까다로울 것 같다. 중증도 및 중증의 건선 환자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송 교수) 인구기반은 아니지만, 2013년도에 공동연구로 전국 25개 병원을 조사한 바 있다. 대개 PASI 스코어로 중증도를 따질 때 10점을 기준으로 나뉜다. 약 1260명의 환자를 조사해 본 결과 PASI 스코어가 10점 이하의 경증 환자가 약 75% 정도였고, 10점 이상의 환자들이 약 25%로 4분의 1이 중등도 및 중증에 속했다. 

만약 이를 체표면적(BSA, Body Surface Area)이나 DLQI(Dermatological Life Quality Index) 기준으로 한다면 양상이 조금 다르다. 체표면적이 10% 이상인 환자들은 45.9%로 집계됐고, DLQI 점수 11점 이상인 환자들은 54.1% 정도가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고 보고했다. 이는 모두 대학병원을 방문했던 증상이 심각한 환자들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일반 인구 기준으로 따지면 좀 더 희석될 것이다.

(슈팅글 교수) 대학병원은 경증 환자보다 중등도에서 중증의 환자들이 많다. 우리 병원(오스트리아 비엔나 의과대학교) 피부과에서 집계한 유병률을 보면, 25% 정도가 중등도에서 중증, 나머지 75%가 경증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인구 기준으로 봤을 때는 아마 경증이 90%, 중등도에서 중증이 나머지 10% 정도 될 것으로 본다.

Q. 중등도에서 중증 건선 환자의 치료법은?
(슈팅글 교수) 유럽은 내약성과 효과 모두 우수한 생물학적 제제들이 있어도 가격이 비싸면 환자가 약제에 대한 부담금을 전액 본인이 부담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처방하기 어렵다. 급여 기준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중등도에서 중증 건선 진단 후 메토트렉세이트, 사이클로스포린, 푸마린산 에스테르 또는 광선 치료법 등을 행한다. 하지만 환자가 이러한 약제들에 대해 불내성을 보이거나 효과가 없는 경우 생물학적 제제들을 처방할 수 있다. 의사로서 가장 효과가 있는 옵션을 선택하기보다 급여기준, 환자의 재정 등 그 외에 생각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송 교수)시스템이 우리나라와 닮았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쓰는 것은 메토트렉세이트, 사이클로스포린, 아시트레틴, 그리고 광선치료 이 4가지다. (푸마린산 에스테르라는 약물은 유럽에서는 허가를 받았지만 우리나라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이를 약 3개월 정도를 시도하고 실패하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법이다. 다른 치료법으로 넘어가면 생물학적 제제들을 시도한다. 고가인데다 보험 적용을 받더라도 60%를 본인부담하게 돼 있다. 일부 심한 환자들의 경우 중증 건선환자 산정특례제도로 10%만 부담하면 되지만 등록 조건이 굉장히 엄격하다. 때문에 소수의 환자만이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 받고 있다.

Q. 중등도 및 중증 건선 환자들이 가장 많이 토로하는 어려움은 어떠한 것인가? 
(송 교수) 가장 문제는 사회 생활에 장애가 생기는 것이다. 결국 환자가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자존감이 저하된다. 환자들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정도로 효과가 개선되고 또한 그 효과가 장기간 유지되기를 가장 기대한다. 육안으로 봐서 남들이 잘 구분할 수 없는 수준까지 좋아져야 할 것이다.

 

Q. 유럽은 PASI 75에서 PASI 90으로 건선의 치료 기준이 변화됐다. 계기가 있다면?
(슈팅글 교수)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외모의 가치가 크다. 이제 건선이 75% 개선됐다고 하면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90% 정도는 당연히 개선돼야 하고, 100%의 개선까지도 환자들이 원하게 됐다. 이는 이러한 목표를 가능케 하는 신약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제들은 PASI 90 달성이 가능하다. 인터루킨 17A 억제제와 인터루킨 23 억제제인데, 두 약물은 단시간 내에 상당히 많은 환자 군에서 PASI 90을 달성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약물을 투여하고 12~16주 경과한 시점에서 거의 50~60%의 환자들이 PASI 90까지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Q.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그 효과가 체감할 정도로 좋은지?
(슈팅글 교수) 인터루킨 17A 억제제의 등장으로 달성하게 된 PASI 90, PASI 100은 기존의 TNF-a 억제제로는 달성할 수 없었던 수준의 목표다. 인터루킨 17A 억제제는 PASI 90을 12주 차에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송 교수) 과거에 나온 약제들(TNF-a 억제제) 중 PASI 90를 달성한 환자의 비율이 높은 것들이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수용하기에는 안전성에 문제가 있었다. 또 약물의 효과가 계속 지속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감소했다. 

Q. 인터루킨 17A 억제제를 통해 국내 건선환자 치료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가?
(송 교수) 환자들이 지난 10년 동안 병원을 다니면서 치료를 해봤지만 건선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못했었다. 획기적으로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 자체를 갖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PASI 90를 기대하는 약을 사용함으로써 본인이 아니더라도 다른 환자가 사용하는 것을 보고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임팩트일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도 제도권의 치료를 받지 않고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 추측한다. 인터루킨 17A 억제제의 등장은 이처럼 치료를 포기했던 분들이 병원에 다시 오게끔 계기를 만들어줄 것이다.

Q. 향후 건선 치료의 패턴 변화를 전망한다면?
(슈팅글 교수) 현재 인터루킨 17A 억제제, 인터루킨 23 억제제 등을 비롯해 총 5가지의 생물학적 제제가 유럽 EMA에 허가 등록을 마쳤다. 인터루킨 17A 억제제가 1차 치료제로 허가 신청을 했고 EMA로부터 이를 승인받았다. 이 외에도 JAK 억제제 등 주사를 싫어하는 경증 환자들에게 경구용으로 쓸 수 있는 약제도 있다. 전체적으로 우리가 갖추게 된 약물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어진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건선 치료 목표는 완치(Cure)다. 패턴 자체를 완전히 바꿔서 다시는 질병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건선 치료의 남은 과제다. 

(송 교수)비슷한 생각이다. 다만, 건선은 단 한 가지 사이토카인의 문제로 생기는 병이 아니다. 지금까지 개발된 약들은 타깃화가 좋다고 하지만 한 가지 사이토카인을 집중적으로 억제하는 제제들이다. 완치를 기대할 수는 없다. 또 건선의 역학 중 정확히 이해하지 못 한 블라인드 스팟이 아직도 많다. 한 번 치료한 다음에 관해가 왔을 때 얼마나 오랫동안 이를 유지하는 것인지, 치료하지 않고 두면 점점 심해지는 것인지 등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슈팅글 교수의 맞춤식 처방 필요성처럼 환자에 따라 보다 잘 듣는 약이 있다. 그 사람을 찾아 이 약은 어떤 특정 환자에게 잘 듣는다는 것을 알아내는데 더 많은 시도를 하게 될 것이다. 또 현재는 한 가지 약으로 끝까지 치료하는 것을 주장하는데 사실 한 가지만 계속 사용하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더 높다. 생물학적 제제들끼리도 병용투여하는 방법을 찾으면 용량은 각각 줄이고 효과는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내성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도입되면서 인간의 힘으로는 신속하게 확인할 수 없는 내용들을 빅데이터로부터 취득해 활용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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