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20만명 수도권 원정진료...윤소하 의원 "의료전달체계 붕괴 심각"

'환자 수도권 쏠림-지방병원의 재정부족-재정부족 따른 투자기피-지방병원 노후화-지역간 의료서비스 격차-환자 수도권 쏠림'으로 이어지는 우리 의료체계의 악순환 고리가 통계로 확인됐다.

▲윤소하 의원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정의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방 환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해마다 증가해 2016년말 진료실 인원 기준 320만 명이 자기 거주지역이 아닌 서울·경기·인천 소재 수도권 병의원으로 원정 진료를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2008년 225만명에서 95만명 늘어난 것으로, 원정 진료에 지급된 건강보험료는 2조 8176억 원에 달한다.

지역별 현황을 보면 부산·대구 등 5개 광역자치단체보다 도 단위에 원정진료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 원정 진료자 수는 충남이 53만 7000명, 강원 40만 5000명, 경북 31만 5000명, 충북 30만 9000명, 전남이 28만 2000명 순이었고,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된 진료비 총액은 충남지역 환자 4628억원, 강원 3264억 원, 경북 3246억원, 충북 2802억원, 전남 2799억원 순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원정진료자의 절반(48%)에 가까운 155만명이 1차 의료기관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암 등 중증질환 뿐 아니라 1차 의료기관에서 볼 수 있는 경증질환도 수도권 진료를 선호하고 있다는 얘기다.

▲2016년 수도권 원정 진료 지역별 진료자수, 진료비

진료비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렸다.

윤 의원에 따르면 전체 원정 진료비의 61.3%에 달하는 1조 7,300억 원이 3차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려 있다.

3차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은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2015년을 제외하면 해마다 늘고 있다. 수도권 소재 3차 대형병원으로 원정진료에 나선 환자 수는 2012년 기준 72만명 급여비는 1조 1116억원이었지만, 2016년에는 환자 수가 81만 9000명으로 10만명 가까이 늘었으며 급여비도 1조 7300억 원으로 6183억 원 증가했다.

BIG 5로 불리는 초대형 병원의 외래 진료환자 중 지방환자 비중도 늘어나고 의료급여비 총액은 해마다 증가해 2012년 3018억 원에서 2016년 4510억 원으로 1.5배 증가했다. 지역별 의료 거점을 중심으로 하는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016년 기준 상급종합병원 원정진료 환자 급여비의 25%가 BIG5 초대형 병원 외래진료로 지급됐다.

▲2016년 수도권 원정진료 의료기관별 진료자수, 진료비

한편 노후·중고 의료장비는 지방쏠림이 확연했다.

윤소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노후·중고 의료장비 지역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보다 강원·충북·경북 등 지방 지역에서 노후 의료장비와 중고 의료장비 활용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제조한지 15년이 지난 노후 의료장비의 지역별 현황을 보면, 강원·대구·충북 지역에서의 의료장비의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장비는 강원 지역에서 노후화가 가장 컸다. 강원지역의 2002년 이전 제조 노후 일방장비는 지역 전체 일반 장비의 41.9%인 9360대이다. 이는 전국 평균인 34.0%보다도 7.9%p, 최저인 광주의 25.4%보다 16.5%p 높은 수치이다.

진단방사선발생장치의 노후화는 대구가 가장 심각했다. 대구 지역의 2002년 이전 제조 노후 진단방사선장비는 지역 전체 21.0%인 858대이다. 대구는 최저를 기록한 세종 지역의 10.9%의 두 배 가까운 비율을 기록했다.

특수장비 노후화가 가장 심한 곳은 충북이었다. 충북의 2002년 이전 제조 노후 특수장비는 38대로 지역 전체의 18.8%로 나타났다. 서울의 8.5%보다 두 배 이상의 높은 노후 특수장비 비율을 보이고 있다. 충북의 노후장비 비율은 일반장비 38.6%, 진방장비 16.8%, 특수장비 18.8%로 모두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2002년 이전 제조(사용연수 15년 이상) 노후 의료장비 지역별 현황(2017년 7월말 기준, 단위: 대, %)

중고 의료장비의 지역별 현황에서도 지방쏠림 현상은 두드러졌다. 

일반장비의 중고 비율은 전남이 27.0%로 가장 높았다. 최저 비율인 강원 지역(17.3%)보다 10%p 가량 큰 차이가 났다.

진단방사선장비는 경북의 중고 비율이 30.6%로 가장 높았다. 18.4%의 중고장비 비율인 제주 지역보다 무려 12.2%p나 차이나는 수치이다.

특수장비는 고가 장비라는 특성상 중고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이 42.9%로 가장 높은 중고장비 비율을 기록했고, 전북(42.4%)·울산(41.8%)이 뒤를 이었다.

서울은 중고 장비 비율이 전반적으로 전국 평균보다 낮아 신규장비의 활용이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고 의료장비(구입) 지역별 현황(2017년 7월말 기준, 단우: 대, %))

윤소하 의원은 "거주지역 1차 의료기관을 통해 치료가 가능한 경증 진료를 위해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를 오는 등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문제가 심각하다"며 "지역 간 의료 환경 격차가 심화되면서 수도권의 큰 병원으로 몰림 현상이 강화되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후 의료장비의 지방 쏠림, 환자의 수도권 쏠림’이라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권역별 공공의료기관 강화를 위해 지역 거점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현대화 투자와 의료자원의 지역별 형평 분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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