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박상준 교수 후향적 연구로 근거 밝혀

 

항고혈압제 선택에 따라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미세혈관 합병증 발생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국내 연구가 나왔다.

지금까지 참고했던 연구가 모두 외국에서 나온 무작위 대조군 통제 연구(RCT)와 메타분석 연구(Meta Analysis)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다만 처방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후향적 연구라는 특성상 정보의 제한적 요소를 내재하고 있어 완벽하진 않다. 그럼에도 국내 당뇨병 환자에게 써야 하는 항고혈압 약제의 기준을 어느 정도 제시했다는 평가다.

어떤 연구이며, 당뇨망막병증 발생률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발표한  논문을 토대로 정리하고, 주 연구자인 서울의대 박상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안과)를 만나 연구 의미를 들어봤다.

국내 당뇨병·고혈압 동반환자 RAS 억제제 처방 근거 마련

당뇨병 환자의 미세혈관 합병증의 하나인 당뇨망막병증은 저시력 및 실명의 주요한 원인이다. 당뇨병 환자들에서 고혈압이 동반된 경우 고혈압 자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당뇨 합병증 발생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항고혈압제를 사용한다.

그중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 억제제(RAS 억제제)에 속하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I)와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가 다른 혈압강하제보다 당뇨망막병증의 발생과 진행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안지오텐신 II가 혈관내피성장인자 활성을 촉진하며 망막병증을 진행시킨다는 기전에 기인한 여러 무작위 대조군 통제 연구에서 당뇨병 환자에게 RAS 억제제를 투여했더니 실제로 망막병증 진행을 늦추는 것으로 나왔으며, 이후 메타분석 연구에서도 확인되면서, 국내외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당뇨병과 고혈압이 동반된 환자에게 1차 약제로 권고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해외에서 발표된 연구이며 국내 근거는 없다.

이에 따라 박상준 교수팀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주제 공모연구를 통해 실제 권고되는 RAS 억제제 사용이 한국인 당뇨망막병증과 당뇨병성 안병증의 발생을 예방하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지 관찰했다.

구체적으로 제2형 당뇨병이 발생한 환자가 이후 고혈압이 생겼을 때 최초로 처방받는 약물이 RAS 억제제인 경우와 기타 다른 고혈압 약제를 처방받은 경우 각각의 당뇨망막병증 및 당뇨병성 안병증의 발생률을 비교했다.

5만여 명 건강보험청구자료 기반 후향적 코호트 연구 진행

이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청구자료, 자격자료 및 국가 일반건강검진 자료를 이용했다. 연구 대상자는 2006년 1월 1일에서 2011년 12월 31일까지 제2형 당뇨병이 새롭게 발생한 환자 중에서 이후 동일 기간에 최초로 항고혈압 약제를 처방받은 이력이 있는 환자다. 즉 당뇨병·고혈압 동반 신환을 선별했다.

이후 고혈압 약제를 최초로 처방받은 시점을 연구등록 시점으로 정의하고, 대상자 중 등록 이전 암, 심근경색증 및 뇌졸중으로 입원한 기록이 있거나, 말기신부전, 당뇨망막병증, 망막 동맥/정맥 폐쇄, 신장질환, 기타망막장애 진단력이 있거나 유리체내 주입술을 받은 기록이 있는 경우는 제외했다. 또 등록 당시 이전 국가일반건강검진 수검 기록이 없는 경우도 제외했다.

이후 연구 대상자가 연구기간 중 최초 처방받은 항고혈압제가 RAS 억제제인 경우, 'RAS 억제제군'으로, 나머지 베타차단제, 칼슘채널차단제, 알파차단제, 혈관확장제 등 인 경우 '기타 약물군’으로 정의하고, 1차 종료점으로 당뇨망막병증의 발생률 및 위험비를 관찰했다. 또한 2차 종료점으로 당뇨병성 안병증(백내장, 녹내장, 망막 동맥/정맥 폐쇄)을 조사했다.

사용한 통계기법은 사회 인구학적 요인과 임상적 요인들을 보정한 콕스비례위험모형(Cox proportional hazard model)과 동시에 민감도 분석으로 표준화 사망비 방법(Standardized mortality/morbidity ratio, SMR)도 병행, 분석했다.

최종 연구 대상자는 5만 2446명이었으며, RAS 억제제군은 2만 916명(40%), 기타 약물군은 3만 1530명(60%)이었다.

표준화 사망비 분석 결과 RAS 억제제 효과 확인

콕스 위험 분석 결과, RAS 억제제군과 기타 약물군의 당뇨망막병증의 발생률은 각각 29.9%와 27.1%로, 오히려 RAS 억제제군에서의 발생률이 높았다. 통계적으로 기타 약물군이 당뇨망막병증 발생 위험을 11%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HR 0.89, 95% CI 0.86-0.92, P<0.0001).

하지만 표준화 사망비 분석에서는 RAS 억제제군 29.9%, 기타 약물군 34.0%로, RAS 억제제군 대비 기타 약물군에서 당뇨망막병증의 발생 위험이 15% 증가했다(HR 1.15%, 95% CI: 1.11-1.19; P<.0001).

2차 종료점인 당뇨병성 안병증 발생률의 경우도 콕스 위험 분석에서 RAS 억제제군 12.4%, 기타 약물군 13.1%로, RAS 억제제군 대비 기타 약물군이 4% 낮았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고(HR 0.96, 95% CI: 0.92-1.01; P=0.1530), 표준화 사망비 방법을 적용한 경우, 당뇨병성 안병증의 발생률은 각각 15.4%와 22.3%로  기타 약물군에서 위험이 RAS 억제제 대비 68%(HR 1.68, 95% CI: 1.60-1.77; P<0.0001) 더 높았고, 통계적으로도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콕스모델 분석에서는 칼슘채널차단제 등 기타 항고혈압제를 투여한 환자에서 당뇨망막병증 발생률이 낮았고, 표준화 사망비 분석에서는 RAS 억제제군에서 위험이 낮았다<표>.

 

하위그룹 분석에서는 세부적으로 RAS 억제제 사용군을 분석했는데, 상대적으로 당뇨병 중증도가 낮고, 혈관질환이 없는 상대적으로 건강한 군에서 RAS 억제제 이점이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단백뇨가 없는 경우 RAS 억제제를 사용하면 기타 약물군 대비 당뇨망막병증 발생 위험을 41% 낮출 수 있었고, 인슐린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도 20% 감소했다. 당뇨병 유병기간이 7년 미만으로 짧은 경우와 경동맥 및 뇌혈관질환이 없는 경우에도 각각 17%와 19% 위험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주 연구자인 박상준 교수는 "분석에 포함된 환자들을 살펴보면 RAS 억제제군과 기타약물군 간의 기저상태가 생각보다 크게 다르게 나왔다. 실제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도 단백뇨가 있는 경우 RAS 억제제 사용을 권장하고 있는 점, 칼슘채널길항제 등의 고혈압 약제와 비교해 RAS 억제제가 부작용이 조금 더 흔한 점들을 고려할 때, 실제 임상환경에서는 조금 더 기저질환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RAS 억제제를 처방받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차이는 통계학적 방법으로 보정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청구자료를 사용하는 본 연구의 한계상 콕스모델에 차이를 보정할 수 있는 공변량을 구할 수 없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민감도분석으로 표준화 사망비를 이용해 RAS 억제군을 기준으로 기타약물군의 성향점수(propensity score)를 보정해 양 군의 기저 상태를 가능한 비슷하게 맞춘 후 다시 분석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양 군의 기저상태가 비슷해진 후에는 RAS 억제제 사용군에서 당뇨망막병증의 발생 위험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결과에서 보듯 당뇨병·고혈압 동반 환자에게 최초 처방약물로 RAS 억제제 외에 다른 고혈압 약제도 상당수 사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표준화 사망비 분석 결과에서 RAS 억제제의 이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국내 당뇨 및 당뇨관련 합병증 관리를 위한 약물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 보정에 한계…분석방법 따라 결과 엇갈려

다만 한계점도 있다. 결과에서 드러났듯 논란이 될 수 있는 가장 큰 부분은 콕스모델 분석과 표준화 사망비 분석에서 서로 엇갈린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건보공단의 청구 자료를 이용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라서 당뇨망막병증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소보정을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다른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자료수집기간이 제한적이어서 연구에 포함되기 이전에 이미 당뇨병성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환자의 최초 당뇨병 진단 시점이 지연됐을 가능성은 보정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과정에서 최초 당뇨병 진단환자임에도 이미 당뇨망막병증이 있는 환자 비율이 28.3%로 높게 나왔는데 이는 통상 당뇨병 유병기간이 8년인 연구에서 나오는 당뇨망막병증 발생률인 20%보다 더 높은 것이다.

당뇨병이 있는 환자 중 안과진료를 받지 않아 망막병증이 동반돼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환자도 다수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는데 이런 변수도 보정하지 못했다. 또 최초 RAS 억제제를 썼다가 중간에 다른 항고혈압제로 변경할 가능성도 사실상 배제됐다.

이러한 몇몇 한계 때문에 완벽한 보정이 어려웠고, 그 대안으로 사망비 보정 분석 방법을 추가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기본적으로 무작위 대조군 연구는 기저보정을 하지만 이번 연구는 공단자료에서 제공된 자료만으로 진행된 연구라 제한적인 정보만으로 변수를 보정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표준화 사망비 보정을 적용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를 놓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연구 결과를 임의로 해석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다 보여줌으로써 다른 경향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근거는 확보했지만 높은 근거등급을 받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가이드라인 권고대로 RAS 억제제 처방해야”

이번 연구과정에서 국내 당뇨병 고혈압 동반 환자들의 항고혈압제 처방 패턴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국내외 당뇨병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당뇨병 고혈압 동반환자들에게 RAS 억제제 계열을 우선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절반 이상이 권고를 따르지 않고 있었다.

박 교수는 "1차 의료기관에서 RAS 억제제를 쓰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순응도와 부작용 외에도 의사성향, 환자컴플레인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적어도 새롭게 진단받은 당뇨병 환자이면서 이후에 고혈압이 발생한 환자에서 미세혈관 합병증 관리는 매우 중요하므로 RAS 억제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 "당뇨망막병증은 막대한 의료비를 초래하고 나아가 시력저하로 이어질 경우 삶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예방적 접근이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가 제한점은 있지만 당뇨병 합병증 관리를 위한 중요한 근거가 되고 향후 이를 통해 더 나은 연구를 도출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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