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1차약제로서 입지를 다진 베타차단제의 위상이 흔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원인으로 신약의 개발과 시술의 발달을 꼽는다.
베타차단제가 1, 2, 3세대에 걸쳐 발전하는 동안 치료 효과가 좋은 신약 또는 복합제 등이 개발되면서 이전만큼의 베타차단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재관류술이 임상에 도입되는 등 급성기 치료가 발전하면서, 약물치료에 따른 환자 예후의 통계적인 차이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2014년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서 베타차단제의 효과를 확인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들을 재관류술이 임상에 도입되기 전과 후로 나눠 메타분석한 결과, 재관류술 도입 전에는 베타차단제의 생존 혜택이 나타났지만 도입 후에는 사망률이 감소하지 않았다(Am J Med 2014;127(10):939-953).
경상의대 정영훈 교수(창원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는 "과거에는 베타차단제만으로도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게 충분한 효과가 나타났고 안전성도 확보됐다"며 "하지만 여러 신약이 개발되고 다른 약물과의 병용요법 또는 고용량 치료전략, 시술의 발전 등으로 인해 베타차단제 자체가 줄 수 있는 치료 혜택은 과거보다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근거 쌓이면 진료지침 권고등급 조정될 가능성 있어"
일각에서는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급성 심근경색 환자들을 대상으로 베타차단제의 치료 혜택에 대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Hall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관찰연구를 토대로 향후 베타차단제 치료에 따른 예후를 비교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실제로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진행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무작위 대조군 연구는 주로 신약의 효과 및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된다. 즉 개발된 지 오래됐고 임상에서 적용되고 있는 약물의 효과를 재검증하기 위해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시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베타차단제 관련 연구는 환자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기에 새로운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이처럼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어려운 상황에서 베타차단제에 대한 진료지침 권고안에는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단 권고등급의 변화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제기한 관찰연구 또는 메타분석 결과 등이 계속 발표된다면 현재 권고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 교수는 "현재 진료지침에서는 베타차단제를 강력하게 권고해 이를 변경하기 위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진료지침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단 베타차단제의 생존 혜택에 의문을 제기한 메타분석 등이 발표돼 근거가 쌓인다면 권고등급 조정은 있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