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전담전문의제도, 환자·의사 모두 만족 ... "복지부 의지 보여줘야 할 때"

▲ 서울아산병원 진료전담교수들이 활약하는 85병동 모습. 강재빈 교수(사진 오른쪽)가 간호사와 환자 상태를 얘기하고 있다.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환자도 의사도 이 제도가 하루빨리 병원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야말로 칭찬 일색이다. 현재 정부가 시범사업 중인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얘기다. 환자와 의사 등 관계자 대부분이 이처럼 환영하는 제도가 있었을까!

시범사업 초기 분위기는 잘 될까 하는 의심이 더 많았다. 그래서 서울대병원은 물론 지방의 국립대병원들은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하지 못해 시범사업이 제때 출발조차 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도 절반 이상의 병원이 입원전담전문의를 구한 상태다. 

그런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시범사업을 하는 몇몇 병원에서 환자와 의사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제도라는 긍정적 사인이 나오면서 기류가 변하고 있다. 

입원 환자 만족도 "굿" 

현재로서는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어떤 형태로 본궤도에 오를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환자들이 만족하고 있고,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교적 시범사업을 일찍 시작한 분당서울대병원. 112병동에 응급환자들이 입원했다 다른 병동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환자 만족도가 높다는 입소문이 나고 있다. 

112병동 수간호사는 "입원전담전문의들이 병동에 상주하며 환자들이 궁금한 것을 자세하게 설명해 줘 만족도가 아주 높다"며 "우리 병동에 입원해 있다 다른 병동으로 이동한 환자가 서비스가 너무 다르다며 불만을 호소한다"고 말한다.  

길병원도 입원전담전문의 활약으로 환자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발표됐다. 길병원에서 퇴원한 김 씨는 "환자를 내 가족 같이 대해준 의료진과 간호사께 너무도 감사드린다"며 "입원전담전문의께서 자상한 마음으로 친절하게 모든 상황을 설명해 줘서 감동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서울아산병원도 온콜로지 병동인 85병동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아산병원에서도 입원전담전문의제도는 환자들의 호평을 듣고 있다고. 

강재빈 진료전담교수는 "병동 환자들은 대부분 전공의에게 진료를 받는데, 전문의들이 상주하면서 상담이나 진료 등을 하니까 매우 좋아하고 만족해한다"고 말한다. 

환자 반응은 만족도 설문조사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아산병원은 최근 85병동에서 퇴원한 환

▲ 서울아산병원 김준환 진료전담교수

자 42명, 교수·임상강사·간호사 등 의료진 46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진료전담교수의 진료 서비스에 대한 환자들의 전반적 만족도(100점 만점)가 90점이었다.

김준환 진료전담교수는 "실제 환자들이 매우 만족하고 좋아한다. 설문조사 결과가 너무 좋게 나와 우리도 깜짝 놀랐다"며 "그동안 환자들이 아침에 회진할 때 의사 얼굴 한 번 보고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퇴원 후 주의사항에 대한 상세한 설명(96%) ▲입원 후빠른 시간 내 병실 방문(93%) ▲존중과 예의를 갖추어 응대(91%) ▲통증 조절 요구에 대한 신속한 대응(89%) 등이었다.  

김 교수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환자들이 의사에게 엄청난 서비스를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며 "환자가 통증을 느낄 때 달려 와주고, 질병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것 등에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볼 때 입원전담전문의제도는 꼭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의사도 "굿"  

입원전담전문의라는 미지의 세계에 뛰어든 의사들도 힘들지만 계속하고 싶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온정헌 교수는 "처음 시도되는 입원전담전문의제도라 힘들지만 병동에서 환자와 교감하는 기쁨이 있다"며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환자와의 만남에 무게 중심을 두기도 한다. 환자와 상담하는 시간이 길어져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를 형성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길병원 입원전담전문의 진재용 교수는 "환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입원치료를 담당하는 교수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비교적 중한 내과질환으로 입원하게 되는 환자만 전문적으로 돌본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라며 "환자와 의료진 간 대화의 시간이 증가해 서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서로를 신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가는 것도 큰 수확 중 하나"라고 말했다.  

▲ 세브란스병원 외과 정은주 입원전담전문의가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내과와 외과에서 시범사업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외과에는 모 대학병원 외과 부교수를 그만 두고 입원전담전문의를 선택한 정은주 임상교수 등이 활약 중이다.   

입원전담전문의뿐 아니라 병원의 다른 교수들도 호의적이다. 

세브란스병원 외과 이강영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는 아니지만, 외과를 총괄하고 있는 교수다. 이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병원에 들어온 후 병동 환자들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을 덜었다고 고백했다. 

이 교수는 "사실 내가 너무 좋다"라며 "외과는 수술실에 들어가면 길면 종일 걸릴 때가 있다. 결국 병동 환자들은 의사 얼굴 한 번 보지 못한다. 주치의로서 죄책감을 많이 느꼈다. 그런데 입원전담전문의가 환자를 24시간 돌보고 있으니까 그동안 가졌던 죄송스러움이 사라졌다"고 웃는다. 

또 "입원전담전문의가 자리 잡으면 문제가 되는 PA 문제와 전공의특별법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핵심은 "수가 현실화"
환자도 만족하고, 의사도 만족하는 입원전담전문의제도. 이제 남은 것은 정부가 이 제도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다. 수가 현실화와 신분 보장이 그 키워드라 할 수 있다.

아산병원은 5명의 진료전담교수를 채용할 경우 한달에 꽤 많은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가 작은 병원이라면 더 큰 비용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수가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입원전담전문의제도는 쉽게 정착하지 못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서울아산병원 안수종 진료전담교수는 "이 제도의 핵심은 수가 현실화라 할 수 있다"고 강조

▲ 서울아산병원 안수종 진료전담교수

하며 "대학병원보다는 작은 병원들에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수가가 현실화도지 않으면 병원들이 손해를 보면서 할 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상영 교수도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의료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에서 나온 제도인 만큼 전문의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에 걸맞은 수가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분 보장은 어떻게?   

수가 현실화보다 어려운 문제가 입원전담전문의들의 신분을 어떻게 보장하느냐다. 정부가 시범사업을 총 36개 기관에서 시행하려고 했지만 이 문제로 난관에 부딪힌 것이다. 병원 내 불확실한 신분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안수종 교수는 "중환자가 많은 종양내과라 일도 많고, 보호자 면담도 많아 일의 중증도는 매우 높은 편"이라며 "일을 하는 것에는 어려움은 없지만 미래에 대한 고민은 있다. 임상 트랙을 하면 경력이 남지만, 입원전담전문의는 무엇이 남을까 하는 회의가 든다. 또 지금 하는 일이 좋은 일자리가 될까 하는 걱정도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분당서울대병원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것은 종합내과를 만들어 교수 직위를 부여한 덕분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교수 신분으로 이들을 자리매김하는 것은 힘들 것이란 시선이 우세하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대학에서 교수 TO는 매우 적다. 그래서 연구교수나 기금교수 등 다양한 교수가 존재한다. 그런데 입원전담전문의들이 어떤 프로세스도 거치지 않고 교수로 입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입원전담전문의가 대학병원뿐 아니라 대형병원 등에도 안착해야 하는 제도라 교수라는 명칭은 사용하기에는 더욱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분 보장을 위해 병원 내 전담전문의에게 중요한 역할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호스피탈리스트들은 교육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도 한달에 한번 병동간호사나 인턴 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한다는 것 자체가 입원전담전문의들에게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는 것은 물론 신분 보장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강영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들이 또 다른 학문 분야를 개척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다. 외과의사가 대부분 수술을 잘할 뿐이지 입원하고 있는 동안 항암치료나 영양치료 등은 전문가가 아니라는 것. 

이 교수는 "학문의 각론 즉 세부전문의는 많지만 총론 즉 전체를 볼 수 있는 전문가는 부족하다. 내가 수술은 전문가지만 환자가 입원하고 있는 동안 영양이나 감염 등은 잘 알지 못한다"며 "앞으로 입원전담전문의들이 입원환자 관리 전문가로서 연구하고, 간호사나 전공의 등을 교육하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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