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별 성별 따라 치매 위험 상당한 차이…다른 유전자 및 바이오마커 찾는 연구 활발

'APOE(apolipop roteinE) 유전자'가 대표적 치매 유발 인자로 알려지면서 국내 병원에서도 APOE 유전자형 검사 시행 빈도가 점차 늘고있다.APOE는 3가지 유전자 다형성(E2, E3, E4)이 있는데, 그중 APOE e4 대립유전자가 알츠하이머 치매, 루이체 치매, 혈관치매 등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왔다.그러나 최근 APOE e4 대립유전자 보유자의 경우 인종 및 성별에 따라 치매 발병 위험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조기진단에 주요 역할을 해온 APOE 유전자에 전문가들은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APOE e4 대립유전자 보유 여성, 남성보다 치매 위험 커
문제의 시발점이 된 연구는 8월 28일 JAMA Neurology에 게재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Arthur Toga 박사팀 논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APOE e4 대립유전자를 보유한 65세 이상 여성은 같은 연령대 남성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연구 제1 저자인 Toga 박사팀이 미국, 이탈리아, 스위스, 스페인, 대만 등 5개국 11개 기관 24명의 연구자들과 함께 백인 남녀 5만여 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APOE e4 대립유전자를 보유한 65~75세 고령 여성은 APOE e4 대립유전자를 보유한 남성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4.37배 더 높았다.

최근까지 여성이 남성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더 높은 이유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베타아밀로이드 침착을 감소시키고, 뇌혈류를 증가시키는 등의 효과가 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폐경기 이후 여성 뇌세포가 이러한 호르몬 변화에 취약하다는 가설도 제시됐지만 근거가 미약해 대체적으로 호르몬, 교육, 평균 수명 등의 차이로 설명하는 데 그쳤다.

연구팀도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에 주목했다. 여성은 51세부터 에스트로겐이 점차 감소하는데, 에스트로겐이 베타아밀로이드 침착을 감소시키는 것을 넘어 APOE e4 대립유전자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성균관의대 서상원 교수(삼성서울병원 신경과)는 "APOE e4 대립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성별로 치매 발병 위험이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것은 맞다"면서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고 말할 수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APOE e4 대립유전자 보유 동양인, 서양인보다 위험
인종별 차이는 어떨까? APOE e4 대립유전자를 보유한 동양인에서 치매가 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대 국책치매연구단 이건호 교수팀이 지난달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APOE e4 유전자형의 경우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더 높았다. 연구팀은 한국인과 일본인 알츠하이머병 환자 2200명을 포함한 총 4500명의 유전체와 혈액 속 베타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질 농도, 뇌척수액 등을 종합 분석했다. 그 결과 APOE e4 대립 유전자를 보유한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2.8배 더 높았다.

건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강민석 교수팀이 국내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에서도 APOE e4 대립 유전자 관련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Korean J Biol Psychiatry 2013;20:104-110).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보건복지부 치매 조기검진사업 대상자 중 35명을 추려내 APOE 유전자를 검사한 결과 APOE e4 대립유전자를 동반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이보다 인지기능 저하가 더 빠르게 진행됐는데, 특히 기억력이 유의미하게 떨어졌다.

이처럼 APOE 유전자 중 e4 대립유전자가 치매 발병에 영향을 미치지만, 인종 및 성별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APOE 유전자가 알츠하이머병의 절대적 예측인자가 될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 교수는 "일부 연구에서는 오히려 동양인 알츠하이머병 환자군의 절반 이상은 APOE e4 대립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또 "APOE e4 대립 유전자를 동반하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치매 발병 위험군을 선별하기 위해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APOE 유전자만을 조기 예측인자로 활용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미국의학유전학회도 1차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성명서를 통해 APOE 유전자만을 알츠하이머병 진단 또는 예측에 활용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진단 바이오마커 개발 현황 보니…
이처럼 APOE 유전자의 다양성에 대한 빈도가 인종과 성별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는 만큼, APOE 유전자 외 다른 유전자 및 진단 바이오마커를 찾는 연구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Perry G. Ridge November 7, 2013 Plos one).

실례로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밝혀진 치매병리와 관련된 변이유전자에는 SOL1, CLU, PICALM, CR1, BIN1 등이 있다. 이들 유전자의 기능과 치매와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연구가 현재 진행 중이다(Lambert, J-C., et al., 2013).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Rahul Desikan 교수팀은 여기서 더 나아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 31개를 찾아내 치매 발병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법을 개발했다(PLOS Medicine March 21, 2017). 이는 알츠하이머병 환자 1만 7008명과 정상인 3만 7154명의 유전자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했다.

APOE 외에도 다양한 유전자 변이를 발견한 연구팀은 이들 유전자 변이를 이용해 발병 시기 측정이 가능한 방법을 개발했다. 검사법은 유전자 변이 정도와 알츠하이머병 연령대를 종합적으로 합산한 통계를 조합해 일명 '발병위험 점수'를 매기는 형식이다.
 
유전자 변이가 많을수록 알츠하이머병 발병이 더욱 빨라지는데, 이 방법을 적용했을 때 유전자 변이 점수가 상위 10%에 있는 사람들은 평균 84세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 10%는 95세에 발병한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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