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IDE-IT 연구, NT-proBNP 목표 치료군과 일반적인 치료군 간 입원율·사망률 차이 없어

심부전 진단에 필수검사로 활용하는 바이오마커는 BNP(B-type natriuretic peptide)와 NT-proBNP(N-terminal pro BNP) 등이다. 여러 연구를 근거로 BNP와 NT-proBNP는 급성 호흡곤란 또는 심부전을 진단하는 유용한 진단지표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특히 NT-proBNP는 BNP보다 반감기가 길어 심부전 초기단계 또는 증상이 없는 환자에서 심부전을 감별진단하는 데 용이하다.그러나 NT-proBNP가 심부전 진단지표를 넘어 환자 예후까지 예측할 수 있는지는 논란이 있다. NT-proBNP를 낮췄을 때 심부전 환자 예후가 개선되는지는 연구마다 다른 결과를 내놓기 때문이다.그런데 지난달 미국 연구팀이 NT-proBNP 측정 결과를 기반으로 약물 용량을 조절하면서 치료하더라도 입원율 또는 사망률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무작위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NT-proBNP가 예후 예측지표로서 가치가 없다는 입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8월 22일자 온라인판).

NT-proBNP, '진단지표'로 입지 '탄탄'…'예후 예측지표'로는 의견 '분분'

NT-proBNP는 약해진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많이 방출되는 호르몬이다. 구체적으로 심부전이 발병한 경우 체액량이 늘어나면서 심근벽이 팽창하고, 이때 자극으로 호르몬 전구물질인 proBNP가 BNP 또는 NT-proBNP로 분리된다. 즉 NT-proBNP 수치가 급격히 증가했다면 심장기능이 손상된 심부전 환자라고 진단내릴 수 있다. 

대한심장학회 심부전연구회는 심부전 진단지표로서 NT-proBNP의 유용성을 인정, 지난해 '만성 심부전 진료지침'과 지난 6월 '급성 심부전 진료지침'을 통해 NT-proBNP 검사를 포함한 심부전 진단 알고리듬을 제시했다. 

하지만 NT-proBNP를 심부전 환자의 예후 예측에도 활용할 수 있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NT-proBNP의 목표 수치를 설정해 약물을 조절하면서 심부전 환자를 치료할 경우 생존율이 개선되는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3년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CC·AHA) 심부전 가이드라인에서도 심부전 환자의 입원율 또는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BNP 또는 NT-proBNP 수치를 연속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유용한지 확실하지 않다면서(Class IIb, Level of evidence B), 예후 예측지표로서의 유용성은 분명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고려의대 나진오 교수(고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는 "NT-proBNP 수치가 높아졌다면 심부전이라고 진단할 수 있지만, 치료 후 NT-proBNP 수치가 감소하면 환자 예후가 좋아질 것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며 "NT-proBNP는 심부전 경중도를 판단하는 진단지표로서의 가치가 높지만 예후 예측지표로서의 유용성은 논란이 있다"고 설명했다.

PROTECT 연구 vs GUIDE-IT 연구, 상반된 결과 발표

예후 예측지표로서 NT-proBNP의 유용성 논란에 불을 지핀 대표적 연구가 PROTECT 연구와 GUIDE-IT 연구다. 2010년에 발표된 PROTECT 연구는 유용하다고 결론 내렸지만, 지난달 발표된 GUIDE-IT 연구는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PROTECT 연구는 좌심실 박출률이 40% 미만인 외래 내원 심부전 환자를 NT-proBNP 1000pg/mL 이하 목표 치료군 또는 일반적인 치료군으로 무작위 분류해 예후를 비교했다(J Am Coll Cardiol 2011;58(18):1881-1889). NT-proBNP 목표 치료군은 측정 결과에 기반해 약물 용량을 조절하면서 치료했다. 

10개월(중앙값)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NT-proBNP 목표 치료군에서 심부전 악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 등이 일반적인 치료군 대비 56% 낮았다(P=0.02). 

이러한 긍정적인 결과로 연구는 조기종료됐지만, 심부전 환자 1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소규모 연구라는 점은 한계점으로 지적됐다. 

GUIDE-IT 연구 "NT-proBNP 기반 치료전략, 예후 개선 효과 없다"

GUIDE-IT 연구는 PROTECT 연구보다 더 많은 환자를 추적관찰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둔다. 최종 결과에 따르면, NT-proBNP 측정 결과를 기반으로 약물 용량을 조절해 치료하더라도 일반적인 치료군과 입원율 또는 사망률 차이는 없었다.

연구에는 좌심실 박출률이 40% 이하로 감소한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환자 900여 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NT-proBNP 1000pg/mL 미만 목표 치료군 또는 일반적인 치료군에 1:1 무작위 분류됐다. 

1차 종료점은 심부전으로 처음 입원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로 정의했다. 2차 종료점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 총 심부전 입원율, 이상반응 발생률 등으로 설정했다.

15개월(중앙값)간 추적관찰한 결과 1차 종료점 발생률은 NT-proBNP 목표 치료군과 일반적인 치료군 모두 37%로 같았고 위험도 평가에서도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HR 0.98; P=0.88).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각각 12%와 13%로 비슷했고(HR 0.94; P=0.75), 2차 종료점도 두 군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를 주도한 미국 듀크임상연구소 G Michael Felker 박사는 논문을 통해 "NT-proBNP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목표 수치까지 낮추기 위해 약물을 조절하면서 치료하면 일반적인 치료군보다 예후가 좋을 것으로 가정했지만 예상과 달랐다"면서 "NT-proBNP를 기반한 치료전략은 환자 예후 개선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제언했다. 

"국내에서도 NT-proBNP를 예후 예측인자로 활용하기 어려워"

GUIDE-IT 연구와 같이 NT-proBNP가 예후 예측지표로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이유는 이뇨제 작용기전에서 찾을 수 있다. 심부전 환자가 이뇨제를 복용하면 체내 혈액량이 감소하면서 NT-proBNP 수치가 떨어지지만, 이로 인한 생존율 이득이 없다고 보고되기 때문이다.

나 교수는 "이뇨제는 호흡곤란 등을 조절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지만, 생존율을 개선하지 않는 등 환자 예후와는 관련이 없다. NT-proBNP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봐야 한다"며 "국내 임상에서는 아직 NT-proBNP를 예후 예측인자로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미국 및 캐나다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인종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아시아인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한 국내 또는 아시아인 대상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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