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보다 몇 천원까지 싸게 드려요" ...주문 및 취소 반복 '골머리'

 

지난달 말부터 독감백신 판매에 들어간 영업 현장에는 소리없는 총성이 오가고 있다. 

과당경쟁으로 손해를 감수하는 판매가격이 형성되는 등 치킨게임을 방불케한다는 전언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예상보다 빨리 독감이 유행했던 것을 대비해 일선 개원가에서는 독감백신을 구비하고 있다. 

경기도 평촌의 한 소아청소년과 K원장은 "독감 유행시기를 예측할 수 없어 일단 준비는 하고 있다"면서 "4일 생애 처음 접종하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은 시작됐고, 이달 말 본격적인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제약사들은 지난달 말 독감백신 판매에 나섰다. 

그러나 수익을 담보할 수 없는 판매가격이 형성되거나, 이미 받은 주문이 경쟁사에 의해 취소되는 등 과당경쟁으로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A제약사 관계자는 "1만원 중반에 독감백신을 주문받았지만 타 경쟁업체에서 가격할인에 들어가는 바람에 주문이 취소되거나 수량이 줄었다"면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B제약사 영업 담당자는 "거래처에서 모 회사는 독감백신을 얼마에 판매한다고 하더라면서 전화가 와 마진은 커녕 손해를 감수하면서 가격을 내렸다"며 "서로 최저가라고 말하는 바람에 이미 수량이 정해져서 발주가 들어가야 상황임에도 여전히 주문과 취소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C제약사 관계자는 "이제는 가격을 먼저 말하지 않고, 기존 주문한 가격보다 1000~2000원 더 저렴하게 판매하겠다면서 가격을 흐리는 곳도 있다"며 "같은 회사지만 거래처마다 판매가를 다르게 책정하는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정위에 제소라도 해야하는 것 아니냐. 이러다 독감백신 무료로 풀릴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백신 없는 회사가 부럽다"고 전했다. 

독감백신을 판매했어도 걱정이다.  

국내사 한 관계자는 "실적 압박때문에 단가를 맞춰주겠다고 판매를 했지만 손해를 감수하면서 판매를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며 "반품 절차도 까다로워 자칫 거래처와의 신뢰관계도 깨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회사 관계자는 "추산된 독감환자 보다 백신 생산량이 많아 진흙탕 싸움을 연상시키고 있다"며 "곧 어느정도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뒷처리는 결국 담당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된 독감백신 국가출하승인 수량은 2000만명이었으며, 매년 독감백신 소요량은 1700만∼18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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