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대한간학회 학술지서 강조 진단법 정확하지 않아

▲ E형 간염 바이러스, 미국 CDC 제공

유럽에서 오염된 소시지로 인한 E형 간염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E형간염은 후진국 질환이 아니라는 과거 국내 연구자 논문이 주목을 끌고 있다. 또 지금까지 국내에서 감염된 사례를 보면 대부분 A형간염과 동시 감염한 사례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고려의대 변관수 교수(대한간학회 이사장)는 지난 2010년 대한간학회 학술지에 '급성 바이러스성 간염'을 다루면서 급성 E형 간염에 대한 최신 지견을 발표했다. 특히 지금의 현상을 예견한 듯 선진국에서 E형 간염의 전염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변 교수는 "과거처럼 유행이 발생하는 후진국 호발지역에만 국한되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와 경제적 여건이 비슷하거나 더 선진국인 나라에서도 E형 간염이 토착화돼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최신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 역학 데이터를 소개했다.

또 돼지를 비롯한 일부 동물에서도 E형 간염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고 이로 인한 동물-인간 간에 감염 예가 보고되고 있으며, 일부 장기이식자 등에 국한되지만 면역억제상태인 경우 E형 간염 바이러스가 혈중에서 장기간 검출되며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국내에서 E형간염 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한 사례도 소개했다.

먼저 변 교수는 국내 일반인에서 IgG anti-HEV 양성률은 1990년대에 이미 9~10%로 비교적 높게 보고되고 있고 국내 돼지에서도 swine HEV가 검출되고 있으며, 비호발지역인 선진국에서도 E형 간염이 토착화되어 있다는 점으로 미뤄 우리나라에서도 급성 E형 간염이 토착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서 IgM anti-HEV 검사법을 이용해 급성 E형 간염으로 추정된다고 보고된 예는 2002년을 시작으로 적게는 1예에서 많게는 60예까지 이미 총 100예를 넘고 있다"면서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환자들의 발병 기전은 확실시 않다"고 덧붙였다.

교수에 따르면, 지금까지 호발된 환자들의 경우 해외 유행지역으로의 여행력이 있었던 환자는 극히 일부분이다. 따라서 대부분 국내에서 발생한 사례라는 것이다.

또 동물-인간사이에 감염을 의심할 수 있는 익지 않은 육류(특히 돼지)를 먹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 IgM anti-HEV 검사만으로 진단한 사례다.

이중 일부에서 IgG anti-HEV를 함께 검사했지만 이 중 일부는 IgG 항체가 음성이고 IgM 항체가 1년 이상 장기간 양성인 예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변 교수는 "무엇보다도 전체 100례 중 A형 간염과의 동시 감염 예가 80예 이상으로 너무 높았다"고 밝혔다.

진단법 정확도 문제 치료법도 없어

그러나 현재 E형 간염의 혈청학적 진단법이 다른 바이러스성 간염의 혈청학적 진단법과 달리, 정확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환자수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변 교수도 국내 보고 예들 중에 임상적인 동시 감염의 특징 없이, A형 간염과의 동시 감염 예가 너무 지나치게 많다는 점만 봐도 국내 보고 사례 중에 실제 E형 간염이 아닌 위 양성 예가 상당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변 교수는 "앞으로는 IgM anti-HEV 양성뿐 만 아니라 혈청이나 분변에서의 HEV RNA의 직접 검출, 합당한 IgG anti-HEV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다 신중한 급성 E형 간염의 진단을 내려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현재 E형 간염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연세의대 안상훈 교수(소화기내과)는 "백신이 있다고 하지만 환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공급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급성 E형간염을 치료할 수 있는 약제는 없고, 대부분 대증요법으로 치료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분간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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