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늘어 매출 상승” vs “약가 인하 불가피”
보건의료산업계, 득실 놓고 의견 엇갈려…“세부 정책 지켜봐야”

 

국민건강보험의 비급여 항목 축소를 통해 공공의료 보장 범위를 확대한다는 내용의 '문재인 케어'를 둘러싸고 의료계와 정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지만 되레 의료계는 유토피아 발상에 착안한 실현불가능한 대책이라며 날을 세우는 모습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 본격적인 대응에서 나섰다. 의료계의 반발 기류가 거세지는 가운데 문재인 케어가 보건의료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지 살펴봤다.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에 '주목'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통해 2022년까지 30.6조원의 재정을 투입할 예정이며 건강보험 의료비 보장률을 60% 초반에서 70%로 끌어올리고 국민 부담 의료비를 18% 감소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주요 방안은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취약계층 중심의 개인 의료비 부담 상한액 적정 관리 △긴급 위기 상황 지원 강화 등이다. 이들 중 제약 및 의료기기산업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방안은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부분이다.

치료효과가 어느 정도 기대되나 높은 비용에 비해 효과가 분명하지 않아 비급여로 분류했던 약제에 대해 환자 본인부담률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방침인데, 이는 급여혜택을 받지만 일부 전액본인부담 조항이 있던 기등재약에 대한 급여가 선별적으로 확대된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MRI와 초음파 검사의 횟수·개수 제한을 내년까지 우선 해소하고 심사체계 개편방안을 마련해 치료에 필요한 검사를 모두 급여화할 계획으로, 의료기기업체들에게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들의 치매, 틀니 등의 의료비 부담도 경감된다. 중증치매환자에게 산정특례를 적용해 본인부담률을 20~60%에서 10%로 인하되며, 틀니와 임플란트 본인부담률은 50%에서 30%로 낮아진다. 이는 곧 치매 치료제 및 임플란트의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제약업계, 수요 확대로 인한 ‘호재’ 기대

제약업계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 시행을 앞두고 이해득실을 가늠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 늘어나는 진료량에 따른 의약품 소비가 늘면서 매출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도 있는 반면, 재정적 부담으로 인한 약가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 

우선 문재인 케어가 제약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는 일각에서는 비급여가 급여로 전환되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감소해 다양한 진료를 받게 되고, 이에 따라 의약품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고 추측한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면 의료서비스와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른 수요 확대가 발생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상했던 것보다 급여화 범위가 넓어 다양한 의약품의 매출 증가가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급여 확대에 따른 환자 부담 감소로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늘어나고 이에 따른 의약품 소비도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발표하기 이전 공약사항으로 내걸었던 '치매 국가 책임제'가 이번 정책을 통해 탄력을 받아 치매 치료제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우리나라 치매환자 수는 2016년 기준 68만 6000여 명에 이르며, 2030년에는 약 127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른 총진료비는 약 2조 4000억원(1인당 진료비 환산 시 403만원)에 달하는데, 치매국가책임제 시행에 따라 치매 질환에 대한 본인부담률이 10%로 인하되면 치매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대부분의 치매 치료제는 도네페질 성분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인 대웅제약의 아리셉트가 2016년 629억원(유비스트 기준)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뒤이어 삼진제약의 뉴토인이 123억원, 동아ST의 아리도네가 57억원, 종근당의 뉴로페질이 44억원의처방액을 올렸다. 아울러 치매 치료제는 아니지만 뇌 기능 개선 효과가 있는 종근당의 글리아티린은 302억원의 원외처방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에 더해 치매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실제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치매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가 다수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DA-9803 개발 과정에서 신경전달 물질을 증가시키고 신경세포 보호에 효과가 있음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대화제약은 최근 천연물 치매 치료제 DHP1401의 임상 2b상 첫 대상자가 등록,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개시했고, 일동제약의 ID1201은 현재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또 보령제약과 SK케미칼은 패치형 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메디포스트, 지엔티파마, 아이큐어, 젬벡스앤카엘 등 바이오제약사도 치매 치료제 개발에 한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조금만 더 관심을 둔다면 치매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업계도 미래지향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부담에 약가인하 불가피" 부정적 예상도

이처럼 문재인 케어로 제약업계의 외형적 성장을 예견하는 데는 큰 이견이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업계에 이득이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대대적인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재정 건전성이 악화돼 약가인하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측은 수조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과 국고지원액, 재정 절감, 3% 이내의 매년 건보료 인상 등을 재원마련 방안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에는 건보 재정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면 약가인하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사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문제 건전성을 이유로 신약의 약가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고, 일괄 약가인하 등 가격인하 정책을 통해 재정 문제를 해결하려 해왔다"며 "이를 볼 때 향후에는 더 강력한 약가인하 정책들이 시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은 재정 조달 방안에 약가인하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아 긍정적으로 보지만, 가파른 인구 노령화 및 의료비 상승 추세에 더해 보장성 강화 정책까지 시행되면 정부가 추가적인 재정 조달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이 관계자는 "비급여의 단계적 전면 급여화 정책으로 국민에게 보장성 강화라는 큰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것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제약업계에게는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수혜는 다국적사가? 보장성 강화 득실 '알쏭달쏭'

이 같은 예측과 더불어 국내사의 제품은 대부분 급여 혜택을 받고 있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인 반면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 등을 보유한 다국적사들은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급여혜택을 받고 있지만 다른 적응증에는 경제성 입증이 미흡해 100% 본인부담으로 약값을 지급해야 했던 치료제에 대해 본인부담률 30~90%를 선별 적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대장암 치료제인 '얼비툭스(성분명 세툭시맙)'는 지난 2014년부터 위험분담약제로 급여혜택을 받고 있지만 급여기준이 세분화돼 있다.

'EGFR 양성과 RAS 정상형(wildtype) 전이성 직결장암'에서 1차 irinotecan+leucovorin+(infusional)+fluorouraci(FOLFORI)+얼비툭스와 Oxaliplatin + leucovorin + (infusional) fluorouracil (FOLFOX) + 얼비툭스를 처방할 경우 일부(5/100)만 약값을 부담하면 되지만, 2차 이상 irinotecan과 병용투여할 경우 얼비툭스 약값을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두경부암 치료에서도 '국소진행성 stage3, 4(non-metastatic)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으로 일부 기준에 모두 해당하는 환자'는 급여혜택을 받지만, 재발성·전이성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 환자에 '얼비툭스+fluorouracil+cisplatin'을 투여할 경우 얼비툭스의 약값은 환자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 이 같은 본인부담 부분이 보장성 강화로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국적사들이 이를 마냥 반기는 것은 아니다.

다국적사 한 관계자는 정부의 취지에 대해 공감한다고 전제한 후 "보장성 강화 정책은 기등재약에 한해 제한된 적응증에 대한 비급여를 완화해주겠다는 것인데, 혜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비급여가 급여화되면서 환자 본인부담률이 5%라면 환자도, 회사도 서로 윈-윈이겠지만 30%, 50%, 70% 등 선별급여가 적용된다면 차라리 가격을 인하해 5%만 환자가 부담토록 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약에 대한 보장성 강화 방안이 빠져 있다는 것도 신약 등재기간 단축 등을 기대했던 다국적사로서는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다국적사 임원은 "중증질환 환자의 문제점은 기존 치료제에 대한 내성 발현"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약에 대한 접근성 및 보장성이 강화돼야 하는데 이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다국적사 관계자는 "선별급여 적용이 신약에 해당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신약 보장성 강화는 빠져 있다. 우선 기등재약에 선별급여를 적용해 보고 신약에 대해서도 확대 고려하겠다는 언급만 있었어도 괜찮았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서 "보다 실현 가능성 있는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세부사항이 다듬어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의료기기업계, 신포괄수가제가 ‘변수’될까

의료기기 업계 역시 호재가 있음을 예상하면서도 웃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긍정적인 신호는 MRI와 초음파의 전면 급여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간(상복부), 심장, 부인과 초음파, 척추 및 근골격계 질환 MRI 등 체감도가 높은 항목이 우선 급여적용되고 2020년까지는 모두 급여권에 편입된다. 

또한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 오는 11월부터 틀니, 내년 7월부터는 임플란트 본인부담률이 50%에서 30%로 인하된다. 이에 따른 수요 증가가 의료기기 업체들의 매출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반면 이들 외 치료재료 등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이해득실을 따지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오히려 정부가 신포괄수가제를 실시하면 치료재료의 가격이 낮아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의료기기 업체 한 관계자는 "비급여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신포괄수가제도를 확대 실시하겠다고 했는데, 병원 수익이 줄어들면 치료행위나 검사비용은 손댈 수 없으니 신의료기술을 받아들이기 꺼려하거나 치료재료 가격을 인하하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의료기기 업체들이 가진 품목 중에는 급여에 유리한 것도 있지만 비급여가 이익인 제품들도 있다"며 "현재로써는 긍정적이라고만 예상하기는 힘들다. 정부의 세부적인 계획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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