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CE·ACE, 폐경 호르몬 치료지침 개정판…정맥혈전색전증 위험 있을 땐 경피용 HRT 권고
경피용 제제가 경구용 제제와 비교했을 때 치료 효과면에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에 몇몇 연구결과를 통해 정맥혈전색전증을 비롯한 뇌졸중, 심혈관질환 위험도 낮춘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 한몫했다.
캐나다 연구진이 경피용 호르몬 제제의 효능 및 안전성을 입증한 결과가 대표적인 예다.
캐나다 맥길대학 Renoux C 교수팀이 7만 5668명을 대상으로 경피용 호르몬 제제의 효능을 알아봤다. 그 결과 경피용 호르몬 제제를 사용한 군이 그렇지 않은 군보다 뇌졸중 발병 위험이 0.95배 감소했다. 반면 경피용 호르몬 제제를 이용한 호르몬대체요법을 시행하지 않은 군에서는 뇌졸중 발병 위험이 오히려 1.89배 증가했다는 게 연구팀 부연이다(BMJ 2010;340:c2519).
국내 연구진도 2012년 비슷한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모았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폐경 클리닉에서는 호르몬 치료를 받은 건강한 폐경 여성 49명을 대상으로 경피용 에스트로겐 제제 효능을 알아봤다(J Korean Soc Menopause 2012; 18:113-118).
호르몬 치료를 위해 에스트로겐 0.1% 겔을 사용했고, 표준 용량인 1.5mg을 하루 1번, 1년 동안 전완부에 도포했다. 경피 호르몬 치료를 3개월 동안 시행한 후 변화를 알아본 결과 폐경 증상은 치료 전과 비교해 개선됐다.
혈중 총 콜레스테롤 농도 역시 치료 12개월 후 유의미하게 감소했고, 공복혈당은 치료 전 대비 6개월 그리고 12개월 후 모두 감소했다. 골 흡수 표지자인 데옥시피리디노린(deoxypyridinoline, DPD)도 치료 전과 비교해 유의미한 감소를 보였다.
부작용은 자극 또는 통증과 같은 유방과 관련된 증상 발생 빈도가 32.1%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두통(17.8%), 도포로 인한 피부 자극(14.3%) 순이었다.
대한폐경학회 윤병구 회장(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은 "이미 국내외 폐경학회는 경피용 제제 사용을 권고했다. 내분비학회가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폐경학회(IMS) 및 북미폐경학회(NAMS), 미국내분비학회(ACE)도 뇌졸중과 정맥혈전색전증 위험이 있는 폐경기 여성에서는 경구용 제제 대신 경피용 제제를 사용하도록 권고한 상태다.
윤 회장은 "효능 면에서 경피용 제제가 경구용보다 뒤처지지 않고, 부작용 측면에서는 오히려 경구용보다 더 나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아직 경피용 제제의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한 연구가 부족해 근거가 더 많이 쌓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방암 환자 타목시펜+항우울제 병용 금지
이와 함께 위원회는 지침서에 폐경 후 호르몬 치료 시행 시 항우울제인 SSRI(선택적 재흡수 억제제) 처방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위원회는 유방암 환자의 폐경 증상 완화 시 처방되는 SSRI는 득보다 실이 많아 항암제인 타목시펜과 특정 SSRI 병용을 피하도록 했다. 특히 플루옥세틴이 타목시펜 작용 대사를 방해해 약제 효과를 떨어뜨려 함께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폐경기 주된 증상인 열성 홍조 완화를 위해 처방 중인 벤라팍신, 시탈로프람, 클로니딘, 가바펜틴, 프레가발린 등은 단독 복용할 것을 권했다. 이들 약물은 열성 홍조를 최소 30%에서 최대 60%까지 완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역시 타목시펜과 병용하지 않도록 했다.
이 밖에 위원회는 일부 폐경기 여성이 복용하는 약초의 일종인 승마(black cohosh)는 치료 효능이 없고 부작용 위험이 높아 복용을 삼가야 한다고 했다.
현재 폐경 증상 관리를 위해 많이 처방되는 대체약물 성분에는 승마를 비롯한 이소플라본, 비타민 E 등이 있다. 하지만 성분 대부분이 임상연구에서 폐경 증상에 대한 효과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연구에서 승마나 비타민 E 치료가 폐경 증상을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결과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