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발표..."의학적 비급여 전면 급여화"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새정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직접 발표했다. 새 정부 임기 내에 의학적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것이 골자다. <사진출처: 청와대>

재인 정부가 파격적인 수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의료행위라면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 환자의 본인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춘다는 것이 골자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정부가 향후 5년간 추진해 나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특정 정책을 주제로 직접 대국민 브리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만큼 정책의 중요도를 높이 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용도 상당히 획기적이다. 비급여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오던 기존 방향에서, 일정기간 내에 비급여를 완전히 해소하는 방향으로 접근법 자체를 바꾼 것. 기존의 정책이 재정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제도를 리모델링해온 수준이라면, 새 정부 정책은 집을 아예 새로 짓는다는 개념에 가깝다.

핵심은 미용과 성형 등 일부를 제외하고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건강보험에서 보장한다는, 이른바 '비급여 전면 급여화'다. 해당 작업이 완료되면 미용과 성형 등 치료와 직접적 연관성이 없는 경우만 비급여로 남게 된다.

▲문재인정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주요 내용(보건복지부)

"필수의료 모두 보장" 건강보험 지향점 실천 선언

모든 의료 서비스는 건강보험 적용 여부에 따라 크게 급여와 비급여로 나뉜다. 보통 급여라고 하면 월급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건강보험에서 급여란 '돈을 준다'는 의미다. 건강보험 급여는 건강보험에서 돈을 주는 의료서비스, 비급여는 건강보험에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의료서비스를 뜻한다. 

우리 건강보험은 사회보험의 성격을 갖고 있다.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내고, 그 돈을 모아 건강보험 재정을 운영하며,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진료를 보도록 시스템이 설계되어 있다.

이에 원칙적으로 건강보험으로 모든 국민의 의료비용을 보장한다는 지향점을 가지고 있으나, 건강보험 재정이 한정되어 있다보니 이를 효과적으로 쓰자는 취지로, 다수 의료서비스 가운데 일부를 뽑아(선별적 적용)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운영되어 왔다.

 

건강보험 적용대상을 선택하는 기준은 의학적 필요성과 안정성 및 유효성, 비용효과성 등이다.

의학적으로 필요성이 인정되며 비용 대비 효과도 높다고 판단된 경우는 '급여'로 분류, 일부 환자본인부담을 제외하고 해당 서비스 비용을 건강보험에서 지불한다. 

건강보험 적용대상으로 뽑히지 못한 의료서비스는 건강보험에서 비용을 주지 않는 비급여로 남아 있다. 

행위 자체가 치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거나, 비용대비 효과성이 떨어지는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을 주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되며 해당 서비스에 대해서는 비용의 전부 또는 상당부분을 환자가 자체 부담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 중 치료와 무관한 일부 행위를 제외하고, 모든 비급여들을 완전 해소한다는 목표다. 

의학적 필요가 있다면 모든 질환에 대해 건강보험을 선 적용함으로서, 국민건강에 필요한 모든 의료서비스는 건강보험이 보장한다는 제도의 지향점을 실현해 나간다는 선언이다.

▲새 보장성 강화대책에 따른 급여 적용방식 변화(보건복지부)

MRI 등 횟수제한 내년까지 완전 폐지...2020년까지 모든 질환 보장  

먼저 정부는 치료적으로 필요성은 인정되나 건강보험 재정부담 등을 고려해 그간 서비스 중 일부에 대해서만 건강보험에서 비용을 지불해왔던 의료 서비스를 제한없이 급여화하기로 했다.

건강보험 적용 횟수와 대상질환을 제한했던 MRI나 초음파 검사비용이 이에 해당한다. 건강보험에서는 이를 '기준비급여'라고 부른다. 

실제로 MRI 검사는 암과 뇌혈관질환 등 일부 질환에 대해 진단시 1회만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초음파 검사 또한 4대 중증질환과 임산부에 대해서만 건강보험 급여가 되고, 나머지 환자들에게는 비급여로, 검사비용을 전부 환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 기준비급여를 2020년까지 모두 완전 급여화하기로 했다. 일단 2018년까지 건강보험 재정부담을 이유로 걸어놨던 횟수와 개수 제한을 모두 풀고, 이후 대상질환을 사실상 MRI나 초음파 진단이 필요한 전체 질환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MRI-초음파 급여화 연도별 주요 항목(보건복지부)

구체적 로드맵도 마련했다.

MRI 건강보험 적용범위는 현재 암과 뇌혈관질환에서, 2018년 인지장애와 추간판탈출증, 2019년 혈관성 질환과 복부(간·담낭·췌장), 2020년 근육·연부조직 질환, 양성종양과 염증성질환까지 확대한다.

초음파 급여 범위는 현재 4대 증증질환 등에서, 2018년 심장·흉부질환과 비뇨기계·부인과 질환, 2019년 두경부·갑상선 질환·2020년 근골격계 질환 및 근육·연부조직·혈관질환까지 확대한다.

고가 검사-수술-약제도 건보가 일부 비용 부담

비용 대비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급여권 내로 진입하지 못했던 고가 항암제, 다빈치로봇수술 등은 예비급여의 형태로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급여화된다. 안정성 및 유효성은 있으나, 비용효과성이 입증되지 못했던 이들 서비스를 건강보험에서는 '등재비급여'라고 부른다. 

일례로 다빈치로봇수술은 기존 복강경 수술에 비해 수술 부위가 작고 회복이 빠른 장점이 있으나 수술비용의 차이가 너무 커 (전립선암 기준/ 복강경 135만원, 로봇수술 최고 1500만원) 비급여로 남아있었다.

정부는 이처럼 비용효과성이 떨어지는 비급여는 본인부담 차등화(50%, 70%, 90%)를 통해 우선 예비적으로 급여화를 진행하고, 향후 평가를 통해 급여 지속여부를 결정해 나가기로 했다. 

▲등재 비급여 연도별 해소 계획(보건복지부)

한편 약제는 약가협상 절차가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해 현재의 선별급여 방식을 유지하되,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도입키로 했다.

예를 들어 현재는 A라는 항암제가 위암과 간암에 모두 효과가 있어도, 경제성이 입증된 특정질환에 대해서만 급여가 적용됐으나, 앞으로는 경제성이 미흡한 다른 질환에 대해서도 본인부담률을 차등화하는 방법으로 급여화를 진행한다. 경제성이 입증된 위암에 대해서는 완전급여, 경제성이 덜 증명된 간암에 대해서는 선별급여를 하는 식이다.

치료와 무관한 주사나 레이저시술, 라식수술 등 '선택비급여'는 이번 전면 급여화 대상에서 제외된다.

선택진료 2018년 완전 폐지...상급병실료-간병비 부담도 해소

정부는 이와 더불어 선택진료와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이른바 국민부담을 높이는 3대 비급여도 실질적으로 해소해 나가기로 했다.

일단 선택진료제도는 예정대로 완전 폐지된다. 기존에는 선택진료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면 15%~50%까지 환자가 비용을 추가부담을 해야 했으나 2018년부터는 선택진료의사와 선택진료비 자체가 모두 사라진다.

선택진료 폐지로 발생하는 의료기관 손실은 의료질 제고를 위한 수가 신설과 수가 조정 등을 통해 보상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병실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범위도 확대한다. 현재에는 4인실 이상 다인실에 대해서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나, 앞으로는 2인 이상 다인실과 1인실도 건강보험 적용대상이 된다.

다만 1인실은 중증 호흡기 질환자나 출산직후 산모 등으로 제한하고, 1~3인실 본인부담은 상급병원 쏠림현상을 감안해 기본보다 높게 책정하기로 했다. 

간호간병서비스 또한 지속확대, 2022년까지 간호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반병상을 10만 병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보장성 강화 대책 이행에 2022년까지 30조 6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0조원의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을 활용하는 한편, 국고지원 현실화와 보험료 부과 기반 확대, 재정누수 방지대책 시행 등을 통해 필요 재원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새 보장성 강화 계획 이행에 따른 소요 재정 추계(보건복지부)

'사후관리 강화' 필연적...의료계와 갈등 불가피

획기적 보장성 확대와 발맞춰 각종 사후관리도 강화된다. 급여보장 범위가 넓어진만큼 늘어날 환자의 의료이용량과 재정부담, 비급여 풍선효과 등 부작용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인데, 의료계와의 갈등도 예상된다. 

정부의 보장성 강화계획 이행과 발맞춰 새로 급여로 진입하는 서비스는 물론, 기존 급여 서비스까지 사실상 모든 의료서비스에 대해 재평가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단 신의료기술평가를 의료기술 평가로 개편해 신규 비급여 외에 이미 진입한 급여의 사후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평가결과 안정성이 없거나 유효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 비급여로 재전환하고, 실손보험 보장범위에서도 제외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대부분의 행위가 급여로 전환되는 상황인만큼 특정행위에 대한 비급여 재전환은 해당 행위에 대한 비용의 상승, 기존 급여행위와의 비용격차로 이어진다. 이 경우 인위적인 시장퇴출 조치 없이도,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선택에서 멀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실손보장 범위 제외도 같은 맥락이다. 

심사방법도 바꾼다. 정부는 의료서비스 남용을 막기 위해 심사체계를 건별 심사에서 기관 총량심사로 전환키로 했다. 기관 총량심사 전환시, 동일 종별-유사 규모 의료기관과 비교해 특정 의료기관의 진료패턴을 파악하기가 용이해진다. 

▲새로운 비급여 발생 차단 및 관리 강화 대책(보건복지부)

비급여 풍선효과 방지책으로는 신속한 급여등재와 더불어 신포괄수가제 확대가 제시됐다. 

일단 새로운 의료기술이 허가될 경우 이를 최대한 빨리 급여와 예비급여로 편입되도록 해, 신의료기술이 새로운 비급여가 되지 않도록 막기로 했다. 

아울러 기관별 비급여 총량관리를 위해 신포괄수가제 적용 의료기관을 대폭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일단은 자율참여가 원칙으로,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도 강화키로 했다.

급여확대에 따른 이득이 실손보험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관계도 재정립키로 했다. 공-사보험 연계법 제정과 공-사보험 협의체 구성 등이 구체적인 실행법으로 제안됐다.

"실현 불가능한 정책...재정 파탄 부를 것" 의료계 즉각 반발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9일 성명을 내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며, 의료행위의 원칙상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필수 의료에 해당하는 비급여 항목의 점진적 급여화에는 찬성하나, 실현가능성 없는 급진적이고 무모한 정책은 단연코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개협은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의 목적은 모든 국민들이 필수의료의 혜택을 경제적 부담없이 누리게 하자는 것"이라며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을 뿐더러 건강보험재정을 볼 때 불가능한 일로 필욘적으로 건강보험재정의 파국을 초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결국 필수항목조차 국민에게 보장하지 못하는 사태를 부를 것"이라며 정책의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정책 강행시 강력한 반대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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