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의 주원인 B형간염 아직도 환자 많아"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수석연구원/교수

박중원 회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간암을 막기 위해 사각지대에 있는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을 관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지난 7월 1일자로 대한간암학회 박중원 회장호가 본격 출범했다. 박 회장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수석연구원이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내 간암 역학 연구와 국내외 장기 코호트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성향은 자기주장이 강한 전형적인 학자스타일이다. 의견이 맞지 않을 때는 드러내놓고 불만도 표출하는 솔직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런 그가 다소 협치적인 성향을 가져야 하는 간암학회 회장직에 선임되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학회의 방향은 교육과 정책 해결

그가 생각하는 학회 추진 방향은 교육과 정책으로 구분된다. 먼저 교육의 경우 정확한 의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내용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그 대상은 가이드라인이다.

지난 2014년 국내 첫 간암 가이드라인 제정을 주도했고 현재 2018년판 가이드라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는 "간암학회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정확한 의료정보를 회원들에게 전달해야 되는 것"이라며 "완성도 높은 가이드라인은 그 첫 번째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젊은 간암 전문의를 위한 노력도 구상 중이다. 그는 "간암치료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반면 또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면서 "임기 중 가능하면 젊은 의사들이 참여하는 스쿨이나 캠프 등을 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급여 정책도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다. 현재 간암학회가 풀어야할 중대한 사안은 항암제와 펫 씨티(PET-CT) 급여 문제이다. 항암제의 경우 다른 치료와 병용이 묶여있고, 펫씨티는 전이검사외에는 급여가 되지 않고 있다.

그는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불합리한 부분이 수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것보다 우선순위를 정해 급여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중 지금의 펫 씨티에 대한 급여제한은 그가 추진한 연구를 근거로 만들어졌다. 그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라면서도 "치료기준의 중요한 근거가 되는 만큼 가능성을 타진해볼 계획"이라고 피력했다.

대국민대상 간암의 날 캠페인도 추진

이런 내부 살림 외에도 대국민간암 인식을 위한 캠패인도 그가 임기 중 주력할 사업이다. 이미 지난해 처음 간암의 날을 선포했다. 2월 2일로 정한 것은 1년에 두 번 2가지 검사(초음파, 혈청알파태아단백)를 정기적으로 하자는 의미다.

그는 "일부 학회의 경우 질환 위험성을 강조한 나머지 국민에게 겁을 주는 경우도 있는데 올바른 방향은 아니다"라며 "간암의 날은 환자에게 두려움을 주기보다 올바른 정보로 제공해 조기검진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소규모 전문학회임에도 대외적 활동까지 시작하는 것은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 간암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운을 뗀 그는 "보건복지부 통계상 연령보정 발생률은 줄고 있다. 이를 토대로 정부에서는 여러 노력들로 인해 줄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 건수는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고령화로 꼽았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B형간염 때문에 사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신 고령이라는 것 자체가 암의 위험도를 올리고 있다는 것. 즉 B형간염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가 길어진데다 환자들의 고령화가 맞물려 간암발생률도 올라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최근 간암을 일으키는 또 다른 원인으로 C형간염을 지목했다. 다행히 C형간염 치료제 등장으로 간암이 50% 줄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러한 기대효과를 얻으러면 조기 치료가 필수적이다.

그는 "치료를 하면 간암 발생률이 낮아지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이 어느정 도 간손상을 입고 치료를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 간암 발생 패턴도 바뀌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인식은 전혀 모르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가 증류주 소비가 전세계 1위이고, 비만 인구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선진국의 간암원인은 대부분이 비만과 술인만큼 우리나라도 간암 발생 패턴이 선구화 형태로 변해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이러한 간암에 대한 인식만 높여도 발생률은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야심차게 계획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간암의 주원인 만성 B형간염 아직도 많아

박 회장이 무엇보다고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국내 간암 환자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의 관리다. 언론보도를 통해 치료제 시장이 천억원대를 기록하는 것만 보면 대다수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고 경고했다.

더 큰 문제는 병원 조차도 B형간염 환자 치료를 등한시 하고 있다는 것. 이런 문제가 나타나는 배경은 현재의 B형간염 치료의 보험기준이 너무 높게 잡혀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몇 해전 WHO가 B형간염에는 보유자라는 말 자체를 아예 없앴다. 이는 B형간염을 갖고 있는 사람은 모든 사람이 치료대상자라는 뜻이다. 그러나 국내 현실에서 이런 환자를 보험진료하면 삭감을 한다"고 말했다.

결국 호미로 막을 것을 방치하다 가래로 막아야하고, 그만큼 정부 재원을 많이 써야하는 비합리적인 의료보험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다행인 것은 늦었지만 간암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

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지난 90년대 초반 10% 에서 현재 32%로 3배가량 증가했다. 그는 "일본은 2000년 초부터 조기검진을 통해 5년 생존율이 현재 거의 50%까지 올라가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한만큼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국가검진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더 큰 상승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새로운 신약에 대한 단상

다른 암과 달리 간암은 치료제도 매우 적다. 색전술을 많이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의미로 보면 오랜만에 등장한 신약에 대한 기대감은 커보였다. 현재 소라페닙 이후 10년만에 두가지 나왔는데 하나는 렌바티닙이며, 다른 하나는 레고라페닙이다. 각각 1차와 2차 치료제이다.

그는 "비록 아주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5년 생존율이 낮은 간암에서 생존율을 개선시켰다는 것은 고무적인 것으로 평가한다"고말했다. 특히 그는 "흔히 2~3개월 더 산다는 것이 무슨의미가 있느냐는 말을 하지만 죽음을 앞둔 환자들에게는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는 것은 또다른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면역치료제가 생각보다 빨리 상용화될 가능성도 전망했다.

그는 "면역치료제가 모든 환자들에게 효과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20-30%에서 효과가 있고 부작용이 굉장히 적기 때문에 병행치료, 복합치료 쪽으로 나갈 수 있는 확장성이 있다"고 피력했다.

논란이 많은 표적치료제와 색전술의 병용 효과에 대해서는 곧 새로운 결과 발표될 예정이라며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겼다. 그는 "지난 2013년부터 말기 간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소라페닙+색전술 병용연구가 지난 6월 종료됐다"며 "현재 데이터 분석 중이고 빠르면 오는 12월, 늦으면 내년 1월 중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중기 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병용 연구는 모두 실패했다는 점에서 이 연구의 결과에 따라 전환점이 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뚜렷한 유전자도 없어 정부의 관심 필요

인터뷰 말미에 박 회장이 재차 강조한 내용은 당장 간암을 줄일 수 있는 B형간염 치료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다. 이런 생각은 최근 미국 NIH와 공동으로 진행한 간암 홀지놈(whole genome) 프로젝트 결과를 보고 더욱 간절해졌다.

결과적으로 간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는 찾아내지 못했고 결국 간암은 초기 단계에서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굳어진 것이다.

그는 "과거 B형간염 치료제 급여기간을 1년, 2년으로 제한하는 사이 간암 환자는 더 많이 생겼다. 현재 치료제 급여제한은 풀려지만 현실적이지 못한 급여기준으로 여전히 많은 환자가 간암에 노출돼 있다"며 "지금 들어가는 약제 및 진단 비용을 아끼면 나중에 더 큰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