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고통에 사회경제적 부담안기는 치매·아토피·희귀질환
블루오션을 향한 혁신신약 개발 지속적 노력

신약개발은 기업의 외형적인 성장을 불러오는 효과도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질병치료'에 있다. 특히 완치가 불가능한 '난치병'과 환자 수가 적은 '희귀질환'은 충족되지 않은 의료 수요가 높은 분야다. 기존 치료제를 뛰어넘는 혁신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는 기업들과 개발 현황에 대해 살펴봤다.◆ Dementia질병과 함께 산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특히 치료법이 미확립돼 평생 식이요법이나 약물에 의지해야 하는 난치병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가족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안긴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 리포트에 따르면, 치매 관련 사회적 비용은 연간 8조 7000억원으로(2010년 기준) 10년마다 두 배씩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돼 2020년에는 18.9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치매 관련 사회적 비용은 암, 심장질환, 뇌졸중 등 3가지 질병을 모두 합한 비용을 초과해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경제적 부담 가혹한 치매...Aβ 타깃 약물 개발 한창
 

기존 치료제를 살펴보면, 나멘다(Namenda) 성분은 안전성은 높으나 효과면에서 부족하고, 아세틸콜린 분해효소(acetylcholinesterase, AChE)와 NMDA(N-methyl-D-aspartate, N-메틸-D-아스파르트산) 수용체 길항제는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만 있어 미충족 수요가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9월 미국 바이오젠의 치매 신약후보물질 '아두카누맙'이 초기 치매환자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연구에서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Amyloid Beta protein, Aβ)의 생성을 막고 인지능력 감퇴를 지연시킨 것으로 확인돼 의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실제 치매 관련 주요 신약 후보물질 중 신경전달물질(36%)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Aβ(32%)다.

Aβ 타깃 약물의 개발 현황을 보면, 바이오젠은 아두카누맙에 대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2020년 초까지 연구를 마칠 예정이다.  

릴리는 2012년 Aβ제거 항체인 '솔라네주맙' 임상 3상에서 치료효과 입증에는 실패했지만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느려진 사실을 발견, 치매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지속했다. 연구는 2020년 완료 예정이다. 

Aβ 생성을 억제하는 또 다른 기전인 BACE(Beta Secretase Cleaving Enzyme) 억제제도 개발되고 있다. 바이오젠과 에자이의 'E2609'와 GSK의 'GSK933776', 암젠과 노바티스의 'CNP520' 등이 주인공이다.

국내에서도 Aβ 타깃 약물이 개발되고 있다. 

대화제약은 천연물신약 후보물질 'DHP1401'의 임상 2b상시험을 개시했다. 해당 물질은 Aβ 생성을 억제하고, 신경세포 보호 효과와 함께 감퇴된 기억력이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동제약이 개발 중인 'ID1201'은 임상2상 단계에 있으며, 체내에서 알파세크레아타아제라는 효소를 촉진시켜 Aβ생성을 억제하고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작용을 가졌다. 

과인산화되지 않고 뭉치기만 해도 독성을 띠는 타우(Tau)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치매 치료제도 나올 전망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DA-9803'을 통해 신경전달 물질을 증가시키고 신경세포 보호에 효과가 있음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 천연물신약을 개발 중이다. 이 제제가 타우 단백질의 과인산화를 막는 기전을 가졌다. 

메디포스트는 제대혈에서 추출한 간엽줄기세포를 원료로 '뉴로스템-AD' 임상 1, 2a상을 진행 중이다.

◆ Atopic Dermatitis

치매에 이은 또 하나의 난치성질환은 아토피 피부염이다. 현대인의 난치병으로 불리는 아토피 피부염은 가려움증이 주된 증상인 만성적인 피부질환으로 원인이 불분명하다. 환경·유전 요인에서 면역학적 반응 등 다양한 요인이 지목되는 상황이다. 

현대인의 난치병 아토피 피부염...스테로이드 ‘족쇄’ 풀어 줄 줄기세포·프로바이오틱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2015년 93만 3000명으로 집계됐다. 2010년 105만 3000명보다 줄어들었지만 20대 이상 환자는 약 32만명에서 36만명으로 4만여 명이 증가했다.

기존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는 스테로이드 성분 연고가 대안이었지만 최근 줄기세포, 프로바이오틱스 등을 이용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선 2022년 6조원으로 추산되는 아토피 피부염 시장을 잡기 위한 다국적사들의 행보가 결과를 내고 있다. 

화이자는 지난해 12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에게 사용하는 연고제 '유크리사(성분 크리사보롤)' 발매 승인을 획득했다. 유크리사는 포스포디에스테라제-4(PDE-4) 저해제 계열로 효능 및 안전성은 2세에서 79세 사이, 경도에서 중등도에 이르는 아토피 피부염 환자 152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됐다. 유크리사를 국소도포한 환자군은 28일 후 피부가 깨끗해지거나 거의 깨끗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어 지난 3월에는 FDA가 사노피의 '두픽센트(성분 두필루맙)' 발매를 허가했다. 두픽센트는 최초의 아토피 피부염 주사제다. 승인은 총 2119명의 중등도·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세 가지 위약 대조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도포용 스테로이드제로 충분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이었는데, 16주 후 피부가 깨끗해지거나 피부 대부분에서 치료 효과가 나타났고, 가려움을 겪는 환자도 줄었다. 

국내에서도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개발이 한창이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제대혈 줄기세포 기반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퓨어스템-AD'를 개발하고 있다. 앞서 진행한 임상에서 투여 환자의 절반 이상 증상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줄기세포 치료제는 이식 거부반응이 없어 부작용이 적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국내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내년에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상용화는 2019년 예정이다.

JW중외제약은 C&C신약연구소와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후보물질 'FR-1345' 상업화에 팔을 걷었다. FR-1345는 히스타민 H4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는 면역세포의 활성과 이동을 차단한다. 항염증 위주였던 기존 치료제들과 달리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한 가려움증과 염증을 동시에 억제하는 특징을 가져 완치를 목표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임상 1상 개시를 위해 올 하반기부터 FDA IND(임상허가신청) 수준의 비임상시험에 착수, 약물 생산 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바이오업체 큐리언트는 가려움증 원인인 류코트리엔(leukotriene)을 차단하는 치료제 'Q301'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휴온스는 와이디생명과학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천연물신약 크림형 제형의 'YD-109'를 개발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최근 아토피 피부염 개선용 프로바이오틱스 'ID-RTH3201'에 대한 환자 대상 임상시험에 성공했다. 회사는 후속 개발 작업을 통해 기능성 제품은 물론, 의약품 등 의료용 소재로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 Rare Disease

환자 수가 적은 희귀질환 치료제는 블루오션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희귀질환은 7000여 종에 이르며, 희귀질환 환자 수 또한 전 세계 3억 5000명에 달한다. 단일 질환별 환자수는 매우 적지만, 전체 질환군으로 봤을 때 세계 인구 중 8%는 희귀질환 유병자로, 유병인구 또한 계속 증가 추세다.7000여 개의 질환 중 적절한 치료법이 개발된 희귀질환은 5% 미만으로 연구개발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분야다. 

‘블루오션’ 희귀질환…유전자치료로 완치 꿈꾼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서는 2020년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이 20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환자 모집에 어려움은 있지만 임상비용과 세금을 줄여주거나 패스트 트랙 제도를 적용해 임상기간을 단축시켜 주는 등 시장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고 개발 혜택이 많아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동아ST는 연세의료원과 유전성 난청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유전성 난청은 선천적인 청력 저하로 5세 전후 대부분의 청력을 상실하게 되는 질환이며, 신생아 1000명 중 2~3명 꼴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와 동아시아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유전성 난청 원인은 세포막에서 이온 상호교환작용에 관여하는 펜드린(Pendrin) 단백질의 돌연변이 때문이며, 환자 40%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연세의료원은 펜드린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단백질을 발견했으며, 이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치료제 개발연구가 한창이다.  

이수앱지스는 제9형 혈액응고인자가 없어 지혈에 필요한 연쇄반응이 끊겨 발생하는 희귀질환인 B형 혈우병 치료제 'ISU304'의 임상 1상을 지난 3월 승인받았다. 치료제 개발이 완료되면 B형 혈우병 대상 세계 최초 피하지방 주사 형태 약물이 탄생하게 된다.

한미약품은 비만, 당뇨병 신약을 개발하면서 희귀질환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LAPSGlucagon Analog는 체내 포도당 합성을 촉진하는 주1회 투여 글루카곤 제제로, 희귀질환인 선천성 고인슐린증 치료제로 개발할 계획이다. LAPSGlucagon Analog가 생체 유사 환경에서 기존 글루카곤 대비 우수한 용해도와 안전성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고, 고인슐린증 동물모델에 투여 시 지속적인 혈당 증가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희귀질환 치료제에서 주목받는 분야는 유전자 치료다.

식약처에 따르면 주요 의료 선진국에서 허가된 희귀질환 유전자 치료제에는 과지단백증 I형 치료제 '글리베라(Glybera)', HLA 적합한 줄기세포 기증자가 없는 ADA-SCID 환자 치료제 '스트림벨리스(Strimveli)' 등이 있다. 그러나 글리베라가 윤리적 이슈와 가격 등의 문제로 사실상 판매를 포기해 희귀질환 관련 유전자 치료제는 스트림벨리스 하나로 압축될 만큼 아직은 두드러지는 활약이 크지 않은 시장이다.

때문에 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자체를 교정함으로써 완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 빅파마를 필두로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이다. 

화이자는 최근 스파크 테라퓨틱스와 B형 혈우병 치료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등 혈우병 분야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중추신경계와 심장관련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위해 벡터 분석 및 면역정찰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기회를 적극 모색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미국 연구소 4곳과 유전자 가위 기술 개발 계약을 체결, 희귀 돌연변이를 찾는 작업에 착수했다.

국내에서는 툴젠이 유전자 가위 기술 선두주자다. 툴젠은 동물실험을 통해 유전자 가위 기술로 혈우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교정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2018년 상반기 전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한 삼성서울병원 홍영빈 박사 연구팀과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손과 발의 말초신경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돌연변이로 인해 중복돼 샴페인 병을 거꾸로 세운 것과 같은 모습의 기형을 유발하는 희귀질환으로 10만명당 36명꼴로 발병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유병인구 2만명 이하 질환을 희귀질환으로 분류하는데 지난해 기준 누적환자수는 103만명"이라며 "희귀질환자 치료비를 지원하는 산정특례제도 시행 등 정부에서도 희귀질환 진단과 치료를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는 만큼 제약사도 환자 중심을 최우선 가치로 연구하고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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