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성 확인에 오랜 시간 필요…일본 조기승인 제도에 주목

도마뱀은 신체 일부가 잘려나가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본모습을 찾고, 열대어인 제브라피쉬는 심실에 손상을 입어도 30~60일이 지나면 심장이 재생된다. 이러한 회복력은 손상된 장기나 조직으로 재생하는 능력을 갖춘 '줄기세포(stem cell)' 덕분이다.줄기세포는 재생 및 복원 능력으로 손상된 부위를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2000년 초반부터 의료계 화두로 떠올랐고,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난치병 환자들의 희망으로 주목받았다.이러한 열풍은 심장질환 치료에도 이어졌다. 심근은 한 번 문제가 생기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며 현재 치료법만으로는 심근 소실과 혈류 감소 등의 병인에 대해서 제한적인 효과만 가진다.때문에 고장난 심장을 줄기세포 치료제로 다시 살리려는 움직임이 이어졌고, 사람 대상의 임상시험 결과와 아울러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치료법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하지만 줄기세포 치료제로 심장을 고쳤을 때 환자가 느끼는 효과, 환자의 삶의 질과 함께 규제 등 한계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 치료로 자리 잡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심장질환 치료 분야에서 줄기세포 치료제가 갖는 의미와 연구 동향 그리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창간특집①]심장 줄기세포 치료제 '돌파구'를 찾아라[창간특집②]"손상된 심근 되살려라"…줄기세포 치료제는 진화 중[창간특집③]줄기세포 치료제, 풀어야 할 과제는?[창간특집④]"줄기세포 치료제 정착 위한 합리적 규제 마련돼야"

효율적 연구개발 위한 가이드라인 필요

그렇다면 줄기세포 치료제가 국내 심장질환 치료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규제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는 줄기세포 치료제 또는 재생의료와 같이 혁신적인 의학의 문제점을 모니터링하는 과정과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현재 규제를 완화하거나 강화하는 등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줄기세포 연구 산업을 육성하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심혈관질환에 관한 근거 중심의 '치료 가이드라인 마련 연구'가 지속적으로 수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까지 시판된 줄기세포 치료제 문제점을 보완하고 차세대 제품 개발 및 치료 적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효율적인 연구 개발과 투자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 일본 등이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을 이끌고 최근 중국과 유럽도 새로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등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에서 우리나라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와 개발에 대한 근거자료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내 전문가들 일본 정책 주목

이와 함께 줄기세포 치료제 관련 규제는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국가의 사례를 참고해 적용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그중 국내 전문가들은 일본 정책에 주목한다.

일본은 줄기세포 치료제가 효과를 보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과 줄기세포 치료제가 임상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에 환자에게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점 등 한계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를 고려해 일본 정부는 줄기세포 치료제를 '재생의료'로 정의해, 국가적으로 재생의료 발전을 촉진하면서 안전성이 입증된 치료를 환자가 신속하게 받을 수 있도록 2014년 '의약품의료기기 등에 관한 법'에 의해 '조기승인(조건부 한시적 승인) 제도'를 도입했다.

줄기세포 치료제 등의 재생의료 제품의 안전성이 확보되고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있다면 조건부 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인간의 세포를 사용하기 때문에 개인에 따라 줄기세포 품질이 불균일하므로,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수집 및 평가에 장기간이 걸린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이를 통해 오랫동안 임상에 적용됐을 때 환자들에게 충분한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7년 뒤 재평가하며, 평가에서 유효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승인을 과감히 취소한다. 

게다가 비용이 너무 비싸면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권유하기 어렵기 때문에 승인한 줄기세포 치료제는 모두 보험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 의료진들은 환자에게 줄기세포 치료제를 권유하는 데 큰 부담이 없다.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9월에 조건부 인허가를 받은 'HeartSheet'다. HeartSheet는 환자 본인의 넓적다리에서 근아세포를 채취 후 배양해 시트로 만들어 문제가 생긴 심장 표면에 붙여 사용하는 치료제다. 

HeartSheet 치료군 60명과 대조군 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을 토대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는데, 그동안 신청에서 승인까지 3년가량 걸렸지만 HeartSheet는 1년 만에 실용화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 급여도 적용됐다.

우리나라는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개발된 줄기세포 치료제는 '의약품'으로 분류돼 '약사법' 및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에 의해 식약처 품목 허가를 받아야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를 임상에 적용하려면 약사법상의 품목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후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오랜 기간 여러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과정만 놓고 본다면 외국보다 규제가 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글로벌 줄기세포 재생의료 연구개발촉진센터(GSRAC) 박소라 센터장(인하의대 생리학교실)은 "줄기세포 치료제는  비싼 만큼 많은 환자에게 적용하고 효과를 확인해 승인까지 이뤄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이에 많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안전성이 입증됐고 충분한 치료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 조건부 허가 후 몇 년 뒤 유효성을 재평가하겠다는 기준이나 비용 문제로 환자를 모으기 어렵다면 평가 기간을 더 길게 가지는 등의 합리적 규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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