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선방했지만 해외시장에선 성과 없어
해외 진출도 시행착오…임상 근거·인프라 부족 원인
국내사들이 개발한 신약들의 지난해 성과를 보면,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 틈바구니 안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이어나가고 있다.
LG화학의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는 국산 신약 최초로 연 매출 500억원을 돌파했고,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종근당의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 일양약품의 항궤양제 ‘놀텍’ 등도 국내에서 상업적 성과를 보상받았다.
실제 ‘제미글로’와 ‘제미메트’는 지난해 557억원(유비스트 기준)을 합작하며 국산 신약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카나브는 제미글로·제미메트에 국산 신약 매출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안정적인 실적은 여전하다. 카나브는 지난해 ‘라코르’, ‘듀카브’, ‘투베로’ 등 복합제를 포함해 473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국산 신약 15호인 카나브는 ARB 계열 약물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총 8개 성분의 ARB 계열 고혈압 치료제 가운데 단일성분 중 매출 1위를 지속하고 있다.
일양약품의 항궤양제 놀텍도 지난해 184억원의 원외처방 실적을 올리며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 놀텍은 출시 이후 평균 매출이 1~2억원에 그쳤지만, 2013년 역류성식도염 적응증을 장착한 이후 빠른 속도로 실적 규모가 증가했다.
종근당의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도 지난해 164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하며 시장 진입 4년 만에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듀비에는 티아졸리딘디온(TZD) 계열 약물로, 2010년 심장병 유발 위험으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된 ‘아반디아’와 같은 약물이라는 이유로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는데, 이를 거둬낸 것이다.
최근 국산 신약들이 국내 시장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해외시장에서는 경험 부족으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국산 신약은 아직까지 해외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우선 국산 신약 최초로 FDA 허가를 받은 LG화학의 ‘팩티브’는 제휴 파트너인 GSK가 임상데이터를 문제 삼으면서 해외 진출에 차질을 빚은 아픈 경험이 있다.
보령제약도 카나브의 해외 진출을 위해 2012년 터키 제약사와 4580만 달러 규모 수출 협약을 맺었지만, 현지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해지된 바 있다. 일양약품은 2008년 놀텍의 미국 임상을 주도하던 탭(TAP)사가 임상3상 진입단계에서 포기를 선언, 미국 진출이 무산되기도 했다.
고전하는 국산 신약, 왜?
국내사들이 야심차게 내놓은 국산 신약이 국내외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왜일까. 전문가들은 다국적 제약사보다 한발 늦은 개발, 임상 근거 부족으로 인한 처방 메리트 부족 등을 이유로 꼽는다.
국내사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개발 신약들이 다국적 제약사가 시장에 출시한 신약을 좀 더 개선한 정도인 '미투(me too) 신약'에 머물렀기 때문"이라며 "시기상으로도 최초로 선보인 신약이 시장에 나온 지 한참 뒤에 출시되거나, 동일 질환에 대한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나올 시기에 뒤늦게 나오다 보니 시장에서 환자에게 처방할 이유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미 비슷한 기전과 효능을 가진 신약들이 시장에 다수 존재했다는 평가다.
또 다른 국내사 관계자는 "앞서 나온 신약들은 대규모 글로벌 임상을 거쳐 출시된 이후에도 꾸준히 후속 임상연구를 진행하면서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국산 신약은 국내 임상을 통해 선보인 탓에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들에 비해 메리트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산 신약이 해외 진출에 부진한 이유를 인프라 부족에서 찾는다. 국산 신약의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
국내 A제약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진행할 마케팅과 영업 인력이 없다 보니 대부분은 해외 파트너사와 함께 진행해야 한다"며 "파트너링을 맺은 회사의 경우 국산 신약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판매 협약을 맺는다기보다는 자신들이 가진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방어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파트너링 업체가 자신들이 갖추지 못한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데 그치다 보니 국산 신약이 해외에 진출하더라도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