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 식약처로부터 ARB+DDP-4 임상1상 계획 승인...개원가 “재미없는데...”

 

카나브의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이번엔 당뇨병이다.  

보령제약(대표 최태홍)이 자사의 자체신약이자 간판스타인 ‘카나브(피마사르탄)’를 주축으로 라인업 강화에 나선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령제약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카나브와 트라젠타(리나글립틴)를 합친 복합제에 대한 임상1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보령제약은 이번 임상시험을 통해 건강한 남성 지원자를 대상으로 카나브와 트라젠타를 각각 단독투여할 때와 병용투여할 때 나타나는 약동학적 상호작용과 안전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북대병원이 임상 수행 기관으로 참여하며, 카나브는 120mg이 선택됐다. 

특히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계열의 항고혈압제와 DDP-4 억제제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 가운데 블록버스터 약물을 활용한 복합제 개발은 이번이 첫 사례인 만큼 세간의 눈길이 쏠린다. 

실제로 카나브는 지난해 405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하며 블록버스터 약물 대열에 이름을 올렸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191억원을 올렸다.

트라젠타도 당뇨병 치료제 가운데 블록버스터 약물이다. 

트라젠타는 2016년 한 해 동안 594억원, 올해 상반기 277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보령제약이 ARB+DPP-4억제제 복합제 개발에 나선 데는 간판 제품인 카나브의 매출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령제약은 카나브 패밀리 라인업 확장을 위해 다양한 복합제를 개발 중이거나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우선 카나브와 암로디핀, 로수바스타틴을 합친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개발을 위해 최근 식약처로부터 임상3상을 승인,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또 2015년에는 카나브와 아토르바스타틴을 결합한 복합제에 대한 임상시험도 진행한 바 있다. 아울러 이미 시장에 출시된 카나브패밀리 라인업은 보령제약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ARB+이뇨제 복합제인 카나브플러스(피마사르탄/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제품명 라코르)는 지난해 54억원, 올해 상반기 30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이어 ARB+CCB 계열 복합제 듀카브(피마사르탄/암로디핀)는 지난해 8월 시장에 출시된 이후 14억원, 올해 상반기 39억원을, 항고혈압제+고지혈증 치료제 투베로(피마사르탄/로수바스타틴)는 올해 상반기 3억원을 올리며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그동안 카나브패밀리에 대한 파이프라인 확대를 추진해 왔고, 이번 복합제 개발도 그 일환”이라며 “항고혈압제와 당뇨병 치료제를 합침으로써 카나브패밀리 라인업 확장과 함께 다양한 환자 치료 옵션을 확보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두 약제 간 복합을 통해 카나브의 국내외 매출 확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개원가 “재미없는데...”

이처럼 보령제약이 최초로 고혈압+당뇨병 복합제 개발에 나섰지만, 개원가 현장에서는 “재미없다”는 반응이다. 

카나브가 ARB계열 항고혈압제 가운데 혈압강하 효과는 매우 뛰어나지만, 트라젠타는 DD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중 혈당강하 효과가 적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실제 보령제약은 로사르탄, 발사르탄, 칸데살탄 등 타 ARB 계열 항고혈압제와의 비교를 통해 카나브의 우월한 혈압강하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내과 한 개원의는 “카나브의 특징은 ARB 계열 항고혈압제 가운데 혈압 강하 효과가 가장 큰 제품이지만, 리나글립틴은 DP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중 혈당 강하 효과가 가장 약한 약물”이라며 “둘 사이의 궁합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카나브가 혈압강하 효과가 높은 만큼 복합 약제는 혈당강하 효과가 높은 약물을 선택하는게 더 나은 것 같다고 보인다”고 제안했다. 

카나브와 트라젠타를 합칠 경우 되레 처방 옵션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또 다른 내과 한 개원의는 “ARB 계열 항고혈압제와 DD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는 이미 시장에 많이 나와 있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의료계 현장에서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처방을 달리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같은 ARB 계열 항고혈압제, DD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라도 각각의 약물이 미묘한 차이를 갖고 있어 환자 특성에 따라 처방 패턴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이 개원의는 “약제와 환자 특성에 따라 처방 약제를 달리하는 상황에서 특정한 두 성분을 복합하게 되면 되레 처방 옵션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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