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클라우드 플랫폼 구축 병원 등장...의료계도 4차 산업혁명 바람

 
4차 산업혁명, 앞설 것인가 뒤따를 것인가새로운 기술발전에 의해 경제체제 및 사회구조가 급변하는 시기를 산업혁명이라 일컫는다. 인류는 18세기 증기기관(1차 산업혁명), 20세기 초(2차 산업혁명), 20세기 컴퓨터·인터넷(3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혁신으로 3차례 혁명적 변화를 경험했다. 그리고 지금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돼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4차 산업혁명에 직면했다.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모든 산업 혁신에 영향을 미치는 공통기반 기술로, 보건의료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약과 의료기기, 의료현장, 정책 분야에서 감지되는 변화를 살펴보고 당면한 과제는 무엇인지 심층적으로 정리한다.① 제약바이오산업②의료기기산업③의료현장④ 보건의료정책진단 및 치료는 물론 질병 관리, 임상시험,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제공까지 의료계 현장에서 인공지능(AI)이 대대적인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2025년까지 AI 시스템이 의료계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돼 의료 서비스 성과가 30~40% 성장하고, 치료 비용은 50%까지 절감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특히 AI는 최신 의료 정보를 취합하고 환자별로 적용 가능한 패턴을 분석해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정확도가 9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가장 대표적 사례가 IBM 왓슨의 종양 진단 전문 시스템인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다. 왓슨 포 온콜로지는 암 환자의 '진료'에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의료 정보를 광범위한 데이터 및 전문지식과 비교분석해 환자에게 치료법을 '권고'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현재 국가별 왓슨 도입 현황을 보면 중국이 50곳으로 가장 많고, 미국(21곳)이 두 번째다. 다음으로는 △인도(16곳) △한국(5곳) △캐나다, 일본, 네덜란드, 네팔, 방글라데시, 태국(각 1곳)이다.국내는 지난해 12월 가천대 길병원을 시작으로 △부산대병원(2017년 1월) △대구 가톨릭대병원(2017년 3월)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2017년 3월) △대전 건양대병원(2017년 4월)에 왓슨이 도입됐고, 중앙보훈병원이 상반기 합류 예정이다.
 

왓슨, 실제 진료성적 살펴보니…

왓슨을 활용하기 전과 후, 변화는 있었을까? 

인도 마니팔 병원이 지난해 12월 미국 샌안토니오 유방암 심포지엄에서 공개한 왓슨의 진료성적을 보면, 암종별 인간 의사와 치료 권고 일치도는 17.8~85%였다. 이는 지난 3년간 진료한 암 환자(유방암, 폐암, 직장암 등)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다. 

병원 연구진이 다학제 진료팀 판단과 왓슨의 판단을 비교·분석한 결과, 왓슨이 권고한 약 80%의 치료법이 의사가 권고한 치료법과 동일했다. 

하지만 암종별로 나눠보면, 일치도 면에서 다소 편차를 보였다. 

직장암에서 일치도가 85%로 가장 높았다면, 폐암은 17.8%로 가장 낮았다. 유방암은 종류별로 차이를 보였는데, 예후가 좋지 않은 삼중음성 유방암은 67.9%, 호르몬 수용체 양성, HER2 음성 유방암은 35%의 일치도를 보였다. 

국내에서도 왓슨을 활용한 진료 성적이 공개됐다. 지난해 12월 길병원에서 대장암 환자에게 재발 방지용 보조치료 과정을 왓슨에게 물어봤더니, 대다수 의료진이 예상한 화학요법(FOLFOX 혹은 CapeOX)을 최종 답변으로 내놨다. 

다양한 화학요법 간의 조합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떤 조합이 최적의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가를 왓슨이 찾아낸 것이다. 다만, 환자 한 명만을 대상으로 한 결과로 왓슨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데 제한점은 있다. 

또한 암종별로 구분했을 경우, 인간 의사와의 치료 권고 일치율에 편차가 컸다. 인도 마니팔 병원 사례에서 보듯, 치료옵션이 한정된 암종은 인간 의사와 의견이 거의 일치하는 반면, 치료 옵션이 다양한 암종은 의견이 갈렸다.  

“의사 진단·치료 시 결정 보완 역할” 

길병원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 백정흠 기획실장(외과)은 "왓슨과 인간 의사의 치료 권고 일치도에 편차가 있을 수 있다. 암종별로 비교했을 때 해외에서는 이미 쓰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약 자체가 안 들어왔거나, 들어왔다고 해도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의사 입장에서는 처방을 할 수 없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왓슨과 100% 일치하는 치료 권고를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반면 왓슨이 인간 의사의 진단과 치료를 돕는 보완재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의료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점은 높이 평가됐다.

백 기획실장에 따르면, 왓슨 도입 이후 다학제 진료가 한층 더 활성화 된 것은 물론, 진료받는 환자의 신뢰도와 만족도 역시 향상됐다. 

백 기획실장은 "실제 임상에 적용해본 의료진들 역시 왓슨의 정확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면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왓슨의 암종별 데이터 분석자료가 의사가 내리는 결정 능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한편 왓슨은 2017년 6월 26일 17.4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 지 하루 만인 27일 17.5버전이 다시 업그레이드되면서 전립선암이 추가됐다. 현재 왓슨의 활용 범위는 결장암, 직장암, 유방암, 폐암, 자궁경부암, 난소암, 위암, 그리고 새롭게 추가된 전립선암 등이 있다. 

‘디지털 영상의학자·병리학자’ 등장

의료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IBM 왓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왓슨 외에도 유망한 스타트업이나 연구진들이 개발한 인공지능이 다분야에서 역량을 넓혀가고 있다. 그중 의료영상 데이터 분석에 AI 기술이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명 디지털 병리학자, 혹은 디지털 영상의학자의 등장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과 뷰노가 공동연구해 개발한 '뷰노메드'가 대표적이다. 뷰노메드는 CT, MRI 등 영상 데이터를 AI가 스스로 학습해 환자 병증이 폐암인지 판단하는 기술이다. 

현재 뷰노메드가 판단한 진단이 정확한지 알아보는 검증 작업이 진행 중이다. 작업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되면, 뷰노메드를 실제 환자의 폐암 여부를 판단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삼성서울병원도 올해 초부터 스타트업 루닛과 유방암 진단을 위한 빅데이터 진단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병원 한 관계자는 "유방암 진단에 AI를 접목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아직 개발 초기 단계라 기대성과를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조기 진단이라는 장점과 정밀한 분석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진단을 내릴 때 유용한 통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에도 활용 

헬스케어 전용 클라우드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고대안암병원이 국내 병원 최초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헬스케어 분야 전용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하며, 국내 헬스케어 클라우드 시대 서막을 열었다. 

클라우드는 의료의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과 관리'로 바뀌면서 대두되는 대표적인 ICT 융복합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을 접목하기 위한 필수 기반기술로서 온라인의 가상공간에서 공유된 서비스나 저장공간을 통해 저장하고 연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번에 구축한 고대안암 헬스클라우드는 파스-타(PassS-TA)라는 개방형 클라우드 플랫폼이 적용됐다. 

 

고대안암병원 이상헌 연구부원장(재활의학과)은 "이번 클라우드 플랫폼 구축을 계기로 국내 모든 병원에 헬스케어 클라우드 구현 기술과 노하우를 제공하고 향후 빅테이터, IoT를 접목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병원은 더 나아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스마트 기기와 접목해 질병예방, 식습관 관리, 운동법 등 맞춤형 관리 서비스에도 활용했다. 축적된 데이트를 분석해 새로운 의료 정보를 예측하고 확보하는 데도 활용하겠다는 것. 

만성질환 관리만을 위해 개발된 ‘세컨드 윈드’와 ‘헬스 브레인’ 두 어플리케이션(앱)이 대표적인 예다. 고대안암병원이 메디플러스 솔루션과 공동으로 개발한 앱이다. 

두 앱을 통해 만성질환 환자들의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건강정보를 제공해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지도록 지원한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이상헌 연구부원장은 "스스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어 예방적이고 일상적인 맞춤형 건강관리가 가능해졌다"면서 "나아가 의료사각지대를 줄이는 방향도 모색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진료협력과 해외의료기관 협진 등 보다 활발한 의료 정보 교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북삼성병원도 지난해 11월 당뇨병 환자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앱을 도입했다. 

휴레이포지티브가 개발한 ‘S진료노트’는 당뇨병 환자가 주치의가 알려준 혈당, 콜레스테롤, 혈압 등의 목표 수치를 입력하면 '정상'·'주의'로 검사결과를 알려준다. 최대 3년간 검사결과를 그래프로 볼 수 있고, 처방전으로 주치의, 약 이름, 복용방법, 제약사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과잉진단 등의 부작용은 경계대상이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 교수는 "과잉진단 가능성은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해 지금까지도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전 세계 사용자를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면서 “지금도 개발이 현재 진행형이라 개발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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