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고대안산병원 흉부외과 신홍주 교수스승 이종국 교수의 말에 흉부외과에 매료

 

성과보다는 환자 위해…'외로운 독수리 3형제'
"의료계는 우리가 지킨다!"

서울의대 우홍균 교수(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한림의대 이재갑 교수(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고려의대 신홍주 교수(고대안산병원 흉부외과). 취재를 하면서 신기하게도 따로 따로 만난 이들 교수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환자를 만나고 진료하는 것 그 자체를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방사선종양학과, 감염내과, 소아흉부외과는 개원했을 때 많은 수익을 꿈꿀 수 있는 인기 진료과도 아니고, 화려한 조명을 받는 진료과도 아니다. 또 병원 내에서 성과나 업적을 내는 것은커녕 병원 경영진으로부터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눈총 받는 일이 다반사다.

이들 세 명의 교수를 만나면서 70년대 우리나라에서 방영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독수리 5형제가 떠올랐다. 지구 정복을 노리는 비밀 결사 '개랙터'에 맞서는 5명의 소년 특공대의 활약을 그린 애니메이션이었는데, 마치 이들 세 명의 교수가 의료계를 든든하게 지키는 독수리 3형제 같았다. 자신의 위치에서 꿋꿋하게 오늘을 가꾸며, 또 내일을 준비하는 의료계 독수리 3형제의 얘기를 들어봤다.

1.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우홍균 교수2.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3. 고대안산병원 흉부외과 신홍주 교수의학 드라마에서 보는 흉부외과 의사는 늘 열정적이다. 환자를 살리려고 자신을 내던지고, 환자에게 무한 애정을 쏟아부으며 자신을 잊는다. 그런 모습이 매력적이고 사람들의 마음을 이끌기 때문에 드라마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드라마 주인공만큼은 아닐지라도 현실에서 만나는 흉부외과 의사들의 모습은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래 걸리는 수술, 힘든 진료 환경 등 무엇하나 편한 것이 없지만 흉부외과 의사라는 그 자체가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지난 6월 병원에서 만난 젊은 흉부외과 의사 신홍주 교수(고대안산병원 흉부외과)도 그런 사람인 듯했다. 흉부외과 의사라는 게 좋고, 앞으로도 흉부외과 의사로 살고 싶은, 자신감과 당당함을 가진 사람이었다."심장에 매료…다른 과 생각해 본 적 없어”
▲ 고대안산병원 흉부외과 신홍주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신 교수가 흉부외과 의사라는 항해를 시작한 것은 오로지 스승 이종국 교수 덕분이다. 인생의 항로를 스승의 말 한마디로 결정한 것이다.  

"의대생 때 스승이셨던 흉부외과 이종국 교수의 '의사라고 다 같은 의사가 아니다. 의사 100명 중 1명 정도만 환자의 심장을 만질 수 있다'라는 말에 한없이 빠져들었다. 그때는 그 말이 왜 그렇게 가슴에 와닿았는지 모르겠다."

그는 스승이 말하는 심장이란 단어에 마음을 뺏긴 후 한 번도 다른 진료과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특히 소아심장 수술의 매력에 매료됐다고.

그는 "0~80세까지 모든 연령대의 심장환자를 보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며 "소아 때 심장수술을 한 후 그 아이들이 자라 50~60세가 되면 종종 다시 문제가 생긴다. 이때 성인 심장만 수술했던 의사는 접근방식이 달라 진료를 잘할 수 없다"고 소아심장을 선택한 이유를 말했다. 

소아심장 의사가 된다는 부푼 꿈을 안고 의대를 졸업한 후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마쳤다. 수련하면서 수술한 환자가 극적으로 좋아졌을 때나 열심히 치료했을 때 결과가 좋아져 웃는 환자의 얼굴은 어려운 수련 과정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었다고.

달콤함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임상강사를 마친 후 건국대병원 조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명성이 높던 송명근 교수가 있던 시기였다. "야! 현실은 실전이야"란 말처럼 소아심장 의사의 길은 녹록지 않았다. 건국대병원에서 세브란스병원으로 또 충북대병원 등으로 계속 자리를 옮겨야 했다. 그가 원하던 소아심장 수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턱없이 적었기 때문이다. 

"충북대병원에 근무할 때 소아심장 수술을 한 건도 하지 못했다. 환자 대부분이 대형병원으로 가거나, 병원에 오더라도 진료 후 서울대병원 등 빅5병원 등으로 전원했다. 절망적이었다."

"대형병원 쏠림 심각…지방 의사들은 수술 기회조차 얻지 못해" 

그는 요즘 걱정이 많다고 했다. 소아심장 수술 케이스가 점점 감소해 많은 전공의가 소아흉부외과 수술을 전혀 경험하지 못하고 수련을 마치는 경우가 생기고 있어서다. 
서울대병원 등 빅5병원의 환자 쏠림 문제도 흉부외과 의사를 우울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그는 "심장수술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의사가 처음부터 수술을 잘할 수는 없다. 수련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데, 지방에 있는 흉부외과 의사는 이런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며 "흉부외과 수술에는 체외순환, 심폐혈관 마취 등이 필요하다. 몇 억씩 하는 특수 장비는 물론 이를 다룰 수 있는 인력도 필요한데 지방에 있는 병원이 이를 모두 갖추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돈 벌겠다는 생각 대신 환자를 살리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소아심장 수술을 하는 의사들의 우울한 현실을 얘기하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금세 활기찬 흉부외과 선배로 돌아왔다. 소아심장은 분명 필요한 분야이며, 앞으로 더 주목받는 진료과가 될 것이란 얘기다. 더불어 강한 체력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수술할 때도 힘들지만 그 이후가 더 힘들다. 콜을 받자마자 바로 뛰어나갈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이 필수다. 수술한 심장 환자를 지금 당장 진료하는 것과  몇 시간 후 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다"고 너털웃음을 짓는다. 

밥벌이하면서 보람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좋아 흉부외과 의사로 계속 살고 싶다는 사람.
신에게 수술받은 환자의 청첩장을 받는 것이 꿈인 의사.

그 사람이 바로 우리 곁에 있는 고대안산병원 흉부외과 의사 신홍주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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