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 ... 감염예방관리료 수가 신설 필요
이 교수는 “그러니까 니가 감염내과 의사”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감염내과 의사들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고 했다. 다른 의사들이 고운 눈으로 보지 않아도, 경영진이 싫은 소리를 해도 꿋꿋함을 잃지 않는 것이 그것이라고.
그는 "감염내과 의사는 병원 내 '정의파'라고 해야 할까! 모두 사명감으로 열심히 듣기 싫은 소리를 한다. 특이한 것은 감염내과 의사들이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늘 병원 내 갈등의 중심에 있지만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며 "애증이란 게 이런 것이구나 느낄 때도 있다. 항생제 사용을 제한했을 때는 불편하게 했다가도, 항생제 처방에 대해 자문을 해주거나 환자가 호전되면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좋았다 싫었다 하는 모양"이라고 웃는다.
"후배들에게 사랑받는 감염내과가 됐으면…"
젊은 시절 그의 관심사는 열대의학이었다.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열대지방에서는 그 지방 특유의 질병이 발생하는데, 이를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열대의학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열대의학만으로는 환자를 진료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관심사를 넓혀 감염내과를 선택했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감염내과 의사가 됐다.
그가 강남성심병원에 자리 잡은 것은 10년 전이다. 지금은 감염내과가 개설돼 3명의 교수가 진료하지만, 초기에는 감염내과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기여서 아주 힘들었다고. 대학병원에서 교수 TO를 만드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병원 내 감염내과를 안착시켰을까?
의사들이 감염내과 의사를 필요로 하게 하는 것. 그것이 그의 선택이었다.
그는 "항생제 사용에 대해 데이터를 갖고 이야기하고 설득했다. 이후 내 얘기가 맞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감염내과 의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며 "감염내과 의사들은 타 진료과보다 대체로 나이가 어리다. 그래서 실력이 있어야 선배 의사를 설득할 수 있다. 지금도 근거를 갖고 논의를 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선배로서 후배들을 위해 감염예방관리료 수가가 신설돼야 한다는 얘기를 꺼냈다. 감염내과를원하는 의사가 줄면서 지금까지 선배들과 함께 이뤄온 감염내과 의사의 역할이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나온 말이었다.
현재 감염내과 분과전문의는 220명 정도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 등에 포진해 있고, 지방에는 감염내과가 없는 병원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그는 "감염내과 의사 자리는 늘어나는데 지원하는 의사들이 증가할 조짐이 없어 걱정이다. 펠우 구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후배들이 자리 잡고 일 할 수 있도록 감염예방 관리료가 생기면 병원도 감염내과 의사를 채용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지원하는 전공의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2의 메르스 사태 막으려면 질본 인력 구조 바꿔야"
인터뷰 끝자락에 그는 2015년 우리나라를 덮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얘기를 꺼냈다. 당시 그는 민관합동태스크포스의 즉각대응팀 위원으로 참여해 메르스가 발생한 지방의 중소병원을 방문해 감염관리와 노출자관리, 병원 기능 회복 등의 자문을 했다.
몇 년이 지났지만 내내 그때의 아쉬움이 머릿속에 남는다고 했다. 핵심은 질병관리본부의 역할에 혁신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이런 역경을 또 겪을 수 있다는 경고였다.
그는 "우선 인력 확충을 해야 한다. 특히 역학조사관을 더 많이 채용해야 한다. 또 연구관을 육성해야 질본의 사람들이 꿈을 갖고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며 "지금은 조직 전체가 경직돼 있고, 자존감도 낮다. 민간에서 교수급 등 전문가를 채용해야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교수들이 대학과 CDC를 왔다갔다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대한감염학회 특임이사,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홍보이사를 지내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의 오늘은 미완이지만, 미완의 뜻을 읽고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의 내일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