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변, 소변량 감소, 잦은 멍 등 의심해야

용혈성 요독성 증후군(Hemolytic Uremic Syndrome, 이하 HUS)에 걸려 신장장애 2급 판정을 받은 4세 여아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HU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HUS는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의 심한 합병증의 일종으로 1982년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은 후 집단으로 발병하면서 '햄버거병'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는 적혈구가 비정상적으로 파괴되면서 발생하는 병이다. 손상된 적혈구들이 콩팥의 여과 시스템에 찌꺼기처럼 끼어서 기능을 떨어뜨리고 치명적인 신장 기능 손상을 초래하게 된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가 대장균이 만드는 특정 독소다. 이 독소를 만드는 대표적인 균이 O157:H7 대장균이다. 이 균은 오염된 음식이 원인인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햄버거 패티의 재료인 다진 소고기이다.

야채나 주스, 우유 등이 오염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마요네즈, 살라미, 소시지, 생우유 등이 오염된 경우도 있다. 분변에 오염된 호수나 수영장을 통해서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주로 6~9월에 호발하므로 이 기간 동안은 음식을 잘 익혀 먹는 것이 좋다.

따라서 5세 이하 어린이와 75세 이상 노인은 더 주의가 필요하다. 유전적 요인도 있으므로 가족력이 있다면 더 주의가 필요하며, 면역 억제제나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경우, 임신 중인 경우, 루푸스나 사구체신염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위험 인자이다. 동물을 키우는 농장에서 일하는 경우에도 O157:H7 대장균에 대한 노출 위험이 높다.

O157:H7 대장균에 의해 용혈성 요독증이 발생하는 경우, 3~4일가량의 잠복기를 거쳐 혈액이 동반된 설사를 시작한다. 일부에서는 혈액이 보이지 않기도 한다. 설사가 시작되고 빠르면 3~4일 후에도 용혈성 요독증이 올 수 있다. 

피가 섞인 설사, 설사 후에 소변량 감소, 자꾸 멍이 들거나 피가 난다거나, 극심한 피로감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아이가 설사 후에 12시간 이상 소변을 보지 않는 경우에는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고위험군에 해당된다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용혈성 요독증이 무서운 이유는 합병증 때문이다. 급성 신부전이나 만성 신부전 같은 콩팥질환이나 손상을 초래할 수 있고, 뇌졸중을 초래하기도 한다. 

대장균에 의해 발생한 경우 환자의 60~70%에서 급성 신부전이 오지만 그중 80%는 신장 기능이 회복된다. 급성기 치료를 잘하게 되면 90% 이상이 생존하며, 9% 정도는 만성 신부전이 발생한다. 1/3 정도에서는 수년 후에 신장 기능 장애가 발생하고, 그중 일부에서는 투석 치료가 필요하다. 전체적인 사망률은 10%로 내외이며, 어린이와 노인에서 예후가 불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은 음식물을 매개로 발생하고 집단 발생의 우려가 커서 발생과 유행 즉시 방역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제1군 법정 감염병이다. 따라서 환자에게는 격리 조치가 취해진 다음에 치료가 이뤄진다.

김기덕 대전선병원 건강검진센터장은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되면 계속되는 물설사로 탈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수분을 보충하기 위한 수액 치료가 실시된다. 이전에는 항생제 치료가 장출혈성 대장균이 죽는 과정에서 독소가 더 많이 배출돼 신장에 손상을 주어 용혈성 요독증 발생 위험이 높다고 하였으나, 최근엔 경우에 따라 항생제가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의료진의 판단을 따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강남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김현욱 교수는 "원인 장출혈성대장균의 확인을 위해 분변과 소변을 통한 PCR법이나 배양검사 및 혈청 항체 검사 등을 조속히 시행해야 하며 분변검사의 경우에는 설사 초기에 시행할수록 진단율이 높고 일주일 이후에는 검출률이 30% 전후로 감소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