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팀 "삽입형 심장 제세동기 삽입 없이 약물치료 받은 환자에서 돌연사 발생률 감소"

심부전 환자의 돌연사를 막는 최적의 치료 방법은 삽입형 심장 제세동기(Implantable Cardioverter Defibrillator, ICD) 삽입보다 약물치료라는 제언이 나왔다. 

NEJM 7월 6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ICD를 삽입하지 않고 약물치료를 받았던 심부전 환자에서 돌연사 발생률은 19년 전보다 44% 감소했다.

2013년 미국심장병학회재단(ACCF)/미국심장협회(AHA) 가이드라인과 2016년 유럽심장학회(ESC) 가이드라인에서는 심부전 및 좌심실 수축기능이 감소된 환자에게 ICD를 1차 치료로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ICD가 약물치료 등의 일반적인 치료보다 심부전 환자의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 큰 효과가 없다며 목소리를 내는 상황.

영국 글래스고 의대 John McMurray 교수는 논문을 통해 "안지오텐신 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 수용체 길항제(ARB), 베타차단제, 미네랄코티코이드수용체 저해제(MRA) 등의 심부전 치료제가 개발됐고 임상에서도 많은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다"며 "이에 심부전 환자가 ICD 삽입 없이 치료제만으로 돌연사 위험이 달라졌는지를 평가하고자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연구팀은 1995~2014년에 발표된 12개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박출률 저하 심부전 환자 4만 195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단 연구 기간에 ICD를 삽입한 환자는 이번 분석에서 제외됐다.

연구 기간에 돌연사한 심부전 환자는 3583명이었고, 이들은 주로 남성, 고령 환자였다.

분석 결과 심부전 환자의 돌연사 발생률은 19년 전과 비교해 44% 감소했다(P=0.03). 

게다가 90일째 돌연사 누적 발생률은 가장 초기 연구에서는 2.4%였지만 최근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1%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최근 심부전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오래전에 진단받았던 환자보다 돌연사 발생률이 높지 않았던 것이다.

아울러 ACEI, ARB, BB, MRB 등의 심부전 치료제 복용률이 증가할수록 돌연사 발생률은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를 근거로 연구팀은 심부전 환자에게 ICD 삽입에 따른 순이익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McMurray 교수는 "심부전 환자는 3개월 이상 치료제 복용 후 ICD를 삽입해야 하는지를 평가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치료제를 6~12개월 이상 복용한 후에도 심장기능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효과적인 약물치료만으로도 심부전 환자의 돌연사 위험이 낮아지며 환자 예후도 개선된다. 과거 발표됐던 연구 결과들을 종합했을 때 ICD가 심부전 환자에게 혜택이 있는지 의문이다"고 제언했다.

다만 그는 ICD를 삽입했을 때 혜택이 나타날 수 있는 고위험 환자들을 면밀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며, 혜택이 크다면 ICD를 삽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ICD는 심각한 부정맥이 있는 환자에서 심장 부근에 기계를 삽입하고 전선을 심장에 연결해 부정맥이 나타나면 자동으로 전기충격을 가하는 장치다. 

그러나 기기 비용이 비싸고 감염, 고장 등과 같은 위험이 나타날 수 있으며 전기충격이 정확하게 가해지지 않아 일부 환자의 삶의 질을 낮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DANISH 연구 "ICD 삽입한 심부전 환자, 장기간 사망률 감소 혜택 없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16)에서 발표된 DANISH 연구 결과와 궤를 같이한다.

연구에서는 수축기 심부전 환자를 ICD 치료군과 일반적인 치료군으로 무작위 분류해 5년 이상 추적관찰했다.

분석 결과 두 치료군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은 각각 21.6%와 23.4%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DANISH 연구를 주도한 덴마크 코펜하겐의대 Lars Kober 교수는 "관상동맥질환이 원인이 아닌 수축기 심부전 환자는 ICD를 삽입하더라도 일반적인 치료와 비교해 장기간 사망률 감소에 혜택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학술대회에 참석한 McMurray 교수는 "심부전 환자에게 ICD 삽입에 따른 순이익은 작을 것"이라며 "ICD 삽입술 비용이 비싸고 이상반응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ICD에 따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환자들에게는 수술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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