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있어야 병원에도 다닐 수 있더라.` 10 여년째 류머티즘 치료를 받으러 다니시는 할머니 환자 분의 말씀이다. 좋지 않은 몸 상태로 대기실의 딱딱한 의자에 몇 시간씩 앉아 진료 순서를 기다리다 보면 오히려 병을 얻어가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될 때도 있다.
과연 우리병원의 대기시간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가?
 매사에 `빨리빨리`를 붙이고 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조차 의료기관의 대기시간 관리나 개선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대기환자 수나 대기시간을 유명세로 착각하거나 검사나 진료를 위한 대기를 지극히 당연시 여기는 잘못된 의식 때문이다.
 병원의 전반적인 서비스 향상과 함께 대중적 서비스 지수가 높아진 요즘, 긴 대기시간은 주변 병원에 환자를 뺏기는 충분한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 보다 근원적이고 심도 있는 대기시간 관리 방안을 모색해 보자.
 대기시간 관리방안에는 실제 대기시간을 줄이는 방법(Operation Management)과 실제 시간과는 관계 없이 대기시간이 줄었다는 느낌을 갖도록 만드는 방법의(Perception Management) 두 가지가 있다.
 실제 대기시간 단축은 접수에서부터 검사, 수납, 조제 등 환자진료 프로세스에 관한 면밀한 검토와 더불어 원내 각 부문 구성원의 의지와 노력을 통해 보다 나은 방법을 찾아내고 수행함으로써 이룰 수 있는데 여기에 IT기술이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가장 폭 넓게 활용되는 방법은 진료예약제다. 최근에는 병원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을 하거나 전화 ARS 지시대로 숫자를 누르면 자동적으로 예약이 된다.
 이런 시스템들은 접수창구의 업무를 줄여주고 환자가 내원하기 전에 진료기록을 준비한다거나 치료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어 병원스태프들을 한층 여유롭게 해준다. 또 환자들은 진료 시간을 예측할 수 있어 시간적인 부담감을 덜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검사나 진료를 위해 필요불가분적으로 기다릴 수 밖에 없다면 그 시간이 환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들이 대기시간을 힘들어 하는 이유는 멍한 공백시간이 지나가고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시간이 지나고 있다는 사실 인식이 지루함을 부르는 셈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편리성이나 오락성을 동원해 대기시간 자체에 대한 인식을 잊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엘리베이터 대기시간이 길어 불만이 많았던 한 호텔에서는 대안을 연구하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대개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외모를 점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각 층마다 엘리베이터 근처에 거울을 부착하였더니 고객불만이 대폭 줄어들었다고 한다.
 대학병원 및 대형병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시간표시등도 효과적이다. 대기시간이나 검사, 수납, 약 타기 등에 걸리는 시간을 표시함으로써 심리적인 지루함을 감소시킬 수 있다. 개인 의원의 경우엔 번호표를 도입하고 이미 진찰을 마친 환자 수를 접수창구에 게시함으로써 한층 명료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일본에서는 환자용 호출 카드를 이용한다. 진찰 순번이 돌아오면 멜로디가 울리거나 빛이 점멸해 알려주는데 버튼을 활용해 자기 순번을 확인할 수 있어 대기 중에 간단한 은행업무나 개인용무를 보는 일이 가능하다.
 대기시간은 기다리는 환경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대기실이 어둡고 좁다거나 지저분하고 불쾌하다면 대기시간은 한층 길게 느껴진다. 또 의자가 모자라거나 불편하다면 기다리는 시간은 배로 지루해진다.
 때문에 대기실을 쾌적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밝고 환기가 잘 되도록 만드는 것은 물론 벽, 가구 등이 보기 좋은 칼라로 코디네이트되어 있으면 병원 전체가 깔끔하면서 세련된 분위기로 느껴진다. 개인별 대기의자는 물론 비디오를 설치하고 다양한 잡지를 비치하는가 하면 병원 안내 브로셔를 곳곳에 놓아두거나 환자 교육용 비디오를 상영하는 병원들도 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기실에 간단한 미술전을 여는 등 문화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병원들도 등장했다.
 대기 환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효과적이다. 코디네이터나 간호사가 대기 환자들에게 양해의 말을 건네거나 간단한 음료나 차를 대접하는 것 또한 환자의 대기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다.
 대기시간을 관리하는 일은 환자에 대한 배려이자 사랑의 표현임을 기억하자.
하 민 회
이미지 전략가
이미지21 대표
이미지 리더십 저자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