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 "H2 차단제 복용군 또는 복용력 없는 군보다 위험 높다"

 

위산분비 억제제인 프로톤 펌프 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PPI)를 복용하면 사망 위험이 급증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Clinical Epidemiology Center의 Yan Xie 교수팀이 미국 재향군인회 보건의료시스템을 이용해 PPI 복용군과 히스타민 2 차단제(histamine 2 blocker) 복용군 또는 PPI 복용력이 없는 군을 비교한 결과 PPI 복용군에서 사망 위험이 최대 1.25배 높았다.

게다가 PPI를 장기간 복용할수록 그 위험은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PI는 속 쓰림을 줄이고 위장관 출혈을 막기 위해 많은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처방하고 있는 약이다. 미국 국립건강영양조사기관(NHANES) 결과에 의하면 PPI 처방률은 1999~2000년 3.9%에서 2011~2012년 7.8%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PPI를 복용하면 뇌졸중 위험이 높아지고 PPI와 입원환자의 사망 위험이 관련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PPI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간 연관성을 확인하고자 이번 연구를 디자인했다.

연구팀은 미국 재향군인회 보건의료시스템에 포함된 약 600만 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찰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PPI 복용군 △H2 차단제 복용군 △PPI 복용력이 없는 군 △PPI 및 H2 차단제 복용력이 없는 군으로 분류됐다. 연구팀은 PPI 복용군과 각각 환자군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비교했다. 

전체 대상군의 중앙값 나이는 61세였고 PPI 복용군이 61.67세(중앙값)로 조금 더 많았다. 추적관찰 기간은 5.71년(중앙값)이었다.

그 결과 PPI 복용군은 H2 차단제 복용군보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1.25배 높았다(HR 1.25; 95% CI 1.23~1.28). 

이러한 위험은 다른 환자군과 비교한 결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PPI 복용군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PPI 복용력이 없는 군보다 1.15배(HR 1.15, 95% CI 1.14~1.15), PPI 및 H2 차단제 복용력이 없는 군보다 1.23배(HR 1.23, 95% CI 1.22~1.24) 더 높았던 것. 

게다가 대상군의 위장관 상태와 관계없이 PPI 복용군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H2 차단제 복용군보다 1.24배(HR 1.24, 95% CI 1.21~1.27), PPI 복용력이 없는 군보다 1.19배(HR 1.19, 95% CI 1.18~1.20), PPI 및 H2 차단제 복용력이 없는 군보다 1.22배(HR 1.22, 95% CI 1.21~1.23) 높았다.

이와 함께 PPI 복용군의 복용 기간은 450일로 H2 차단제 복용군 120일보다 4배가량 길었고(P<0.001), PPI를 오래 복용할수록 사망 위험이 증가했다.

Xie 교수는 논문을 통해 "PPI를 복용하면 위장관 상태와 관계 없이 사망 위험이 높아졌으며 복용 기간이 길수록 급증했다"며 "의약품 등의 유해사례 또는 안전성 관련 문제를 평가, 예방하기 위한 약물감시(pharmacovigilance)를 활성화해 PPI를 무분별하게 장기간 복용하는 것을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캘리포니아 의대 Ma Somsouk 교수는 한 외신(Medscape)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PPI 복용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약을 과다복용 또는 장기간 복용하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는 일반인에서 PPI와 사망 위험 간 연관성을 처음으로 확인한 연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피력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BMJ Open 7월 3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반드시 필요한 환자만 PPI 복용…장기간 복용은 문제 있다"

국내에서도 PPI는 속 쓰림을 치료하거나 심혈관질환 2차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과 함께 병용하는 등 임상에서 많이 처방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 13일 Lancet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에서는 75세 이상 고령 환자는 장기간 아스피린 복용에 따른 출혈 위험을 낮추기 위해 PPI를 병용해야 한다며, 학계에서는 PPI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도 PPI 치료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Xie 교수와 같이 PPI를 무분별하게 장기간 복용하면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반드시 필요한 환자들에게만 PPI를 처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양의대 이항락 교수(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는 "PPI 복용 시 Clostridium difficile 감염 등으로 위장관 장염 위험이 높아지는데, 이로 인해 연구에서도 사망 위험이 높아졌을 것"이라며 "위장관 출혈 또는 합병증 예방을 위해 PPI를 복용하지만 소화제처럼 무분별하게 장기간 복용하는 것이 문제다. 의료진은 PPI 처방 후 환자 상태를 계속 확인하고, 환자 상태에 따라 PPI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 단 환자 스스로 치료를 결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세의대 홍성진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는 "고령 환자에서 장기간 아스피린 복용에 따른 출혈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PPI가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필요하지 않은 환자까지 PPI를 복용했을 때 문제가 된다"며 "PPI를 복용 중인 환자들은 의료진과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상의해야 한다.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장기간 복용하더라도 도움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단 연구 저자들이 지적하듯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로 진행됐기에, PPI가 뇌졸중 또는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나 기전을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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