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구진 "감정 담당하는 뇌 부위와 상호작용한다는 사실 입증"

장내 세균(gut microbiota)이 사람의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Kirsten Tillisch 교수팀이 Psychosomatic Medicine 6월 29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건강한 여성 40여명을 무작위로 추려내 이들에게 채취한 대변샘플 속 장내 세균 종류를 분석해, 종류에 따라 박테로이드군(33명) 프레보텔라속군(7명)으로 구분했다. 

이후 대상군에게 감정변화를 유도하는 영상을 보여주고 이들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알아보기 위해 자가공명영상(MRI)으로 뇌를 촬영했다.

그 결과 박테로이드군은 프레보텔라속군보다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전두엽 등의 회백질이 더 두꺼웠고, 기억 등을 담당하는 해마 용적 역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두엽은 이마쪽에 위치해 판단, 사고, 계획, 억제 등을 하는 고차원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프레보텔라속군의 경우 박테로이드군보다 감정, 주의력, 감각을 담당하는 뇌 부위를 연결하는 신경회로가 더 많은반면, 해마는 다른 뇌 부위 용적보다 작았다는 게 연구팀 부연이다. 

또한 프레보텔라속군에 속한 여성들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담긴 사진 또는 영상을 봤을 때, 박테로이드군보다 불안, 근심 등의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더욱 활발히 움직인 반면 해마 활동량은 떨어졌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장내세균이 실제 감정을 담당하는 인간의 뇌 부위와도 밀접한 상호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내 세균이 뇌 부위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아니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봤을 때 활동하는 각각의 뇌 부위들이 장내 세균의 크기나 종류를 변화시키는지는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장내세균은 병원균 침입을 방어하고 면역체계를 성숙시키는 것은 물론 비타민 등을 생산해 영양분을 공급해 인채 대사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체와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많은 연구결과를 통해서 비만, 신생아 괴사성 장염, 알레르기 질환, 염증성 장질환 등에서 장내세균의 다양성 감소와 미생물 구성의 변화가 관찰됐다(Korean J Gastroenterol Vol. 62 No. 2, 8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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