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協, 공정거래법 규제 세미나 개최...“치열한 우판권 경쟁이 유인 요인”

▲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8일 경쟁제한적 합의에 대한 공정거래법 규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허가-특허연계제도 시행 이후 경쟁적인 우선판매권 획득을 위해 특허소송이 급증하면서 역지불합의 유혹이 거세지고 있어 제약업계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6일 ‘경쟁제한적 합의에 대한 공정거래법 규제 세미나’를 열고 역지불합의를 둘러싼 이슈를 다뤘다. 

역지불합의(pay-for-delay)는 특허권을 보유한 오리지널 제약사가 제네릭 제조사에 시장진입 포기를 조건으로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는 불공정 행위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은 수십개의 제네릭이 등장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특정 제약사 간의 역지불합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허가-특허연계제도 시행 이후로 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역지불합의에 대한 유인 요인은 충분하다고 관측한다. 

법무법인 세종 공정거래팀 홍소현 변호사는 허가-특허연계제도 시행 이후 특허소송이 급증하면서 관련 분쟁을 통해 제네릭 발매를 시도했다가 뒷거래를 통해 제네릭 발매 계획을 철회하는 등 역지불합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예컨대 오리지널 특허권자의 특허기간 안에 제네릭사가 유사한 효능의 제네릭 출시를 신청한다고 가정하면, 이때 오리지널 특허권자는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제네릭사가 약정기간 동안 제네릭을 출시하지 않는 조건으로 오리지널 특허권자가 경제적 보상을 하고 분쟁을 종결하는 식이다. 

즉 무효가능성 높은 특허의 유지로 제네릭 출시가 지연돼 높은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는 한편, 부당한 독점이익을 서로가 합의, 역지불합의에 참여한 회사가 나누는 구조인 셈이다. 

게다가 제네릭이 시장에 진입한 1년 뒤 오리지널의 약가가 53.55% 수준으로 인하되는 우리나라의 약가제도가 역지불합의를 유혹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이는 오리지널을 보유한 업체 입장에서 약가인하에 따른 매출 인하는 타격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홍 변호사는 “우판권을 신청한 최초 제네릭사에게 시판지연에 따른 대가를 지급함으로써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가능한 길게 확보할 유인이 생긴다”며 “제네릭 제약사의 경우 제네릭 발매로 예상되는 이익과 유사하거나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유인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 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열린 공정거래법 규제 세미나에서 제약분야 불공정거래행위 법 집행 동향을 설명했다.

역지불합의 적발...법적 쟁점은?

이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인 역지불합의가 적발됐을 때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관련법에 따르면 우선 과징금이 부과된다. 다만, 관련상품 시장에서 경쟁제한성이 인정돼야 한다. 

아울러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된다. 역지불합의를 통한 부당이득에 대한 환수 취지다. 

실제 공정위는 2011년 GSK와 동아제약(현 동아에스티) 간의 역지불합의를 통해 제네릭 시장 진입을 차단했다며 양사에 총 53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 유명한 사건이 있다.

GSK는 1998년 동아제약이 항구토제 조프란의 제네릭 온다론을 출시하자 이듬해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양사는 타협을 거쳐 특허분쟁을 종결했는데, 이 때 동아제약은 GSK로부터 신약판매권과 인센티브를 받는 조건으로 제네릭 출시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이를 두고 건보공단은 공정거래법을 근거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물론 형사처벌과 판매금지는 당연지사다. 

이 과정에서 법적 쟁점은 무엇일까. 법조계는 역지불합의를 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게 쟁점이라고 봤다. 

홍 변호사는 “역지불합의 과정에서 당사자간 협상의 과정이 기재된 이메일, 서신, 회의록 등과 특허 무효를 당사자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 대한 정황 증거 등은 유력한 증거로 사용된다”며 “다만, 별도 라이선스 계약, 타 의약품의 독점유통 허용, 공동마케팅, 유통망 공동이용 합의 등 합의의 대가로 체결된 별도 약정의 유효 여부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말했다. 

공정위, 부당한 시장진입 지연 행위는 ‘무조건’

이처럼 혀가-특허연계제도 시행 이후 역지불합의 유혹이 높아지자 정부는 이를 적극 감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6일 제약분야의 역지불합의 등 경쟁제한 행위에 대한 실태검검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특허분쟁 당사자 여부, 매출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국적제약사 39개사, 국내사 32개사 등 71개사를 점검 대상으로 선정,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식약처 허가를 받아 국내에 시판된 전문의약품에 대한 특허출원, 계약, 분쟁 현황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공정위는 지식재산권의 부당한 행사에 대한 심사지침을 공개하기도 했다. 

공정위 홍혜종 사무관은 “특허무효심판, 특허침해소송 등의 특허분쟁 과정에서 부당하게 시장진입을 지연하는데 합의하는 등의 행위는 특허권의 정당한 권리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역지불합의 당사자가 경쟁관계에 있는 경우 ▲합의 목적이 관련시장 경쟁제한과 관련된 경우 ▲특허권 만료 이후 기간까지 관련 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지연시키는 경우 ▲특허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시장에서 관련 사업자의 진입을 지연시키는 경우 ▲분쟁 대상이 된 특허가 무효라는 것을 합의 당사자가 인지한 경우 또는 무효라는 게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 등은 부당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안내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