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안애내과 김창섭 원장

 

"인터넷이 진로를 고민하던 저를 간 질환 전문의로 만들었죠"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은 암이다. 그 중에서도 간암은 아직까지도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가장 피하고 싶은 암 중 하나. 이런 간암의 원인은 약 70%가 B형간염에서 기인한다고 하니 간암 예방 열쇠는 B형간염의 치료와 예방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B형간염은 환자 스스로 관리만 잘 하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 하지만 B형간염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사회적으로 유무형의 차별을 받아온 게 사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환자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고민도 들어주겠다고 나선 이가 있다. 바로 내안애내과 김창섭 원장이다. 

비록 수익에 도움이 되진 않지만, 의원을 찾은 환자가 진료실을 나설 때까지 더 궁금한 건 없는지 물어보는 그에게 간 질환이 갖는 의미는 더 특별하다고. 무엇이 김 원장을 '간 질환 전문의'로 이끌었을까.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인터넷, 진로 고민하던 펠로우에 길 내주다

소화기내과를 전공하던 김 원장은 애당초 '간'에 큰 관심이 없었다. "어떤 일을 하며 의사로서의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던 펠로우에 불과했다고. 그런 그를 간 전문의로써의 삶을 살게 한 계기는 '인터넷'이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인터넷이 확산되기 시작했던 1990년대 후반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환자와의 인터넷 상담이 그 시작이다. 

"인터넷이 보급되던 시기에 홈페이지를 만들어 환자 상담을 시작했어요. 소화기내과인 만큼 소장·대장과 간에 대해 환자 상담을 진행했는데, 상담을 할수록 간 분야는 혈액검사나 초음파검사 등을 토대로 체계적 상담이 가능하더라구요. 결국 몇 년을 간 분야에 집중하게 됐죠. 인터넷이 제 삶의 방향을 정해준 셈이죠"

담당 교수의 어깨너머로 배우며 펠로우 시절을 보낸 그에게 인터넷 상담은 자양분이었던 것. 
"상담을 요청하는 환자들의 서로 다른 증상에 대해 상담을 해주며 저 스스로도 공부가 됐던 것 같아요. 환자 상담을 통해 저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 트레이닝을 했던 거에요. 인터넷 상담이 간접적인 임상경험이었던 것이죠"

특별한 인연, '간사랑네트워크'와 '간사랑동우회'

김창섭 원장과 간질환 환자단체 간사랑동우회, 이들을 후원하는 간사랑네트워크는 서로 특별한 인연을 유지해오고 있다. 

김 원장처럼 인터넷 상담을 해오던 의사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게 계기가 돼 탄생한 게 간사랑네트워크다. 

인터페론 처방 말고는 C형간염 치료방법이 없던 시절, 일차의료기관에서는 잘 다루지 않던 인터페론 처방에 나섬으로써 간염 환자의 치료 문턱을 낮춰보자는 취지였다. 

"저 이외에 간질환 환자에게 인터넷 상담을 해주던 다른 선생님들이 계셨어요. 같이 모여 우리의 활동을 하나로 모아보자는 제안이 나왔고, 그 때 간질환 환자를 위한 일차의료기관 네트워크를 조직해보자는 취지로 결성이 됐죠"

특히 간질환 관련 대표적인 환자단체인 간사랑동우회는 김 원장에게 더 특별하다. 간사랑동우회라는 이름이 그의 입에서 탄생했기 때문. 

"내가 제안한 간사랑동우회라는 이름이 채택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간사랑 동우회 설립가 설립되고 8~9년 후 간사랑네크워크가 발족했다"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환자와의 소통 노력, 강점으로 만들다

본격적인 개원 이후로도 인터넷 상담을 진행해 오던 김 원장은 환자와의 소통이라는 개념에 다시 눈 떴다. 환자와의 소통에 관심 없던 그에게 인터넷 상담은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계기가 됐다고. 

자기 방식대로 환자에게 질환에 대해 설명해준 뒤 환자가 이해하지 못하면 답답해하며 상담을 그만두기 일쑤였던 그였지만, 개원 이후 환자가 궁금해 하는 부분은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사실 환자가 얼마나 내 말을 이해하는지는 관심 밖이었어요. 하지만 개원 이후 환자와 직접 대면하며 상담을 해보니 내 생각은 완전 오판이었죠. 이에 인터넷 상담과 진료를 병행하며 환자가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설명하는 훈련을 자연스럽게 더 하게 됐죠"

이런 습관은 지금도 이어져 지금의 의원의 특별한 장점이 됐다. 비록 의원 경영에 금전적인 이득을 가져오진 않지만 습관처럼 초진 환자가 방문할 때면 간염 질환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는 김 원장이다. 

"환자 본인이 자신의 상태에 대해, 치료 필요성에 대해 납득할 때까지 설명을 진행해요. 짧은 시간이지만 환자에게 쉬운 말로 충분한 설명을 하게 되면 치료 기간 동안 이탈이 적어지죠. 지금도 환자 요구에 최대한 맞춰주려고 항상 노력해요"

환자가 진료실을 나갈 때 "더 궁금한 건 없으세요"라고 항상 묻는 그의 좌우명은 '2%를 채워줘야 충분한 효과가 난다'다. 2% 모자른 것과 2% 남는 것은 10% 이상의 치료 효과를 보인다는 의미다. 

"B형간염과 같은 만성질환은 환자 스스로 관리하는 게 중요해요. 의사는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옆에서 보조해줘야 하고요"

다만, 역설적이게도 그는 환자에게 '과유불급'을 강조한다. 환자 스스로 간질환에 대해 관심을 갖되, 잘못된 정보에 관심을 쏟지 말라는 이유에서다. 

"간질환은 관심을 갖지 않아도 문제지만, 너무 많은 관심을 갖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정기적 관찰만으로도 충분한 환자들이 괜한 조바심에 잘못된 방법의 민간요법에 의존할 때가 있거든요. 카더라 통신에 휘둘리지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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