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정 기자

지난 21일을 기해 의사에 수술 등 설명의무를 부여하는 개정 의료법, 이른바 '설명의무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 의료법 따라 의사는 수술이나 수혈, 전신마취 등의 의료행위를 할 경우 반드시 사전에 수술의 주요 내용과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고, 정해진 서식에 따라 환자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3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제도 시행은 본격화됐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혼란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어떤 수술에 대해, 어디까지 설명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겠다는 것이 다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개정 의료법은 설명대상 수술의 범위를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로 포괄 정의하고 있다. 어떤 것이 이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없다보니, 의료계에서는 이를 구분하는 작업부터 스스로 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일반적으로 모법의 모호성은 정부가 하위법령에서 구체화해 나가면서 정리되는 과정을 거치지만, 이번엔 다르다. 설명의무법의 경우 모법에서 하위법령 위임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정부가 '수술의 범위'를 구체하는 등 법적 모호성을 제거해나가는데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혹시 모를 불이익을 피하려면 사실상 모든 수술에 대해 설명과 동의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의원에서 진행하는 간단한 봉합수술에까지 각종 설명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과연 법 개정의 취지에 맞는 일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법 개정의 직접적인 배경이 된 것은 2016년 있었던 모 대형병원 의사의 대리수술 사건이다. 모 대형병원 교수가 해외학회에 가면서 해당기간 자신이 집도키로 했던 3건의 수술을 환자와 보호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후배의사들에게 넘긴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것. 

이후 국회에서 수술 전 반드시 수술의사 이름 등의 정보를 환자에게 알리고, 명시적인 동의를 받도록 하는 이른바 대리수술 금지법이 잇달아 발의됐고, 이것이 지금의 수술설명의무법으로 이어졌다. 환자의 알 권리를 높이고 부당한 대리수술로부터 환자를 지키자는 취지다. 

'환자 모르게 수술 의사가 뒤바뀌는' 비윤리적인 행위를 용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사는 없다. 그러나 사실상 모든 수술행위에 대해 설명의무를 강제하는, 지금의 설명의무법은 이 같은 입법 목적을 넘어선 측면이 있어 보인다.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 하물며 그것이 제도를 실행해 나갈 구성원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지 못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제도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지키라는 것인지' 정부의 설명이 먼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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