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용량의 4분의 1 용량으로 여러 약제 병용 시 혈압강하 효과 우수…이상반응 차이 없어

고혈압 환자는 혈압 치료 시 항고혈압제를 단일요법으로 복용하는 것보다 저용량으로 여러 약을 병용했을 때 혈압강하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Hypertension 6월 5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다양한 계열의 항고혈압제를 각각 표준용량의 4분의 1 용량으로 줄여 병용했을 때 항고혈압제 단일요법 또는 위약 대비 혈압이 의미 있게 감소했다. 게다가 이상반응 발생 위험도 치료군 간 차이가 없었다.

이번 연구와 같이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고혈압은 여러 가지 기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이에 항고혈압제 단일요법보다는 병용요법을 통해 여러 기전을 차단하는 것이 혈압 조절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환자 순응도도 높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항고혈압제 계열이 다양하고 치료제마다 피곤, 불면증, 두통, 근육통 등의 각기 다른 이상반응 발생 위험을 안고 있다. 이에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Anthony Rodgers 교수팀은 이상반응 발생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으로 혈압을 낮출 수 있는 항고혈압제 치료전략을 확인하고자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표준용량의 항고혈압제 단일요법 또는 위약과 항고혈압제 용량을 4분의 1로 줄여 치료했을 때 효과를 비교한 연구들을 메타분석했다.

분석에는 무작위 대조군 연구 등을 포함한 총 42개 연구, 약 2만 300명의 고혈압 환자 데이터가 포함됐다. 환자들이 복용한 항고혈압제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I),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베타 차단제, 칼슘 채널 차단제, 티아지드(Thiazide) 계통의 이뇨제 등으로 총 다섯 가지였다.

먼저 항고혈압제 1가지를 표준용량의 4분의 1 용량으로 줄여 복용했을 때 위약 대비 혈압강하 효과를 비교한 결과 수축기혈압은 4.7mmHg, 이완기혈압은 2.4mmHg 감소했다(P<0.001).

이러한 혈압강하 효과는 여러 약제를 저용량으로 병용했을 때 두드러졌다. 항고혈압제 계열 중 2가지를 각각 표준용량의 4분의 1 용량으로 줄여 병용한 결과 위약군보다 수축기혈압이 6.7mmHg 이완기혈압이 4.4mmHg 줄었다(P<0.001).

앞선 과정과 동일하게 4가지 항고혈압제의 용량을 줄인 후 병용했을 때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은 위약 대비 각각 22.4mmHg, 13.1mmHg 의미 있게 감소했다(P<0.001).

이러한 효과는 표준용량의 항고혈압제 단일요법과 저용량 병용요법을 비교한 연구 결과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다.

4가지 항고혈압제의 치료 용량을 표준용량의 4분의 1로 줄여 병용했을 때 단일요법보다 수축기혈압이 13.1mmHg, 이완기혈압이 7.9mmHg 감소한 것(P<0.001).

단 항고혈압제 1가지를 저용량으로 복용했을 때에는 표준용량의 항고혈압제 단일요법 대비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이 각각 3.7mmHg, 2.6mmHg 증가했다(P<0.001). 항고혈압제 2가지의 용량을 줄여 병용할 경우 수축기혈압은 1.3mmHg 높아졌고 이완기혈압은 0.3mmHg 감소했지만 이러한 차이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지 않았다.

이와 함께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이상반응이다. 서로 다른 기전을 가진 약제를 병용한다면 이상반응 발생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이번 분석에서는 항고혈압제를 저용량으로 단일 복용하거나 2제 병용요법 시 이상반응 발생률은 위약과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고, 표준용량의 항고혈압제 단일요법보다는 적게 나타났다. 

즉 여러 항고혈압제를 표준용량의 4분의 1 용량으로 줄여 병용할 경우 혈압강하 효과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Rodgers 교수는 한 외신(medscape)과의 인터뷰에서 "항고혈압제의 용량을 줄여 병용한다면 혈압이 효과적으로 감소하고 이상반응 발생 위험도 낮아졌다"며 "단 현재 가능한 저용량 병용요법 조합이 적고, 임상에서 처방 변화를 주기에는 연구가 많지 않다. 저용량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이 임상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장기간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이탈리아 밀라노비코카대학교 Guido Grassi 교수는 논평을 통해 "이번 분석에 포함된 대부분 연구에서 저용량 항고혈압제 병용요법 기간은 평균 7주로 짧다"면서 "때문에 이번 분석과 같이 긍정적인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Rodgers 교수는 고혈압 환자 약 650명을 대상으로 항고혈압제 4가지를 저용량으로 병용했을 때 효과와 안전성을 표준요법과 비교한 1년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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