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이의신청 프로그램 16일부터 운영...단순착오 저감·관행적 이의신청 개선은 '과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삭감 등에 관한 이의신청 절차를 전산화했다. 속도가 더뎌 '거북이 걸음'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이의신청 업무처리가 제 속도를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의신청을 전산화한 이른바 '이의신청 프로그램'을 오는 16일부터 공식 운영한다고 13일 밝혔다. 

기존에는 서면을 통해서만 이의신청의 접수와 처리가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동 프로그램을 이용해 전자문서로 이의신청의 접수와 심사가 가능해진다. 

심평원은 시범사업을 거쳐 프로그램의 효과를 어느 정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접수의 정확성과 신속성이 향상됐고, 이의신청 처리 속도도 단축됐다는 설명이다. 

심평원 안학준 심사관리실장은 “이의신청 처리기간이 지연돼 요양기관의 불편함이 있었다"며 "이의신청 프로그램을 통해 요양기관의 불편과 행정부담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평균 처리기간 230일...이의신청 넣어놔도 '감감무소식'

'이의신청'은 심평원 처분에 대한 권리구제절차로, 주로 심사조정 결과나 적정성 평가결과에 불복한 의료기관들에 의해 제기된다.

국민건강보험법에 의거해 이의신청은 처분사실을 인지한 지 90일 이내, 처분이 있은 날부터 180일 이내에 신청해야 하며, 신청을 접수받은 심평원은 60일 이내에 '인정' 이나 '불인정'으로 그 결과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의신청 건수가 해마다 큰 폭으로 늘면서, '지각 처리'가 속출했다. 지난해 기준 이의신청 건당 평균 처리기간은 무려 230일. 요양기관 입장에서는 이의신청을 넣고 1년 가까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그 결과를 받아 볼 수 있었던 셈이다.

▲최근 5년 이의신청 접수 현황(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에 의료계 안팎에서는 심평원 스스로 법규를 위반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요양기관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스스로에는 관대하다는 비판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법령에서 이의신청 업무 처리기간을 60일로 못 박은 것은 조속한 권리구제가 이뤄지도록 하려는 취지"라며 "지각처리가 속출하면서 요양기관들이 받아야 할 급여비를 제때 받지 못하는 등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양기관은 처분이 난지 180일이 지나면 이의신청 자체를 하지 못한다"며 "요양기관에만 기간준수를 강제하는 것은 형평성, 공정성에 어긋나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법 있어도 못 지켰던 심평원 속사정은?

심평원도 이 같은 비판을 알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왔다. 청구 건수가 해를 거듭할 수록 급증하고 이에 비례해 몰려드는 이의신청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전산심사의 지속적인 확대로 심사조정이 증가한 점, 또 요양기관의 권리구제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이의신청이 해마다 급증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심평원에 따르면 2016년 심사청구 건수는 15억건으로 2012년 대비 5.5%, 심사청구 금액은 71조원으로 2012년 대비 48%가 증가했으며, 이의신청 제기건수는 2016년 현재 93만여건으로 2012년 대비 80.4%가 늘었다.

심평원은 해마다 수 십만건의 이의신청을 처리하고 있으나, 물량이 늘어나면서 처리 속도가 지연되고, 미처 처리하지 못한 누적 접수건도 쌓여가고 있다.

▲'이의신청 프로그램'. 요양기관 업무포털(http://biz.hira.or.kr) 하단 ‘이의신청 프로그램’ 버튼을 클릭해 프로그램 설치 후 사용. 

이에 심평원은 인력 확충과 업무 효율화 작업 등 이의신청 처리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요양기관에 다발생 이의신청 현황을 제공하는 등 자구책을 강구해왔다.

심평원은 새로 운영될 이의신청 프로그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박영숙 심사관리실 이의신청1부장은 "전산프로그램 이용시 이의신청 처리기간 단축은 물론 요양기관의 행정적 부담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하반기 전체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이용을 적극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복적 단순착오-관행적 이의신청 개선 '과제'

다만 여전히 전체 이의신청 건수의 절반에 달하는 단순착오청구에 따른 이의신청, 일부 요양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는 관행적 이의신청을 개선하는 것은 남은 과제다.

실제 심평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체 이의신청 건수의 55.4%(본원 심사분,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 기준)는 요양기관의 청구 착오에 따른 차후 이의신청 사례였다. 2015년 67.8%에서 그 비율이 다소 줄어들고는 있지만, 단순착오에 따른 이의신청이 여전히 업무과부하의 주 원인인 셈이다.

일각에서 이뤄지고 있는 관행적 이의신청 행태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심평원에 따르면 이의신청 다발생 상위 20개 요양기관이 전체 이의신청 건수의 70~8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박영숙 부장은 "요양기관의 참여와 협력이 필요한 사안인만큼 지속적으로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고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의신청 처리현황(건강보험심사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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