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발적 정책·시설·인력 통합체계 구축 기대...도덕적 해이·재정 쏠림 부작용 우려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권미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한국치매협회와 공동으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제1차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전략 포럼'을 열었다.

치매 국가책임제 도입을 앞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정부는 이달 말 치매 국가책임제 공약 이행을 위한 세부계획을 발표할 예정. 일단 문재인 정부 공약집에 포함됐던 치매지원센터 확대와 치매 안심병원 설립, 치매 의료비 부담 완화 등이 골자가 될 전망인데 구체적인 실행책이 베일에 쌓여 있다보니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권미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한국치매협회와 공동으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제1차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전략 포럼'을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치매 국가책임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듯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됐다. 

의료계 등 관련 단체들의 기대감은 높다. 산발적인 치매관리 정책과 지원사업을 통합하고 국가 차원의 치매지원체계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그 방향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발제를 맡은 경기도립 용인노인전문병원 윤종철 원장은 "치매에 대한 지원은 인권과 연대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치매 국가 책임제는 우리 사회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윤 원장은 "치매지원센터와 안심병원을 확충하되, 각각이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치매관리는 국가와 의료기관, 복지시설 등 다양한 기관, 다양한 사람의 협력이 요구되는 일로, 지역사회 치매관리의 틀에 대한 함께 고민도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일례로 치매안심센터를 확대한다면 이를 지금처럼 위탁 형태로 할지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형태로 할지, 위탁한다면 위탁의 주최는 누가 되어야 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형태에 따라 예산집행의 방식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실제 현장의 모양도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비스의 질 제고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원장은 "서비스의 질과 관련된 사항들이 공약에서 빠져있다"며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국가가 주도하는 시혜적인 형태가 아니라 환자와 가족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단순히 치매상담센터나 병원을 확충하는 것에서 나아가 산발적 관련 시설 연계를 강화하고, 치매전문인력을 육성해 적소에 배치하며, 정부가 책임있게 이를 관리해 나가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림대 간호학과 김춘길 교수는 "현재 복지부 내에서 치매정책을 사무관 1명과 주무관 1명이 담당하고 있다"며 "효율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 치매정책과나 치매정책추진 전담팀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체로 치매 국가책임제 시행에 따른 기대에서 나온 제언이다.

반대로 제도 도입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자칫 무상의료로 인식돼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거나, 이에 천문학적 재정이 투입돼 타 질환 환자들에 대한 보장성이 상대적으로 소홀해 질 수 있다는 우려다.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과 임현국 교수는 "치매환자를 1년 케어 하는데 20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고, (공약대로 치매 의료비 90%를 건강보험을 적용해) 10% 본인부담이 된다면 연간 18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며, 이를 전체 환자 72만명에 적용하면 12조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며 "국가에서 비용을 투여하는 것이 과연 만능이 될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본인부담 인하는 물론 본인부담상한제까지, 일종의 치매 특례제도를 만드는 것인데 자칫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가 된다"며 "치매가 아닌 데도 혜택을 받기 위해 진단을 요구한다든지, 반대로 진단남용이 일어난다든지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요양병원이 폭발적으로 늘었던 것과 같은 또 다른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과 이재용 과장(사진 오른쪽)

정부는 "6월말 치매국가책임제 공약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지켜봐달라"는 입장을 냈다.

복지부 노인정책과 이재용 과장은 "세부 추진방향을 마련하는 과정으로 오늘 얘기 중 상당부분이 계획에 담겨져 있다"며 "의견을 잘 반영해 6월말 치매관련 국가치매 종합대책 충실히 만들어서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치매상담센터 건립예산 등이 포함된 추경예산의 국회처리를 요청했다. 치매 국가책임제 이행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

문 대통령은 ""치매는 국민 모두의 공포이다. 어르신들도, 가족들도 그 고통을 혼자 감당해서는 안 된다"며 "치매국가책임제를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전국 통틀어 47개소에 불과한 치매안심센터를 252개로 늘리는 예산을 배정했고, 전국 모든 시군구에 치매안심센터가 설치되면 치매 상담은 물론 조기 검진을 통해 치매를 예방하고,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줄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공약집에 포함된 국가 치매책임제 관련 내용은  ▲지역사회 치매지원(안심)센터의 확대 ▲치매 안심병원 설립 ▲치매 의료비 90% 건강보험 적용 및 치매 돌봄인력 확충 ▲노인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 상한제 도입 등 4가지다.

정부는 치매안심센터 확충(47개소→252개소)에 1418억원, 치매안심병원 설립에 606억원 등 총 2023억원의 치매 국가책임제 시행 예산을 추경에 포함시켰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