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식 원장, "병원 시설 규모에 따라 가산해주는 원가기반 보상체계 이젠 그만"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가기반 보상체계에서 가치기반 보상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의료전달체가 갖는 문제점을 보는 시각은 하나로 모이는 양상이다. 의료기관 종별기능 미분화를 의료전달체계 문제점의 핵심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9일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의료질향상학회 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기획조정실장은 관련법상 의료기관의 종별 기능이 혼재돼 있어 역할이 중복되고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의료법상 의료기관 설립기준은 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4단계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행정규칙 표준업무규정에는 경증외래(간단/흔한 질환), 일반입원 /수술(전문적 관리가 필요한 질환). 중증질환(고난이도 치료)로 3단계로 구분된다.  

신 기획조정실장은 "현재는 서로 다른 규모의 의료기관이 동일한 환자를 두고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구조다. 환자를 늘려야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며 "공급자는 살아남으려고 시설, 장비 등 외형적 투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 투자 대비 손해를 안 보려면 생산성 즉 진료량을 극대화 해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한병원협회 박진식 보험이사(메디플렉스 세종병원장)도 종별 분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을 핵심으로 진단했다. 

박 보험이사는 의원, 병원 등 분류체계가 있지만 종별로 제공하는 서비스 종류가 정해져 있지 않아 1차 의료기관에서 암수술을 하고, 3차 의료기관에서 단순 고혈압, 당뇨병 등을 진료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보험이사는 "의료전달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1,2,3차 의료기관의 분류가 제공하는 서비스 종류와 관계없이 최소한의 시설 규모와 인력구성에 따라 돼 있어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의료전달체계와 종별분리체계의 불일치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의료전달체계의 향후 개선방안으로 현재의 양적 중심 지불제도를 가치 중심 지불제도로 변경해야 한다는 것에도 합의된 의견을 보인다. 

신 기획조정실장은 현재의 양적 기반 보상체계에서는 공급자, 보험자, 환자 간 상호가치 상충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질적 기반의 보상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이 건강할수록 공급자가 혜택받는 가치기반 보상체계가 돼야 하다는 것이다. 

박 보험이사도 가치기반 보상체계를 제안했다.  

현재 서비스와 종류와 관계없이 의료기관의 규모에 따라 0~30%를 가산해주는 원가기반 보상체계는 문제가 있다는 게 박 보험이사의 생각이다. 같은 질환에 대해 동일한 결과를 창출해 내는 서비스에 대해 다른 보상을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박 보험이사는 "원가기반 보상체계 하에서는 3차병원이 경증환자의 진료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결국 3차병원에 역할을 빼앗긴 2차병원이 1차병원과 경쟁을 해 결국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이어진다"며 "중증환자를 위해 설치한 시설과 장비를 경증환자에게 사용할 경우 비효율이 발생해 각자 규모와 인력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기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치기반 보상체계에 모두 동의하지만 세부 항목에 들어가면 의견이 충돌한다.  

대한의사협회 조현호 보험이사는 의료원가 얘기를 꺼냈다. 현재 원가의 87%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의원들은 비급여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였다.

조 보험이사는 "개원가의 기본진찰료가 원가 수준으로 올라가지 않은 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는 무의미하다. 빨리 3차 상대가치 개정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52개경증질환 진찰료 차등제를 실시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실손보험과 실제 3차병원에서의 진료비 등이 비싸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정책적으로 디스 인세티브를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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