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양영구 기자.

최근 국내 제약사들의 행보를 보고 있으면 '과연 이들이 제약사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된다. R&D를 통한 신약 개발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보다 수익성 확보를 통한 외형 확장에 열을 올려온 게 사실이다. 

굴지의 대형 외국계 제약사로부터 블록버스터 약물을 도입, 국내 시장에 유통하면서 다국적 제약사의 'CSO(영업전문대행업체)' 역할을 자처해왔다. 

한 해 동안 1조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한 국내 제약사는 식음료 비중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면서 과연 이 회사가 제약사인가, 식음료 회사인가를 두고 정체성 논란에 대한 시시비비는 여전히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화장품, 이른바 '코스메슈티컬' 사업에 뛰어든 제약사도 많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 1조원을 올리며 업계를 리딩했던 유한양행까지 유한필리아라는 자회사를 설립,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물론 이들의 외도(?)가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의약품이라는 특성상 판매허가가 까다로운 점, 이미 포화된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점, 품목 도입을 통한 외적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한 곳은 녹십자·광동제약·유한양행 등 세 곳에 불과한데, 이들 마저도 신약 개발을 위한 충분한 R&D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만큼 이를 위한 투자 여력이 충분한 기업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들이 연구개발에 소홀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해도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 확률은 현저히 낮으며, 신약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그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국내 제약사들이 나름의 사업영역에서 특화 전략을 갖고 있지만,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국내 제약사들의 이유 있는 외도가 장기화되는 데 주의가 필요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화장품 사업, 식음표 사업 등 사업 영역 확대를 통한 성장성 제고 노력도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이는 시장 환경의 어려움에 맞서기 위한 임시방편의 수준에서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당신의 회사는 제약사입니까?'라는 물음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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