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수가협상 종합] 악재 속 적정수가·의료정상화 '새정부 약속' 돌파구
의협 '최대 인상률'-병협 '최대 지분' 확보 선전...깜깜이 협상해소 과제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2018년 수가협상이 1일 새벽 막을 내렸다.

7개 공급자단체가 '8234억원'이라는 파이를 두고 보름여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치열한 협상을 벌였고, 이날 새벽 노력의 결과물을 받아들었다.

협상 결과는 2년 연속 전 유협 협상 타결. 의원급 의료기관은 '최대 인상폭'을, 병원급 의료기관은 '최대 파이'를 획득하는 성과를 냈다.

수가 인상분 규모는 전년보다 100억원가량 늘어난 8234억원이다. 

내외부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파이를 키우기도 줄이기도 애매했던 상황에서, 그나마 정부와 공단·가입자·공급자의 절충이 가능했던 '신의 한 수(數)' 였다는 평가다. 

2년 연속 전 유형 협상 타결....평균 인상률 2.28% 

국민건강보험공단은 6월 1일 새벽 5시 대한의사협회를 끝으로, 7개 의약단체 모두와 2018년 진료 수가(환산지수, 상대가치점수당 단가) 협상을 타결했다. 

자율협상의 결과로 ▲의원급 의료기관은 3.1%(협상대표 대한의사협회) ▲병원 1.7%(병원협회) ▲치과 2.7%(치과의사협회) ▲한방 2.9%(한의협) ▲약국 2.9%(약사회) ▲조산원 3.4%(간호협회) ▲보건기관 2.8%의 수가인상률을 획득했다. 평균 인상률은 2.28%. 

▲수가협상 결과를 반영한 내년도 병의원 초재진료

이를 반영한 내년도 의원급 의료기관 초진료는 올해보다 450원이 늘어난 1만 5310원. 재진료는 330원 늘어난 1만 950원이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초·재진료도 인상된다. 

상급종합병원의 내년도 초진료는 올해보다 310원이 늘어난 1만 8800원, 재진료는 1만 4580원이며, 종합병원의 초진료는 올해보다 280원 늘어난 1만 7080원, 재진료는 1만 2850원이 된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초진료는 올해보다 250원 늘어난 1만 5350원, 재진료는 190원 늘어난 1만 1130원이 된다. 

건보공단 장미승 급여상임이사는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도모하면서 국민의 부담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했다"며 "모두가 만족할 수준은 아니나 완만한 협의를 통해 2년 연속 전 유형 협상을 타결한 것은 성과"라고 평했다.

8234억원의 파이...고민 끝에 빚어진 '신의 한 수(數)'

▲의협 수가협상단 변태섭 단장(사진 왼쪽)과 임익강 보험이사가 협상장을 나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이번 수가협상의 결과로 내년 요양기관에 추가로 투입되는 재정은 총 8234억원이다. 사상 최대 파이 기록을 세웠던 작년보다 100억원이 더 많다.

협상 초기 이 같은 규모의 파이가 마련되리라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난해 파이가 통상적인 수준에 비해 '이례적'으로 컸던 탓이다. 

실제 공단은 지난해 2017년 수가협상을 진행하면서, 모두 8134억원을 수가인상에 투입했다. 2013년 6386억원, 2014년 6898억원, 2015년 6658억원, 2016년 6503억원 등 예년에 비하면 2000억원 가까이 많은 돈이다. 

당시 공단은 "의약계의 어려운 경영현실을 감안했다"고 추가재정 투입의 배경을 설명했다. 어려운 경영현실은 2015년 있었던 메르스 사태로 인한 의료기관의 손실을 뜻하는 것으로, 파격적인 파이 확대가 일회적이며 이례적이라는 의미였다.

때문에 올해 파이 축소는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졌고, 공급자 측에는 암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강경한 가입자, 새정부 출범 '훈풍' 못 꺾어

그러나 수가협상 직전, 새 정부의 출범으로 분위기가 전환됐다. 의료체계의 정상화를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한 것.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현재의 '저부담-저수가' 체계를 '적정부담-적정수가'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한 점을 들어, 의료계는 문재인 정부의 '적정수가-적정부담' 공약 이행 의지를 점쳐볼 수 있는 첫 시험대로 이번 협상을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왔다.

물론 고비는 있었다. 가입자단체가 건보료 부과체계의 개편으로 인한 수입 감소, 향후 있을 보장성 강화정책에 따른 지출 증가, 메르스 사태 이후 회복된 진료비 증가율 등의 이유를 들어 '철통수비'에 나서면서 협상 초기, 대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한때 파이의 규모가 메르스 이전 수준인 6000억원대로 낮아졌다는 이야기가 회자됐을 정도.

그러나 협상의 결과가 새 정부에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정부와 공단의 의지가 컸다. 

협상단 관계자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적정수가라는 화두가 공식화된 데다 보장성 강화, 의료전달체계 개편, 일자리 창출 등 새 정부가 공급자단체들과 해나가야 할 일이 많다"며 "이런 상황들이 고려되었던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와 공단 측의 설득으로 초반 7000억원대에서 시작했던 파이는 최종적으로 8234억원 규모까지 커졌다. 작년보다 오히려 다소 인상된 수준이다.

이 밖에 6년째 지속되고 있는 건보재정 당기흑자, 20조원에 이르는 누적흑자가 쌓이는데 공급자의 희생과 기여가 있었다는 점도 수가인상분을 늘리는 근거가 됐다. 

의원급 '최대 인상폭'...병원급 '최대 파이' 획득

▲2018년 수가협상 결과, 유형별 인상률

이에 맞춰 각 유형별 수가인상률도 지난해와 유사하거나 크게 떨어지지 않은 수준에서 결론이 났다. 다만 유형별 희비는 다소 엇갈린다.

의과 의료기관들의 성적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7개 유형 가운데 '최대 인상폭'을, 병원급 의료기관은 '최대 파이'를 획득하는 성과를 냈다.

이들은 무려 8차례가 넘게 공단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치열한 수 싸움을 벌였다. 특히 의협은 7개 유형 가운데 가장 마지막까지 버티며 공단을 압박했다. 공단과 의협의 협상은 1일 새벽 5시까지 이어졌다.

긴 대치 끝에 의원은 전년도와 동일한 3.1% 인상률을 기록하며, 수년째 이어졌던 약국의 1등 독식 구조를 깼다. 수가인상률로 본 주요 공급자단체 유형별 순위는 의원-한방·약국(2.9%)-치과(2.7%)-병원(1.7%) 순이다.

병원은 가져 갈 지분이 가장 많다. 올해 수가협상의 결과로 병원급 의료기관에 돌아갈 파이는 5000억원 규모로, 총 파이의 절반을 넘는다. 지난 해와 동일하게 최대지분을 확보한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변태섭 수가협상단장은 "아쉬움이 크지만 평균 수가인상률이 전년보다 0.09% 가량 줄어들었음에도 전년도와 동일한 3.1%의 수가인상률을 지켰다는 점, 주요 공급자 유형 가운데 가장 높은 수가인상률을 기록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한병원협회 박용주 협상단장은 "공단이 병원계의 어려운 실정을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실한 자세로 인내하며 협상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반면 치과와 약국 등은 전년보다 다소 부족한 성적표를 받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눈치보다 진 빠진다" 깜깜이 협상 해소 과제  

▲협상장을 나서고 있는 병협 박용주 협상단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2년 연속 전 유형 자율협상 타결이라는 성과를 내긴 했지만, 이른바 '깜깜이 협상'으로 회자되는 수가협상 시스템은 공급자들의 공분을 샀다.

대한한의사협회 박완수 협상단장은 협상체결 직후 "힘든 협상이었다"며 "진료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국민건강을 위해 희생을 무릎쓴 측면이 있다. 이런 방식의 협상과정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치협 관계자 또한 "현재의 협상 방식으로는 안된다"며 "전체적으로 재정위 구성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를 높였다.

깜깜이 협상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협상과정에서 여러차례 터져나왔다.

6개 시도의사회장들로 구성된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수가협상 마감을 앞둔 31일 성명을 내어, 수가협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까지의 수가계약을 건강보험공단이 짜놓은 밴딩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되는 금액을 공급자단체가 어떤 비율로 서로 나눠 가질 것인가를 비통한 심정으로 반복해왔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금액이 어느정도이며, 이를 위해 차기년도 의료수가를 최소 몇 % 인상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은 없었다"며 "보건의료체계의 안정적인 구축을 위한 투자비용이라는 인식하에 밴딩을 책정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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