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동국·대웅 이어 유한까지 코스메슈티컬 사업 투입
외형적 성장 위한 사업 다각화 지적...“제약사 본연 업무 돌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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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코스메슈티컬(화장품:cosmetics과 의약품:pharmaceutical 합성어)' 전쟁이다. 

보령제약, 동국제약 등 일부 국내 제약사가 화장품 등 뷰티사업에 뛰어든데 이어 대형 도입품목을 통해 외형확대에 나섰던 리딩기업 유한양행까지 화장품 시장에 가담했기 때문이다. 

제약사들은 시장진입이나 판매허가 등 까다롭고 오래 걸리는 의약품 개발 대신, 비교적 개발과 유통이 쉬운 화장품 시장에 눈을 돌림으로써 사업 다각화를 노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외적 성장에 몰두할 게 아니라 제약사 본연의 업무인 '신약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약품 시장 한계 직면...화장품 신시장 주목

화장품 시장이 최근 들어 소비자의 수요가 미백, 주름개선, 피부질환 등에 효과가 있는 제품으로 변화하면서 국내 제약업계는 자신들의 의약품 기술을 접목해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는 게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헬스뷰티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곳은 마데카와 선텔리안 브랜드 홈쇼핑 론칭을 시작으로 헬스뷰티분야를 확대해 온 동국제약이다. 

동국제약은 자사 헬스&뷰티숍 '메이 올웨이즈'를 론칭하고 백화점에 입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가 백화점에 화장품 단독 매장을 오픈한 첫 사례로 꼽힌다. 게다가 코스메슈티컬 시장에서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기초 케어 라인에서부터 남성 라인에 이르기까지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2001년 자회사 디엔컴퍼니를 설립하고 병원 화장품 브랜드 '이지듀'를 내세워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일찌감치 가세했다. 지난해에는 이지듀DW-EGF크림을 개발, 홈쇼핑까지 진출했다. 

보령제약은 2014년 한국다이이찌산쿄 헬스케어와 손잡고 미백 기능성 인증 화장품 '트란시노 화이트닝 에센스'를 국내에 선보이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국내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이 뷰티·헬스전문 자회사 유한필리아를 설립,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유한양행은 올해 3분기 유한필리아를 통해 자체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동화약품도 화장품 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동화약품은 대표적인 일반의약품인 '활명수'의 생약 성분을 적용한 화장품 브랜드 '활명'을 본격 론칭할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 제약사들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데는 의약품 시장이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처방약 시장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약가 등 처방약 규제가 강화되면서 신규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19조원에 달하지만, 2010~2016년 연평균 성장률은 1% 미만에 불과하다. 반면, 국내 화장품 시장은 2015년 기준 약 9조 원으로 추정된다. 현재의 의약품 시장 규모에 못 미치지만, 2010~2015년 시장 성장률은 약 9%에 달한다. 특히 중국발 수출이 늘면서 화장품 시장은 앞으로도 견조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갖춘 의약품 개발 노하우와 설비를 활용하면 비교적 쉽게 기능성 화장품을 생산해낼 수 있다"며 "일부 제약사에서는 R&D 투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의약품 보다 쉽게 수익을 낼 수 있는 화장품 산업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제약사에게 화장품은 연관성이 없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효율적으로 본업 이외의 신시장 진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제약기업들은 코스메슈티컬 제품으로 기존 화장품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며 "화장품 사업을 수익을 성장 동력 삼아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기업이 늘어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코스메슈티컬 시장이 장밋빛 미래는 아니다"

코스메슈티컬 시장이 항상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다. 실제 몇몇 제약사들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을 접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경남제약은 대표상품 레모나의 이름을 딴 기능성 화장품 '블랑씨'를 선보이며 매출 올리기에 나섰지만, 6개월만에 사업을 접었다. 판매가 저조해 화장품 사업을 지속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일동제약은 지금까지 화장품 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업 진출 초기와 비교하면 그 규모는 작다. 당시 일동제약은 항산화 성분을 가진 코엔자임 큐텐펩과 스켄케어 선블록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놨지만, 현재는 모두 종적을 감춘 상태다. 그나마 2012년까지 명맥을 유지해온 비타민C 화장품 '바비씨'가 위안거리.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여러 제약사가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지만 유통망과 노하우 부족으로 사업을 축소하거나 접은 전례가 있다"며 "아모레퍼시픽 등 기존 화장품 업계가 갖고 있는 유통망을 뚫을 전략을 갖추지 못한다면 신시장이라고 해도 항상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주객전도 금물"

이처럼 국내 제약사들이 화장품 사업에 속속 나서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주객이 전도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의약품만으로는 제약사들의 생존의 한계가 있어 사업 확대는 필수적이지만, 주객이 전도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의약품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약가 등에서 정부의 규제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기업들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 규제 일변도였던 정책기조를 바꿔 제약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는 만큼 제약업계도 정부 정책지원에 걸맞은 노력을 해야 할 때"라며 "지금의 훈풍을 계기로 삼고 제약사라는 이름에 맞게 신약개발에 더 매진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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