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3000억 미만 30곳, 1분기 영업이익 47%↑

 

작은 노력이라도 끈기 있게 계속 한다면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수적천석(水滴穿石)'이라는 말이 제격인 것 같다.

올해 1분기 국내 중소제약사들의 실적을 두고 하는 말이다.  

본지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연 매출 3000억원 미만 300억원 이상 중소제약사 30곳의 2017년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큰 성장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평균 3.9% 매출이 늘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46.6%나 급증했다. 반면, 중소제약사들의 판관비는 증가했지만 R&D에 대한 투자는 인색했다. 

중소제약사, 매출·영업 큰 폭 성장…마이너스 성장 9곳뿐 

전 세계적 경기 침체로 인해 제약산업이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였을까. 

연 매출 3000억원 미만 제약사 30곳의 2017년도 1분기 실적(연결-별도)을 분석한 결과,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이들의 활약이 빛났다.

올해 1분기 3000억원 미만 중소제약사 30곳의 총 매출액은 984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기록한 9496억원에 비해 3.9% 증가했다. 

특히 중소제약사의 영업이익이 두드러졌는데, 3000억원 미만 중소제약사 30곳의 2017년 1분기 영업이익은 10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978억원에 비해 46.6%라는 급격한 성장률을 보였다. 

우선 매출액을 살펴보면 30곳의 중소제약사 가운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곳은 신풍제약, 대화제약, 명문제약, 국제약품, 삼일제약, 동성제약, 삼아제약, 고려제약, 신일제약 등 9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21곳의 중소제약사는 전년 동기 대비 성장한 셈이다. 영업이익 부문에서는 진양제약과 일성신약의 성장이 눈에 띄었다. 

DHP코리아·삼천당제약, 중소제약사 성장 견인

중소제약사 가운데 올해 1분기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DHP코리아와 삼천당제약이다.

DHP코리아는 2016년 총 매출 447억원의 소형제약사다. DHP코리아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25억원으로 전년 동기 기록한 98억원에 비해 21.6% 성장했다. 

이와 함께 지난 한 해 1474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삼천당제약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91억원으로, 전년 동기(342억원) 대비 12.5% 상승했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안과용 점안제 분야를 중점으로 삼고 안과 영역 품목을 중심으로 큰 폭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삼천당제약은 주력제품인 안과용 점안액 하메론 시리즈의 매출 확대가 올해 1분기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하메론은 올해 1분기 34억 7000만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5.3%가 늘어난 금액이다. 

하메론-에스, 하메론-에이, 하메론-피의 1분기 매출 합계도 22억 64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38.1% 늘었다. 또 다른 안과용 점안액 레보스타는 6억원의 매출액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3% 성장했다.

안과분야 외에도 다년성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제 타리에스, 위궤양 치료제 알지드 등도 각각 4.6%, 54.2% 원외처방액을 늘리며 성장세에 힘을 불어넣었다.

DHP코리아는 생산능력 증가를 통해 일회용 점안액 분야 시장을 장악, 매출 성장을 꾀하고 있다. DHP코리아는 2015년 3분기부터 오송공장에 기존 1, 2호기에 이어 3호기를 가동하며 생산 능력이 크게 증대된 바 있다. 

DHP코리아가 오송공장에서 만들 수 있는 일회용 점안액은 2014년 13만 2000개에서 2015년 19만 2420개로, 지난해에는 25만 2840개로 늘었다. 특히 공장 가동률은 84.1%를 기록, 지난해 44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386억 원) 대비 15.8% 늘었고, 올해 1분기도 전년 동기보다 21.6% 증가했다. 

 

탄탄했던 명문제약, 영업이익 급락

대표품목의 꾸준한 원외처방으로 '탄탄'한 중소제약사로 꼽히던 명문제약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급락하면서 쓴맛을 봤다. 

명문제약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0억원으로, 전년 동기 기록한 24억원에 비해 무려 140%나 떨어졌다. 이는 매출 3000억원 미만 중소제약사 가운데 유일한 세 자릿수 하락폭이다. 

명문제약은 대표 품목인 골격근이완제 에페신(에페리손), 콜레스테롤담석증 치료제 씨앤유(케노데속시콜산-우르소데속시콜산삼수화물마그네슘염), 고지혈증치료제 명문로수바스타틴칼슘(로수바스타틴), 뇌기능장애 치료제 뉴라렌(콜린알포세레이트) 등이 지난해 1분기와 비슷한 원외처방액을 올렸지만, 속사정은 개운치 못하다. 품목은 많지만, 리딩 품목의 매출액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회사 1위 품목인 씨앤유는 전체 매출액의 5%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고, 상위 9개 품목을 합쳐도 전체 매출액의 20%에 못 미친다. 

특히 제네릭 위주의 신제품 출시는 제품력보다 영업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판관비를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명문제약의 올해 1분기 판관비는 168억원으로, 판관비중은 50.2%에 달한다. 

이 같은 영업이익 추락은 올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복지부가 명문제약의 17개 보험의약품 상한금액을 평균 13.3% 인하했기 때문. 

다만, 변화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제네릭 위주의 사업 구조에 변화가 생긴다는 의미다. 실제 명문제약은 올해 상반기 마약성진통제 도미덴주와 3제(위암/두경부암/췌장암) 항암제 등을 외부에서 들여올 계획이다.

이 외에 우리들제약이 같은 기간 동안 16억원에서 9억원으로 77.8%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뒤이어 현대약품(-50%), 동화약품(-40.4%), 삼아제약(-38.1%) 순이었다. 

반면 올해 1분기 중소제약사의 영업력은 긍정적이었다는 평가다. 

우선 일성신약이 올해 1분기 1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 동기(5억원) 대비 70.6%의 큰 성장폭을 보였고, 뒤이어 안국약품(63%), 영진약품(44.5%), 환인제약(37.4%) 등이 순위권을 형성했다. 

판관비 증가했지만 R&D 투입액은 줄어

한편, 중소제약사의 판관비는 여전히 증가세다. 

매출 3000억원 미만 중소제약사 30곳의 올해 1분기 판관비 총액은 3564억원으로 전년 동기 3398억원과 비교할 때 4.6% 늘었다. 특히 신풍제약, 한국유나이티드, 대화제약, 동성제약, 비씨월드제약 등 5곳만 올해 1분기 판관비를 전년 동기 대비 줄였을 뿐 나머지 제약사들은 판관비를 늘렸다. 

신풍제약이 같은 기간 동안 191억원에서 167억원으로 14.4% 판관비를 줄이면서 가장 많은 폭을 기록했고, 동성제약(-14.8%), 한국유나이티드(-12%), 대화제약(-4.6%), 비씨월드제약(-2.6%) 순이었다. 

이와 달리 진양제약은 45억원에서 57억원으로 21.1% 판관비 증가율을 보이며, 가장 많이 늘렸다. 뒤이어 신일제약이 27억원에서 32억원으로 15.6%를 늘렸고, 경보제약(14.5%), 조아제약(12.7%), 일양약품(12.5%) 순이었다. 

이처럼 중소제약사들이 해가 갈수록 판관비를 늘리는 추세지만, 정작 판관비에 속하는 영역 중 하나인 R&D 투자에는 여전히 인색한 모습이다.

이들의 올해 1분기 R&D 투자액은 301억원으로 전년 동기(315억원)에 비해 8.8% 줄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할 때 대한약품이 4억원에서 9400만원으로 325.5%를 줄이면서 R&D 투자 비용을 가장 큰 폭으로 줄였다. 이어 DHP코리아가 같은 기간 동안 2억원에서 8100만원으로 146.9%를, 신풍제약이 31억원에서 16억원으로 93.8% 감소시켰다.

반면, 국제약품이 2억원에서 10억원으로 R&D 투자비용을 80% 늘렸고, 경동제약과 환인제약이 각각 66.7% 늘리면서 R&D 비용 투자액 증가 비율 상위권에 포진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는 올해는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신약 기술이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미래에셋 김태희 연구원은 "2015년 한미약품 대규모 기술수출이 촉매제 역할을 했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다수의 중소형 제약사들의 기술수출이 주가를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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