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당 보는 시청자는 포만감이 아닌, 음식을 나눌수 있는 사람과의 안정적인 애착

김석주
성균관의대 교수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남녀노소를 대표하는 4명의 배우가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맛있는 음식을 파는 작은 식당을 열었다. 

아름다운 휴양지 발리의 풍경과 식당을 꾸려나가는 배우들의 노력,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과 손님들이 식사하는 장면이 화면에 번갈아 등장한다. 갈등이나 무한 경쟁 같은 자극적인 내용은 없다. 

사람들은 여유롭고, 자연은 너무나도 아름답기만 하다. 바로 최근 큰 인기를 끈 TV프로그램, '윤식당'이다.

윤식당에서 음식을 조리해 대접하고 손님들이 먹는 장면은 훈훈한 가족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마치 맵고 짠 음식에 갈증을 느끼던 사람들이 찾는 담백한 음식처럼 현실에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듯하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생후 18개월 정도까지를 '구강기'라 부른다. 이 시기 아기가 엄마에게 안겨 젖을 먹으며 느끼는 포만감은 뇌에 강력하게 새겨져 지워지지 않는다. 이처럼 음식은 우리 인생에서 엄마에게 처음으로 받은 사랑의 선물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음식은 허전한 마음을 달래준다. 간혹 외롭거나 불안할 때 음식에 집착하는 이들이 있다. 배가 아닌 마음을 채우려는 몸짓이다. 

윤식당 보는 시청자가 진정 필요한 것은? 

▲ ⓒtvn 윤식당 제공

안타깝게도 외로움이나 불안이 쉽게 가라앉지 않으면 더 빨리, 더 많이 음식을 채워 넣는 폭식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음식의 의미를 통해 보자면, 윤식당을 보는 시청자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음식을 먹음으로써 느끼는 포만감이 아니라 같이 음식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의 안정적인 애착일지도 모른다. 

배우들은 윤식당을 잘 꾸려나가기 위해 유동인구와 가게 입지를 고려하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시식을 권유한다. 

하지만 가게가 어느날 갑자기 철거를 당하고, 다른 곳에서 열린 축제 때문에 매상이 뚝 떨어지다가도 비가 오자 손님들이 갑자기 넘쳐나는 등 돌발 상황이 계속 벌어진다. 

시시각각 마음을 졸이는 배우들의 모습은 매일 전쟁을 치르는 것 같은 자영업자들의 모습 그대로다.

"먹는 장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옛말이 무색할 정도로, 식당 창업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현실 중 하나다.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 생존율'에 따르면 숙박·음식업종 생존율은 1년 만에 55.6%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가량이 개업 1년 안에 폐업한다는 뜻이다. 

자영업의 어려움과 불안으로 인한 우울증이나 불면증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이들도 많다.

윤식당은 치열하다 못해 전쟁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결핍된,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휴식'과 '자유'를 함께 보여준다. 

동시에 아름다운 자연과 따뜻한 음식이라는 정서적 편안함과 '자영업의 고통'을 적절히 섞었다. 치열한 영업의 현장과 낭만적인 바닷가를 결부해 지독한 현실을 중화해나가는 치유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심리 치료와 비슷하다. 

심리적 상처를 극복하고자 하는 환자를 위해, 예전의 심리적 상처를 떠올릴 때 편안한 사람이나 상황을 동시에 상상하도록 하는 치료 기법이 있다.

그 과정을 통해 고통스럽던 상처를 떠올리게 하던 것들이 점점 덜 괴롭게 느껴지게 된다. 

'윤식당'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은 이처럼 창업이라는 맵고 짠 현실을 휴양지의 낭만과 음식의 즐거움으로 희석해서 소화하기 좋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윤식당이 달래주고 보듬어준 마음을 지킬 수 있을까? 각박한 자영업자의 현실 속에서도 낭만을 품을 수 있을까? 단지 장사만 잘 된다면 여유를 가질 수 있을까? 

성공에 대한 불안과 집착이 있는 마음은 낭만과 여유를 품기 어렵다. 

장사가 잘 되는데도 일터를 전쟁터나 지옥처럼 느끼는 이들도 많다. 윤식당 속 배우들이 보여주었던 배려와 여유가 없었다면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낭만과 따뜻함을 느끼기 어려웠을 것이다.

나와 내 가게 주변을 둘러싼 평범한 일상과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할 수 있다면, 가게를 열면서 겪었던 고생스러운 경험들을 웃으며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면, 

성공과 실패를 떠나 각박한 현실에서도 낭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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