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관 출혈 있었던 환자 중 고위험군에서 항응고제 복용 시 재출혈률 높아

 

항응고제 복용에 따른 출혈 부작용을 'ORBIT 점수'로 효과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오면서 출혈 위험도 평가도구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항응고제의 가장 흔하면서 치료가 까다로운 이상반응으로 꼽히는 '위장관 출혈' 예측에 효과를 보여 그동안 개발된 출혈 위험도 평가도구와 차별화를 꾀했다.

6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소화기병주간(Digestive Disease Week) 학술대회에서는 ORBIT 점수를 이용해 심방세동 환자의 위장관 재출혈 위험을 평가한 연구 결과가 첫선을 보였다.

연구를 주도한 포르투갈 Hospital da Senhora da Oliveira의 T. Curdia Goncalves 교수는 "ORBIT 점수를 이용해 위장관 출혈이 있었던 심방세동 환자의 재출혈 위험을 효과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며 "향후 ORBIT 점수가 위장관 재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들을 파악하고 치료하는 데 유용한 평가도구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HAS-BLED 점수 등 평가도구, 위장관 재출혈 예측 어려워

Goncalves 교수가 연구에서 가장 주목한 점은 주요 출혈 중 위장관 재출혈 위험을 예측하는 것이다. 항응고제 복용 후 위장관 출혈 등의 출혈 합병증이 나타날 경우 치료가 중단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출혈을 치료하기 까다롭고 심각하면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

현재 임상에서는 HAS-BLED, HEMORR2AGES, ATRIA 점수 등을 이용해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심방세동 환자의 1년 출혈 위험을 예측한다. 

특히 HAS-BLED 점수는 HEMORR2HAGES 점수와 출혈 위험을 평가하는 데 유의한 차이가 없지만 평가항목이 단순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평가도구로 여겨졌다(J Am Coll Cardiol. 2011;58:395~401).

이를 반영하듯 2015년 발표된 대한심장학회 산하 부정맥연구회 진료지침에서는 HAS-BLED 점수가 심방세동 환자의 출혈 위험을 예측하는 데 표준적인 평가도구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세 가지 평가도구는 위장관 출혈이 있었던 심방세동 환자의 재출혈 위험을 제대로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한계점으로 지적됐다.

더욱이 HAS-BLED 점수와 ATRIA 점수는 ROCKET-AF 연구에 포함된 심방세동 환자의 주요 출혈 위험을 분명하게 구별하지 못해(J Am Coll Cardiol 2014;63(9):891~900), 항응고제 복용에 따른 주요 출혈 위험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도구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ORBIT 점수' 5가지 평가항목만으로 주요 출혈 예측

이에 2015년에는 심방세동 출혈 위험을 간단하게 예측 가능한 ORBIT 점수가 개발됐다. 평가항목이 단순하다고 여겨진 HAS-BLED 점수는 총 7가지 위험인자를 확인했지만 ORBIT 점수는 5가지 항목만으로 출혈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고령(75세 이상)(1점) △헤모글로빈 또는 적혈구 용적률 감소(2점) △출혈 과거력(2점) △신기능 악화(1점) △항응고제 복용(1점)을 평가해 최대 점수는 7점이다.

ORBIT 점수는 HAS-BLED 및 ATRIA 점수보다 심방세동 환자의 주요 출혈 위험을 효과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면서 학계의 주목을 끌었다(Eur Heart J 2015;36(46):3258-3264). 

당시 연구를 주도한 미국 듀크임상연구기관 Emily C. O'Brien 교수는 "5가지 위험요인만으로 간편하고 쉽게 출혈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ORBIT 점수 고위험군 소장 재출혈률 '80%'…"임상에서 유용하다"

ORBIT 점수의 유용성은 위장관 재출혈 위험 평가에서 빛을 봤다. Goncalves 교수팀이 소장출혈이 있었던 환자에게 ORBIT 점수를 적용한 결과 소장 재출혈 위험을 예측할 수 있었던 것.

연구팀은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소장출혈이 있었고 소장캡슐내시경(small bowel capsule endoscopy)을 받은 약 570명 심방세동 환자의 기록을 후향적으로 분석했다. 그중 만성적으로 항응고제를 복용한 67명 환자 데이터에 주목했다. 

환자군의 특징을 살펴보면 평균 나이는 75세였고, 64%가량이 여성이었다. 

환자들이 복용한 약물은 와파린이 81%로 가장 많았으며, 저분자량 헤파린과 기타 약제들이 그 뒤를 이었다.

ORBIT 점수가 4점 이상으로 고위험에 속한 환자는 26명이었고, 41명은 4점 미만인 저위험~중등도 위험군이었다.

최종 결과 고위험군은 저위험~중등도 위험군 대비 소장 재출혈 발생률이 약 43%p 더 높았다(P=0.003). 구체적으로 소장 재출혈 발생률은 고위험군에서 80%였고 저위험~중등도 위험군에서 36.6%였다.

이와 함께 소장캡슐내시경으로 고위험군과 저위험~중등도 위험군의 출혈 병변을 진단한 결과, 진단율은 각각 39%와 23.1%로 두 군간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다(P=0.176).

Goncalves 교수는 한 외신(Medpage today)과의 인터뷰에서 "ORBIT 점수는 소장출혈이 있었던 환자에서 항응고제 복용 후 재출혈 위험을 예측하는 데 유용하다"면서 "ORBIT 점수에서 고위험으로 평가된 환자들은 향후 면밀한 모니터링 및 치료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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