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영 교수 "부족한 수면 보충하거나 수면질환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졸음운전 해결법"

▲ 정기영 교수

졸음운전은 단순히 피로가 누적돼서가 아닌 수면 부족 또는 동반된 수면질환이 원인이기 때문에 의료진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신경과학회 소속 서울의대 정기영 교수(서울대병원 신경과)는 "수면장애는 졸음운전의 중요한 원인이므로 이에 대한 인식 재고가 필요하다"면서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거나 수면질환을 적절히 치료함으로써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졸음운전 시 운전자의 의식 상태는 수초에서 수십초 동안 외부 자극을 감지하지 못하며 반응을 전혀 하지 못하는, 소위 미세수면(microsleep) 상태가 된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차의 운전자가 10초 정도만 미세수면 상태가 되더라도 약 280m를 무의식중에 달리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일반 교통사고와 달리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회피반응이 없게 되면서 인명사고를 동반하는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치사율이 일반 교통사고의 2배나 된다. 

졸음운전 원인을 분석한 '2015년 교통안전공단 고속도로 졸음운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흔한 원인으로 피로누적 및 식곤증이었다. 하지만 피로누적 및 식곤증의 대부분은 수면부족 또는 수면장애에 기인하는 것으로, 졸음운전을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수면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수면부족은 음주운전보다 더 심각한 상태로 꼽힌다. 2003년 연굴 결과에 의하면 평소 수면시간보다 4시간 부족하면 혈중알코올농도 0.04%에 버금가는 정도로 졸립고 수행력이 떨어지며, 한숨도 자지 않으면 면허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9%보다 2배 정도 수행력이 떨어졌다(Sleep 2003;26(8):981-5).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발생 위험은 불면증이 있는 경우 1.78배,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경우 2.09배, 기면증이 있는 경우 8.78배 증가하는 등(Sleep Med 2010;11:973-979), 수면무호흡증, 불면증, 일주기리듬장애 및 기면증 등 다양한 수면질환은 심한 주간졸림증을 초래해 졸음운전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즉 이러한 수면질환을 적절히 치료하면 졸음운전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그는 "교통안전공단 설문조사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운전 중 졸음퇴치법으로 자가용 운전자는 주로 환기를 하거나 음악, 라디오를 청취한다고 답한 반명 사업용 운전자는 음료, 커피 등을 마신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면서 "그러나 수면 부족 또는 수면장애로 인한 졸음은 어떠한 방법으로 대체할 수 없다. 커피, 카페인 음료를 많이 마셔도 일시적 효과만 있을 뿐 지속적으로 운전하게 되면 결국 졸음운전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수면 질 저하는 잠을 많이 자더라도 양질의 수면을 취할 수 없게 되면서 졸음운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외 사례를 살펴보면 캐나다에서는 상업적 대형차량 운전자에 대해서 운전적성 검사에서 폐쇄성수면무호흡증후군이 있는 경우 부적격으로 간주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는 의사의 소견서가 없다면 운전을 할 수 없다. 

영국에서는 수면무호흡증후군을 진단받을 경우 교통 당국에 신고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무시하고 운전을 하다가 이 질환과 관련된 사고에 연루되었을 경우 1000 파운드(한화 약 14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최근 자동차나 운전자에게 적용해 졸음운전을 방지한다는 다양한 스마트기기 혹은 IoT 기기들이 개발되고 있으나 완전 자율주행차가 아니라면 일시적인 방편에 불과하고 과신해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그는 "졸음운전은 음주운전처럼 단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은 부족한 잠을 채우는 등 예방이 최선이다"면서 "직업운전자는 수면무호흡증후군이나 기면증 등의 수면질환에 대한 선별검사가 필요하며, 선별검사에서 수면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의사를 만나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운전 중 졸리면 무조건 쉬고 잠깐이라도 잠을 보충하는 것이 졸음운전 사고의 가장 중요한 예방책으로 꼽으며, 사망사고율이 가장 높은 심야시간대 운전을 법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평소 충분한 수면시간을 가져 수면 부족을 해소해야 하며 특히 장거리 운전 전날에 충분한 수면시간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장거리 연속 운전 시 운전자의 주의력 및 각성 수준이 저하되기 때문에 2시간 연속 운전 당 적절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현재 시행령이 제정됐으나 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되고 있지 않으므로 더 강력한 계도가 필요할 것"으로 조언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