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탐방] 1975년 문을 연 낮병원, 타 지역 병원, 사회복지학과들 벤치마킹위해 수시로 방문

정신병원에 낮병원이라는 개념을 최초 도입해 40여 년간 초발·만성 정신건강질환자를 위한 치료를 시행 중인 광주 천주의 성요한병원.

▲ 천주의 성요한병원의 낮병원은 국내 최초의 낮병원으로 1975년에 문을 열었다.ⓒ메디칼업저버 김민수기자

천주의 성요한병원의 낮병원은 국내 최초의 낮병원으로 1975년에 문을 열었다. 현재 '낮병원'이라는 명칭 대신 '루치나'라고 부르고 있다. 루치나는 천주의 성요한이 1537년 스페인에 설립한 첫 번째 병원 이름이기도 하다. 

입원과 외래치료의 중간 형태인 낮병원은 쉽게 말해, 낮 동안은 병원에서 증상 호전과 사회적기능 향상을 위한 치료에 참여하고, 저녁에는 가족과 집에서 생활함으로써 입원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을 막고 재발을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 

낮병원 이용자의 절반 이상은 퇴원 환자

하지만 모든 환자가 낮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낮 동안 부분 입원을 통해 진단 및 평가가 필요한 환자나 사회적응 및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있는 환자가 대상이다. 또 퇴원 전 재발 예방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환자나 규칙적 일상생활 및 수면 관리가 필요한 환자 등을 대상으로 치료가 시행된다.

특히 낮병원 이용 환자 중에서도 퇴원 환자 비율이 가장 높은 점이 눈에 띈다. 

정신의료기관에서 퇴원하는 환자 중 많은 수가 퇴원 1년 이내 자살로 사망하고, 연간 자살자의 수가 약 10%에 해당할 만큼, 초기 퇴원 환자는 더욱 강력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 병동 안에 마련된 정원. 환자들이 자율적으로 산책 등이 가능한 곳이다.ⓒ메디칼업저버 김민수기자

이런 상황에서 천주의 성요한병원의 낮병원은 퇴원환자 관리의 중요성을 반영한 좋은 본보기로 불린다. 광주 지역 외 병원, 사회복지학과 등에서도 낮병원 시스템 등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수시로 병원을 견학 및 방문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요한 원장은 "무엇보다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일생생활 관리부터 사회기술훈련 등의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요법을 병행해 낮병원 프로그램이 이뤄지고 있다"라면서 "모든 치료 프로그램은 전문의 한 사람이 내리는 결정이 아닌, 치료팀과 환자 보호자가 함께 모여 치료를 어떻게 시행할지 함께 논의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치료자가 아닌 치료팀에 의한 종합 서비스가 강점

▲ 천주의 성요한병원 이요한 원장ⓒ메디칼업저버 김민수기자

이 원장의 말처럼 천주의 성요한병원은 전문의에 의한 단독 치료가 아닌, 치료팀에 의해 환자 중심의 치료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환자 중심의 종합적인 서비스를 하겠다는 병원의 비전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회복지사, 임상 심리전문가, 상담간호사 등으로 이뤄진 치료팀은 △외래서비스, △입원서비스 △주간서비스라는 영역 안에서 활동 중이다. 

△외래 서비스는 성인팀, 중독팀, 소아·청소년팀, 노인팀, 지역사회팀, △입원 서비스는 보호 병동, 개방 병동, 중독치료센터 △주간서비스는 낮병원, 보호작업장, 치매 주간 병원으로 분리해 치료팀이 구성돼 있다.

그중 보호작업장은 '요한일터'라는 이름으로 2002년부터 만성 환자만을 대상으로 낮병원 형태로 구조화된 작업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신체적 사회적 기능을 최대한 유지해 자립능력을 키워가고 사회에 적응하며 지낼 수 있도록 돕는 곳이라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실제로 요한일터에서 사회복귀프로그램을 이행 중인 환자 대부분은 동아리 활동은 물론 바리스타 교육 등을 이수 중이며 일부는 병원 내 카페에서 직업 재활교육을 받고 있다. 

보호 병동은 안집, 개방 병동은 샘터라 부르는 이유는? 

천주의 성요한병원은 낮병원 및 보호작업장 외에도 외래진료를 기본으로 보호 병동(안집) 개방 병동(샘터) 등도 운영되고 있다. 여기서 눈 여겨볼 부분은 낮병원을 루치나라 부르듯 각 병동과 센터가 안집, 샘터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점이다. 

이 원장은 "집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기 위해 안집으로, 샘터는 살아가면서 마음이 지쳤을 때 휴식을 취하고, 샘물을 마시면서 기운을 회복하는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사용하게 됐다 "정신질환을 연상시키는 언급을 최소화하고 아예 배제하는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질환에 대한 사회 문화 태도들에 영향을 주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치료를 담당하는 전문의는 치료자, 환자는 손님이라 부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원장은 "인권을 증진하고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기 위해 입원 시에 환의 대신 사복을 입고 우리 치료자들도 가운 대신 사복을 입고 있다 "환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살아가면서 도움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라는 개념을 전달하고, 병원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들이 모든이와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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