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병원협, "요양시설 이송 환자부터라도 급여화하자"... 재원 마련이 핵심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서울 근처에 있는 요양병원에 아버지를 입원시키고 있는 강 모 씨는 간병인 비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루 8만 원, 한 달에 약 240만 원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간병비가 더 싼 곳을 알아보고 있지만, 시설이 따라주지 않거나 서울에서 너무 먼 것 등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A씨는 요양시설에 입소해 있다 병원으로 이동하는 환자 보호자들과 실랑이를 하는 것이 일과다. 주로 간병비 문제로 언쟁이 오간다. 요양시설에서 간병비 급여화 혜택을 받던 것이 병원으로 오면 환자가 모두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아무리 설명해도 보호자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다# 

노인병원 간병인 급여화, 다시 부상

노인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주목받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시행된 2008년 당시 정부는 요양병원 간병비가 급여화될 경우 요양시설보다 요양병원으로 쏠림현상이 있을 것을 우려해 간병비 급여화를 시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멀지 않은 시기에 요양병원 간병비 문제는 언제든 터질 것이라 내다봤다.

문제를 인식한 전문가들은 몇 년 전부터 요양병원 간병비 문제를 해결하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정부는 전혀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우려했던 것처럼 요양병원 간병비 문제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간병비 부담이 가정경제를 흔들고 있고, 간병의 어려움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어서다. 간병비가 너무 비싼 것은 물론 간병인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 됐다.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가 요양병원의 간병비를 급여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펴고 있다. 최근 노인요양병원협회는 임원진이 바뀌었는데, 이필순 회장(온누리요양병원 이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간병비 급여화를 임기 동안의 숙원사업으로 꼽고 정도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회장은 "요양병원의 간병비는 전액 환자 본인부담이라 입원환자의 경제적 어려움이 너무 크다"라며 "제도도입에 따른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요양병원 전체의 질 향상을 위해 간병비 급여화는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협회 측은 요양병원의 이익을 위해 간병비 급여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시각에 대해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협회 이윤환 총무이사(경도요양병원 이사장)는 간병비가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은 좋은 병원에 가고, 그렇지 못한 대부분 사람이 질이 낮은 병원에 가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무이사는 "많은 국민이 가격이 싼 요양병원을 찾고 이런 니즈로 인해 장성요양병원과 같은 저질 요양병원이 양성되는 것"이라며 "저렴한 간병비는 저질 간병으로이어지고 또 환자의 신체구속 등의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이어 "간병비를 급여화해야 전국 어디에서든 같은 금액과 평준화된 서비스를 환자가 받을 수 있게 된다"라며 "요양병원 전체의 질 향상과 입원 중인 어르신에게 공평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간병비 급여화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요양시설 이송 환자만이라도 급여화하자" 

협회 측은 일괄적 간병비 급여화가 어렵다면 요양시설에서 요양병원으로 이송되는 환자만이라도 먼저 급여화를 하자고 주장한다.

협회 남충희 부회장(영남요양병원 이사장은) "간병비가 제도권 안으로 발을 디디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요양시설에 입소해 간병비를 지원받던 어르신이 건강악화로 요양병원으로 이송되는 경우만이라도 간병비 지원을 해야 한다. 요양시설에서 요양병원으로 옮겼다고 간병비 지원이 끊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보건복지부가 공급자 가 아닌 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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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비 급여화가 좋은 제도라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는 것이냐다. 복지부는 3조가량이 필요하다고 하고, 협회는 약 1조가 들 것으로 예측한다. 그런데 협회 측은 이 1조 정도를 마련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 주장한다. 구체적 방법도 제시한다.

이 총무이사는 요양시설에 있는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환자를 병원으로 이동하고, 시설에서는 케어만 필요한 사회적 입원환자를 수용해 양로원의 기능을 할 경우 요양보호사 인력을 병원에 투입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총무이사는 "병원에 생활시설 병동제를 도입해 약 30%인 6만여 명의 사회적 입원 환자에 대한 의사, 간호사 인력, 약값을 제외한 비용으로 간병급여화를 실시하면 된다"라고 주장한다. 

"관련 법과 담당 부서 만들어야"

협회 측은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추진하기 위해 법과 주무부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령사회를 대비해 제공되는 자원의 효율적 분배가 이뤄져야 함에도 지금은 서로 간의 전달체계가 달라 이를 조절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원분배를 위한 제도정비를 위한 법(가칭 노인의료복지법)과 주무부서 신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노인질환의 특성상 의료와 복지를 분리해 생각할 수 없음에도 현재의 법과 제도는 모두 떨어져 있다"라며 "요양병원에 대해 규제할 때는 노유자시설로 인식하고, 지원할 때는 의료기관으로 생각하는 등의 모순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병원들은 시설과 인력, 비용을 더 부담하지만 책임과 의무만 규정하고, 보상 및 지원방에 대한 대책은 없다"라고 꼬집었다.

"간병비 급여화시 시장 원리 작동 안 할 우려 있다"

일각에서는 요양병원협회의 간병비 급여화 주장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3월 30일 백범김구기념과에서 열린 고령사회를 대비한 노인의료복지와 요양병원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보건사회연구원 선우덕 장기요양연구팀장은 간병비가 급여화되면 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선우 팀장은 "현재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의 역할이 정립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간병비 급여화가 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요양병원의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역할을 정리하고 가지 않고 가면 좋은 시설의 요양병원이 오히려 다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또 "요양시설과 마찬가지로 요양병원도 과잉공급된 상태다. 그런데 급여화되면 시장에서 퇴출당해야 할 요양병원이 생존하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시범사업을 진행한 후 의견을 모으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병비 급여화에 대한 복지부의 생각은 아직 정리된 것이 없는 듯하다.  

지난 3월 세미나에 참석한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정은영 과장은 담당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자료를 보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정 과장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 재정립이 필요한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는 몇조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라며 "국회 등 관련된 곳과 논의를 하고, 내부적으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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