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문재인표 건보정책 미완성 '깜깜이 협상' 한계...'맑음·흐림' 유형별 기상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6일 대한의사협회(사진)·대한한의사협회와 각각 만나, 2018년 수가결정을 위한 1차 협상을 치렀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내년도 진료수가 결정을 위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각 의약단체 간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수가 현실화에 대한 기대감이 언제는 없었겠느냐만, 이번 협상을 지켜보는 의약계의 시선을 조금 더 각별하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적정수가-적정부담' 공약에 대한 이행 의지를 점쳐볼 수 있는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다. 

다만 새 정부의 건강보험 정책이 아직 미완성 단계라는 점은 한계다. 정책의 우선순위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탓에 마냥 곳간을 열어줄 수도 없는 상태다. 

넉넉한 곳간-적정수가 기조 '호재'...건보정책 미완성 '한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6일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의사협회와 각각 만나 2018년도 수가 결정을 위한 첫 협상을 시작했다. 17일에는 대한병원협회, 대한간호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와의 첫 협상이 예정돼 있다.   

일단 전체적인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건강보험 재정이 20조원의 누적흑자를 기록하데다, 문재인 정부의 '적정수가' 공약이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실제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 규모는 2011년 1조 6000억원, 2012년 4조 6000억원, 2013년 8조 2000억원, 2014년 12조 8000억원, 2015년 16조 9000억원로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의약계는 누적 흑자의 상당부분이 그간 이어진 저수가 정책, 공급자의 희생에서 기반한 것이라며 재정 흑자분을 수가 인상에 써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 사진 왼쪽부터 장수목 급여보장실 본부장, 장미승 급여상임이사(단장), 조용기 보험급여실장, 이종남 수가급여부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문재인 정부의 출범도 의료계의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캠프는 대선과정에서 현재의 '저부담-저수가' 체계를 '적정부담-적정수가'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대통령 본인이 수가 현실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대한의사협회 정기총회에 축하 영상을 보내 "의료수가를 현실화 해 국민이 보다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이번 수가협상을 정부의 '적정수가' 공약 이행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시험대로 보고 있다. "말 뿐인 공약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단단히 벼르는 분위기다.  

다만 아직 새 정부 건강보험 정책의 그림이 완성되지 못했다는 점은 한계점으로 존재한다. 

다양한 건강보험 관련 공약 가운데 무엇을 우선순위를 둘 지에 따라, 재정 배분의 우선순위도 달라질 수 있을 텐데, 그 순위란 것이 지금으로서는 오리무중이다. 정부 입장에서 마냥 곳간을 열어 둘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과 관련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와 보편적 보장성 확대를 공약한 바 있다. 이들 모두 막대한 재정투입이 불가피한 사업이다.

경제 부처도 어두운 재정 전망을 내놓으며 힘을 보탰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건강보험 당기수지가 내년부터 적자로 전환되며, 20조 원 이상 쌓힌 건보 누적 적립금도 2023년이면 모두 소진될 것이라는 추계를 내놨다.

큰 그림 없는 깜깜이 협상...유형별 기상도는?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 사진 왼쪽부터 김형수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 신창록 개원내과의사회 부회장, 변태섭 울산광역시의사회장(단장), 임익강 의협 보험이사.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각 유형을 대표하는 단체들은 저마다의 사정을 내세우며, 적정 수준의 수가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모두를 관통하는 화두는 단연 '새 정부의 출범'. 정권의 교체와 달라진 정책 기조에 맞춰 기민하게 대응해 나가는 분위기다. 

기대감이 가장 높은 곳은 의원급 의료기관이다. 문재인 정부가 일차의료 활성화를 보건의료분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만큼 이번 수가협상이 그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근거자료도 충분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급여비 점유율이 지속 하락하는 등 일차의료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이미 여러 지표에서 확인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의사협회 변태섭 수가협상단장은 1차 협상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차의료 활성화와 수가 적정화라는 새 정부의 약속 지켜달라고 말했다"며 "적정한 수가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계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4대 중증보장성 강화와 3대 비급여 해소 등 전임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병원계로 쏠리면서 이미 적지 않은 수혜를 받았다는 이미지가 강한 탓이다.

병원계는 의원급과 병원급의 수가 역전현상이 수년째 누적되고 있고, 메르스 사태 이후 이어진 병원 시설규제 강화 등 추가적인 재정투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수가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홍정용 회장은 수가협상에 앞서 가진 공단-단체장 상견례 자리에서 "메르스 사태 이후 수많은 규제가 생겼고 이로 인해 병원들마나 시설과 인력 등 비용 부담이 늘었다"며 "수가를 해결하지 않은 채 규제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적정 수가가 제공돼야 적정 진료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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