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적용 범위 놓고 '갑론을박'..."간단한 수술도 서면동의, 환자에 과도한 불안 조장" 반론도

 

수술 설명의무법이 6월 21일 기해 전면 시행된다.

의사가 수술과 수혈, 전신마취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 환자에게 반드시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골자인데, 법 적용 범위가 모호해 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수술 등 의사 설명의무 강화, 6월 21일 시행

개정 의료법에 따라 오는 6월부터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이나 수혈 전신마취 등의 의료행위를 할 경우 의사가 환자에게 수술의 주요내용과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고, 반드시 정해진 서식에 따라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하는 항목은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수술의 필요성과 방법·내용 ▲설명의사와 수술의사의 성명 ▲수술 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수술 전후 환자가 준수해야 할 사항 등이다.

환자에게 설명을 하지 않거나, 서면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  또 동의사항 변경 후 환자에게 변경사유와 내용을 서면으로 알리지 않은 경우에는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수술 등 설명의무 강화 '개정 의료법' 주요 내용

동의 받아야 할 수술은 무엇? 법 적용 범위 '모호'

법 시행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의료계의 혼란도 깊어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동의서를 받아야 할 '수술'의 범위.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의료행위 가운데 수혈과 전신마취는 그나마 행위규정이 명확한 편이지만, 수술은 워낙 그 종류와 난이도가 다양해 그 적용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법률의 파급효과가 크게 달라진다.

개정 의료법은 설명대상 수술의 범위를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로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어떤 것이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인지는 모호하다. 

일반적으로 모법의 모호성은 하위법령에서 구체화되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모법에서 하위법령 위임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정부도 손을 놓은 탓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간단한 상처를 꿰매는 것부터 암이나 심장수술에 이르기까지 수백, 수천가지의 의료행위가 수술에 해당된다"며 "이 중 어떤 것이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것인지, 판단할 기준이 없다. 이대로라면 간단한 상처 봉합 수술까지 환자에게 일일이 수술 내용을 설명하고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개정 법률의 하위법령으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해 법제처 심의를 요청해 둔 상태이나, 동의 절차와 방법에 관한 내용으로, 수술의 구체적인 내용 등 법 적용 범위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술의 범위를 놓고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모법상 수술 범위에 관한 내용은 하위법령 위임사항이 아니라, 정부가 선을 긋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사례가 축적되면 유권해석이나 사례공개 등의 방법으로 그 범위를 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법률이 취지는 의료인과 환자의 분쟁을 줄이자는 것으로, 해당 취지를 고려해 양자간 신뢰를 쌓고 합의가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도한 설명, 불안 조장..상급병원 쏠림 가속" 우려도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법률이 환자의 알 권리 제고라는 입법 취지와 달리,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장하고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을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마찬가지로 '수술' 범위의 모호성에서 파생되는 문제다.

외과 개원가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도, 과태료 등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는 일단 동의절차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며 "자그마한 상처를 봉합하면서도 수술은 물론 이에 병행되는 마취 행위의 부작용 등을 모두 환자에게 설명해야 하는데 이것이 정말 환자에게 이득이 될 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례로 손가락의 가시를 빼내고 꿰매는 간단한 봉합수술을 하면서도 출혈과 쇼크 가능성 등 일반적인 수술과 마취 행위의 부작용을 언급해야 하고 서명을 받아야 한다는 얘긴데, 결국 환자의 불안감만 키우는 꼴"이라며 "환자가 부작용을 걱정해 큰 병원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새 정부의 공약인 일차의료 활성화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에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의협 김주현 기획이사겸 대변인은 "입법 과정에서 의료계가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국회와 정부가 입법을 강행했다"며 "법적 미비와 현장의 혼란은 예견된 참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법률이 시행된다면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며 "정부는 입법미비를 핑계로 손을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만드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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