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대 비뇨기과 이지열 교수

최근 전립선암 환자가 늘어 나면서 덩달아 바빠진 인물이 있다. 바로 가톨릭의대 이지열 교수(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다. 환자들의 증가는 곧 새로운 연구의 시작이다. 다양한 증례가 쌓이면 쌓일수록 그가 분석해야 하는 일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전체 연구는 이 교수의 최대 관심사다. 악성 전립선암 환자들의 특성 유전자를 찾는 게 그의 일이다. 기초 연구자들을 위해 전립선암 조직을 나눠주는 전립선 은행장 역할도 맡고 있다. 로봇수술은 기본이다. 개인 500례를 넘겼다.

최근에는 3곳의 학회 수장으로 선출돼 어깨도 무거운 상황. 다가오는 학회로 매일을 정신없이 보내는 그를 만나 학회 운영 계획과 전립선과 관련된 최신 이슈를 들어봤다.

▲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이지열 교수

-올해부터 국내외 비뇨기 관련 학회를 맡은 것으로 안다, 어떤 역할인가?
올해 1월부터 아태비뇨기종양학회 회장직과 아태전립선학회 부회장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또 3월부터는 대한전립선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공교롭게도 많은 비뇨기 관련 학회활동을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지만 한편으로는 학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해부담감도 크다. 대학병원 내부적으로는 암연구소장과 왜래부장 그리고 전립선은행장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부회장과 회장직을 역임하는 아태전립선학회와 아태비뇨기종양학회를 어떤 학회인가?

아태전립선학회는 6년전 국내 비뇨기과 선생님들과 힘을 합쳐 만든 첫 국제학회다. 당시 전립선질환이 아시아에서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학술 정보공유를 목적으로 10개국 비뇨기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6년 밖에 안된 비교적 신생학회지만 아시아 국가간 학회 유치 경쟁이 붙을 정도로 지금은 괄목성장한 상태다. 매년 600여 명이 참가하고 있다.

또 아태비뇨기종양학회는 아시아 15개국 비뇨기암 전문가가 모여 만든 역사 깊은 학회이다. 오래됐음에도 국내 전문가들의 참여는 높지 않았는데 최근 회장을 맡으면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회장직은 아태전립선학회 운영을 유심히 지켜본 전 일본인 아태비뇨기종양학회 회장의 권유로 수락하게 됐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국가 위상을 높일 수 있고 또한 글로벌 임상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어 결정했다.

-대외적으로 아태전립선학회가 잘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운영 원동력은 무엇인가?
질환의 증가와 맞물려 빠르게 발전하는 치료기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전립선암은 과거 방광암과 신장암보다 낮았는데 지금은 아태지역에서 가장 유병률이 높다. 우리나라만봐도 10대암에 속하며 발생률도 3위이다. 동시에 치료법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신기술(로봇수술)이 많이 적용되는 것도 전립선암이다. 당연히 의사들의 관심이 전립선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회가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아시아에서 한국 비뇨기 전문가들의 위상은 어느 수준인가?
비뇨기과 의사 수로 보면 아태지역에서 세 번째로 많다. 중국이 1만 명이고, 일본이 9000명 정도다. 한국은 2800명으로 3위를 차지한다. 그밖에 대만은 600명 수준이고, 인도네시아도 400명에 불과하다. 캐나다도 600명 수준이다. 아시아를 모두 합쳐도 우리나라의 역량을 따라올 국가가 없다. 당연히 기초연구나 임상 그리고 수술/술기 등도 일본과 우리나라가 제일 앞선다. 그렇다보니 한국 연구자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9월에 처음으로 서울에서 아태비뇨기종양학회가 열린다. 눈길을 끄는 연구는 무엇인가?
아시아 10개국의 전립선암 코호트를 발표한다. 이를 통해 아시아 전립선암 환자들의 특성을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한전립선학회에서도 올해부터 국립암센터와 함께 전립선암 코호트 사업을 내용을 발표한다. 그동안 국가가 주도 코호트 사업이 지협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부터는 민간학회와 공동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민간학회에서 주도하고 있는 코호트 사업을 국가 암데이터 베이스와 연계함으로서 보다 양질의 데이터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부터 3년 동안 진행된다.

-최근 전립선암 선별검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최근 미국이 전립선암을 위한 PSA 선별검사를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 어떤 입장인가?
선별검사는 전립선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과잉치료 등을 우려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국제적 지침에 따라 바로 수술을 하지 않고 지켜보는 적극적 감시를 하고 있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미국도 이미 50% 이상이 과잉치료를 하지 않는 상태로 전환했다. 문제는 적극적 감시를 할 만한 글리슨 6(악성도 약한)점의 환자가 얼마나 될 것인가의 문제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결국 유전체 검사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할 것이다.

-유전체 연구를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전체 연구의 기대와 한계는 무엇인가?
비용이 많이 든다. 현재 환자당 홀 지놈 시퀀싱 비용이 700만원 수준이다. 분석도 너무 오래걸린다. 한명의 데이터를 뽑는데 만도 2주~한 달 정도 걸린다. 용량으로는 1테라(T) 바이트로 이를 다시 정밀 분석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몇 달이 걸린다. 의료 빅데이터 관점에서 접근하고 국가에서 지원하지 않으면 어렵다. 그럼에도 계속 해야 하는 이유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암발생 및 악성도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립선암은 어떤 특정 우세한 유전자가 없다. 여러 가지 다양한 유전자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가령 방사선 치료를 결정할 때도 최소한 22개 유전자분석을 통해 결정한다.

▲ 이지열 교수

-서울성모병원은 국내 유일 전립선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운영 배경과 그간 성과는?
전립선암은 육안으로 구별되는 타 암과 달리 병리과 의사조차도 육안으로 찾기 어려운 독특한 암이다. 냉동된 조직을 슬라이드로 만들어서 현미경으로 봐야 찾아낼 수 있다. 게다가 많은 샘플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을 만든 것이다. 은행사업의 일환으로 정부에서 돈을 지원받고, 암샘플을 찾아내 연구자들에게 제공해주는 것이다. 그러한 결실로 지난 10년간 다양한 연구가 수행됐다. 전립선암 특성을 알아내기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고, 최근 전립선암 진행 마커를 찾아낸 연구가 유럽비뇨기과저널에 실리는 등 성과도 이뤘다.

-최근 국제적으로 눈길을 끌만한 연구는 뭔가?
최근 유럽연구에서 BRCA 유전자 나오면 방사선 치료가 안 듣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또한번 치료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립선암이 유방암과 유사하다는 기존 가설이 확인됐다. 실제로 두 암은 유전적 변이도 유사하고 뼈전이도 잘된다. 미국은 두 암의 발생률은 28%로 거의 같다. 콜레스테과 연관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우리나라는 콜레스테롤 많이 안 먹어도 생기는 것 봐서는 또 다른 원인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전립선암 가이드라인 개발 계획은?
사실 지금까지 나온 전립선암 가이드라인은 외국의 것을 해석해 놓은 것이지 실질적인 국내 가이드라인은 아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국내 논문을 반영한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오는 6월 3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아태전립선학회, 대한전립선학회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하는데 이곳에서 업데이트 내용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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