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정 기자

# 2012년 8월, 국회에서 의료인력부족 문제 해결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제를 맡은 서울대 김진현 교수는 2020년경 우리나라가 2만 3000명~6만명의 의사 부족 상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해 9월에는 복지부 연구용역을 받은 연세대 정형선 교수의 또 다른 추계가 나왔는데, 여기서도 2020년 기준 국내 의사 수가 적정수준에 비해 적게는 3만 4000명, 많게는 16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 바탕으로 김진현 교수는 당시 3000명 수준이었던 의대 정원을 4000~6000명으로, 정형선 교수는 정원의 20%를 증원한 3600명까지 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5년의 시간이 지나, 재앙이 예고됐던 2020년을 불과 3년을 앞둔 지금, 수만명의 의사 인력 부족이 예상된다던 그들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대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던 당시 이들의 제안은 의료계의 반대로 현실화되지 못했다. 이들의 주장대로 입학정원 확대라는 특단의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음에도, '의사부족 대란' 또한 일어나지 않았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2012년 늦여름, 당시 정책 상황이다. 당시 의료계 안팎에서는 공공의료 인프라 부족이 큰 이슈가 됐다. 정부도 같은 이유로 의사 정원 확대를 고민했으나, 의료계의 반발에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던 때다. 

그리고 다시 2017년, 의사인력 부족 논란이 부활했다. 2030년에 이르면 국내 의사인력 숫자가 적정수준에 비해 7600명 가량 부족한 상태가 될 것이라는 국책기관 연구결과가 나온 것. 

보건복지부는 이번 연구결과가 정기연구가 아닌 중간연구라고 그 제한점을 설명하면서도, 이 보고서를 인용해 "적정 규모의 의료인력이 현장에 충원될 수 있도록 신규인력 배출규모의 증가를 포함해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관리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에도 타이밍이 절묘하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공의료인력 확대를 위한 국립의대의 신설을 강력히 주창하고 있으나, 의료계의 동의를 얻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의 이번 발표에 의료계가 "갑자기 왜, 지금?"이라는 퀘스천 마크를 보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주지하다시피, 의료 인력의 수급은 의료서비스의 질과 국민의료비 변화 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때문에 수요-공급의 예측 또한 각 국의 의료 제공과 이용 특성을 반영해 매우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 

단순히 다른 나라에 비해 인구당 의사 수가 적다거나, 의사 수를 늘리면 취약지나 기피과목으로 의사들이 흘러들어 갈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만으로 섣불리 정책 결정을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막연한 기대와 우려가 정책 추진의 이유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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